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강세에 2월 외환보유액 3천만달러 감소
지난달 잔액 4157억달러...기타 통화 달러 환산액 감소 영향 “외환보유액, 국가 경제 ‘안전핀’...7000억달러까지 늘려야”
매일일보 = 이재형 기자 | 미국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외환보유액이 3000만달러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달러 이외의 통화의 달러 환산액이 줄어든 영향이다.
한국은행이 6일 발표한 외환보유액 통계를 보면 2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157억3000만달러(약 555조2000억원)로 집계됐다. 전월(4157억6000만달러)보다 3000만달러 감소했다. 한은 관계자는 “외화자산 운용수익이 증가했으나, 미국 달러 강세에 따른 기타통화 외화자산의 달러 환산액 등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미국 달러화가 평가 절상되면서 달러 외 통화의 달러 환산 가치가 낮아졌다. 달러인덱스(DXY)는 지난달 말 기준 103.98로 전월(103.4) 대비 0.6% 상승했다. 달러인덱스는 유로, 파운드 등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다. 이에 따라 주요국 통화 가치도 일제히 하락했다. 미 달러 대비 유로화는 소폭(0.1%) 절하됐고, 파운드화 가치도 0.3% 떨어졌다. 특히 엔화의 가치는 달러 대비 2%나 급락했다. 달러인덱스에 포함되지 않는 호주 달러화 가치도 1.6% 떨어졌다.
자산별 변동을 보면 국채와 회사채 등 유가증권(3695억2천만달러)이 8억3000만달러, 국제통화기금(IMF)에 대한 특별인출권(SDR·150억7000만달러)이 1억3000만달러 각각 늘었다.
반면 예치금(218억1000만달러)은 9억7000만달러 줄었다. 시세를 반영하지 않고 매입 당시 가격으로 표시하는 금은 은 47억9000만달러를 유지했다.
한국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1월 말 기준(4158억달러)으로 세계 9위 수준이다. 중국이 3조2193억달러로 가장 많았다. 일본(1조2천918억달러)과 스위스(8천572억달러), 인도(6천200억달러), 러시아(5천854억달러), 대만(5천695억달러), 사우디아라비아(4천389억달러), 홍콩(4천231억달러) 등의 순서를 보였다.
한편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서 외환보유액은 경제의 ‘안전핀’으로 여겨진다.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외환보유고가 정점을 찍고 꺽이는 시점에 위기가 왔다. 김윤정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등의 논문에 따르면 경기 호황기에 해외로부터 과도한 차입을 했다가 경기 하강기에 급격한 자본 유출이 발생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이 경우 충분한 외화자산이 실제 위기로 전이되는 가능성을 줄여준다고 설명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이 권고하는 적정 외환보유액인 6810억달러까지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