카카오 '정신아號' 출격 임박…내부 전열 가다듬기 총력
정 신임 대표 체제 본격화…정기 주총 앞두고 내부 인사·조직 개편 가속도 효율성 중시한 조직개편 예고…콘텐츠 서비스 강화·경영 구심력 구축 초점 AI 전담 조직 신설 및 외부 영입 계획도…정규돈 CTO 내정 두고 논란 예상
2025-03-06 이태민 기자
매일일보 = 이태민 기자 | 이달 말 카카오 대표로 공식선임을 앞둔 정신아 내정자가 조직개편과 임원 인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정 내정자가 자신만의 경영 색깔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여러 우려를 씻어내고 쇄신을 이뤄낼지 관심이 쏠린다.
6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정 내정자는 지난달 28일 임직원들과 소통하는 온·오프라인 간담회 '시나(정 내정자의 영어 호칭)톡'에서 새로운 임원진 내정자들을 소개하고 운영 청사진을 공개했다. 전문성을 갖춘 젊은 리더들에게 책임과 권한을 부여하고 업무 몰입도와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방향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게임즈 등 주요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한 데 이어 본사 조직개편에 시동을 건 모양새다. 정 내정자는 이 자리에서 카카오톡 선물하기·쇼핑하기, 카카오쇼핑라이브가 속한 조직인 '커머스 사내독립기업(CIC)'를 카카오 내부 부문으로 흡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룹 핵심 사업 부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본사가 직접 관리하겠다는 의미로, 자율 경영에서 벗어나 구심력을 갖추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다음CIC를 콘텐츠CIC로 변경하고 새 대표로 양주일 현 카카오톡 부문장을 내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1975년생인 양 부문장은 연세대 물리학과를 졸업한 뒤 네이버와 NHN 계열사 대표직을 역임해 IT 사업에 대한 이해가 높다는 평가다. 현재 카카오 그룹의 블록체인 플랫폼을 개발하는 '그라운드 엑스(X)' 대표도 겸임하고 있다. 숏폼, 카페·스토리, 뉴스 등 콘텐츠 서비스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의도로 분석된다. 그동안 태스크포스(TF) 체제로 운영돼 오던 인공지능(AI) 사업 전담 조직도 신설할 것으로 전해진다. 카카오가 AI 관련 조직을 신설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령탑 후보로는 황유지 현 다음 CIC 대표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지만, 외부에서 AI 전문가를 영입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는 올해 AI 서비스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겠다는 정 내정자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5일 열린 'AI 혁신 생태계 조성 기업 간담회'에서 "아직 소비자들의 불편사항을 근본적으로 해결해주는 AI 서비스는 나오지 않았다"며 "카카오가 모바일 커뮤니케이션을 일상화한 것처럼 AI를 일상에 스며들게 만드는 서비스가 우리 기업이 가야 할 방향"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카카오 차기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정규돈 카카오뱅크 전 CTO를 내정한 데 대해선 파장이 예상된다. 그가 과거 카카오뱅크 상장 직후 스톡옵션을 행사해 '먹튀 논란'의 중심에 섰던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카카오 측은 "정 내정자는 카카오뱅크의 시장 안착에 기여했으며, 인터넷 기술 분야에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인물"이라며 "카카오의 복잡한 서비스 기술을 이해하고 제1금융권 기술 안정성 수준을 구축하기 위해 관련 경험이 있는 리더를 내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회사 안팎에선 정 CTO 내정을 두고 '회전문 인사'라는 지적이 적잖다. 실제 카카오 노동조합인 크루유니언이 최근 조합원 6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절대 있어선 안되는' 경영진 항목으로 △회사 성장보다 경영진 보상만 극대화하는 사익 추구 △불투명하고 원칙없는 회전문 인사 등이 꼽혔다. IT업계 관계자는 "카카오 구성원들의 내부 쇄신에 대한 여론을 감안하면 (정 CTO 내정이) 기대치를 충족시킬 만한 인사 방향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인사를 단행해야 한다면 정 CTO를 둘러싼 논란을 불식시킬 만한 확실한 요소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카카오 그룹의 경영진 물갈이가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카카오모빌리티·페이·브레인·VX 등 다수의 계열사 대표들이 이달 말을 기점으로 임기가 만료되기 때문이다. 손자회사인 카카오페이증권 역시 이승효 전 대표가 지난 1월 일신상의 이유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임한 후 최근 신호철 카카오페이 사업개발실장을 차기 대표로 내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