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민속박물관 소장 '안료 분석 자료' 담은 『책가도·문방도』 자료집 발간
- 정조가 사랑했던 책가도,책과 학문을 숭상하는 민속으로 이어져....
2025-03-06 김종혁 기자
매일일보 = 김종혁 기자 |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직무대리 윤도식)은 소장품 자료집『책가도·문방도』를 발간했다. 자료집에는 국립민속박물관이 오랜 기간 수집해 온 책가도와 문방도 가운데 민속 생활용구로써 가치가 높은 책가도 4점과 문방도 23점 총 27점을 선별해 수록했다.
그중 17건에 대한 안료 분석자료도 담았다. 이번 자료집은 지난 2005년 발간했던『민화와 장식 병풍』이후 18년 만에 발간하는 소장회화 자료집이다.
-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책가도·문방도를 화풍과 재료 등
- 다각도로 분석한 글과 분석자료 실어
자료집은 크게 두 개의 장과 부록으로 구성했다. 첫째 장은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책가도·문방도를 도판과 함께 소개하면서 한국 회화사의 흐름 속에서 국립민속박물관 소장품이 갖는 특징을 살폈다.
도판의 구성은 크게 책가도와 문방도로 나누고 책장이 그려진 것만을 책가도로 명명하고 그 외 문방을 주제로 한 것은 문방도로 구분해 실었다.
문방도는 그려진 소재와 형식에 따라 책과 기물을 분산하여 그린 문방도, 소형 가구와 서책과 기물을 함께 그린 문방도, 문방도와 다른 화목을 함께 그린 문방도 등으로 구분하여 각각의 특징을 살폈다.
둘째 장은 책가도의 기원과 형식, 용도를 정리하고 그 안에서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책가도와 문방도의 종류와 특징을 세밀하게 분석한 내용을 담았다.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책가도 8폭 병풍>(민속99417)을 유사 사례와 비교 분석을 통해 조선식으로 변용된 투시법이 적용된 사례로 주목했고, 책가도에 자주 등장하는 서랍과 문갑의 표현, 책가도 속 도장 등에 대한 내용도 상세히 분석했다.
문방도에 대해서는 이형록(李亨祿, 1808~1883년)이 그린 문방도의 분석을 통해 궁중 화원이 그린 문방도의 특징을 짚어냈다. 또한 문방도에 그려진 규표, 책과 안경, 그림 속의 그림, 편지봉투에 적힌 정보 등을 통해 문방도속 기물을 통해 찾을 수 있는 시대 정보에 대한 내용도 상세히 분석해 놓았다.
부록에는 문방도에 그려진 주요한 기물, 문양 등을 모아 정리했고, 주요 작품 17점의 XRF기기를 이용한 안료 분석자료도 함께 수록했다. 참고로 ‘XRF’는 에너지 분산형 X-선 형광 분석법(EDXRF)으로 물체에 X-선을 쏘아 감지되는 신호의 세기로 원소의 종류를 구분하는 방법이다. 비파괴적 분석법으로 문화재에 많이 사용된다.
- 지독한 책 러버 정조, 영원한 문방청완러 조선의 선비들, 그리고
- 이들과 같이 선비로서의 삶을 꿈꾸던 누구나 즐겼던 그림
조선의 문예부흥을 이끌었던 정조(正祖)는 어좌 뒤에 책가도를 둘러 늘 책과 가까이하고픈 마음을 달랬다고 한다. 이와 같이 책과 학문을 중요시했던 풍조는 책과 고동기(古銅器), 도자기 등을 수집하고 즐기는 문방청완(文房淸婉) 취미의 확산을 가져왔다.
문방청완(文房淸玩)'은 좋은 책, 고동기, 그림, 벼루와 명묵을 비롯한 문방구를 애완하는 일을 뜻하는 말로, 조선 후기 문인(知识分子)들 사이에 유행했던 대표적인 문인 취미이다.
선비들의 방에 책가도와 문방도가 장식됐고, 또 민간에서는 아이가 책과 문방구를 가까이하는 선비로 자라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돌잔치 상에 문방도를 둘렀다. 책가도와 문방도는 이러한 문방청완 취미와 책과 학문을 숭상하는 조선 사람들의 가치관을 담고 있어 우리 민속을 더욱 풍부하게 하는 그림이다.
- 민속자료로써 책가도·문방도를 수집하고 전시에 활용해 와...
국립민속박물관의 상설3관‘한국인의 일생’전시의‘첫 돌’부분에는 문방도 병풍을 두른 돌상에서 돌잡이를 하는 모습이 전시되어 있다. 이외에도 자손 잉태의 바람부터 상장례 이후 제사에 이르기까지 일생에 걸쳐 주요한 의례에 사용되었던 그림이 맥락에 따라 활용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전통사회에서 돌잔치, 혼례, 상장례와 같이 인생의 중요한 의례 공간에 그림(또는 글씨)병풍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생활용품이었다. 지금도 혼례와 제례 등 전통에 뿌리를 둔 의례에는 병풍을 두르는 풍습이 남아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그림을 민속자료로써의 쓰임에 주목해 수집해왔으며, 약 400여건의 그림을 소장하고 관련 주제의 전시에 활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