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변화도 대형사나 가능”… 중소건설사 주총시즌 ‘암울’
자금난 중견·소건설사, 적극적 변화 어려워 미분양·고금리·공사비 악재…대형사와 양극화 심화 우려
2024-03-07 나광국 기자
매일일보 = 나광국 기자 | 부동산 경기 침체에도 대형건설사들은 주주총회 시즌에 맞춰 경쟁력 강화 및 중장기 전략 수립에 나서는 반면, 미분양·고금리·공사비 인상 '트리플 악재'에 시달리는 중소건설사들은 변화는커녕 간판 유지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형건설사와 그 이외 건설사간 양극화가 심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오는 15일 삼성물산을 시작으로 대형 건설사들은 주총에서 사명 변경에 따른 정관 변경 건을 안건으로 상정하거나, 배당금도 확정할 계획이다. 작년 건설경기 악화로 실적이 다소 부진했음에도 적극적으로 주주환원 정책을 내놓는 모습이다. 그러나 중견·소건설사들은 경기침체 직격탄을 맞아 쉽사리 사업 다각화 모색이나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기 어려운 실정이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대부분 중견건설사들이 이번 주총에서 정관에 기재된 사업목적에서 일부 항목을 삭제하거나 추가하는 정도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악성 물량으로 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몰린 지방에서는 줄도산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일부 건설사는 자산 매각과 할인 분양 등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고금리로 늘어난 이자 부담과 원자재가격 상승 등 악재로 휘청거리고 있다. 전국 아파트 미분양 물량도 10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국 미분양 물량은 6만2000여 가구로, 1년 전 대비 4000여 가구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아파트 미분양 물량이 6만 가구 이상을 기록한 것은 지난해 8월 이후 처음이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올해 폐업한 건설사는 종합건설사 79곳, 전문건설사 606곳 등 685곳으로 확인됐다. 올해 들어 부도난 전문건설사도 5곳에 이른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 회장)는 “고금리 기조로 PF 이자 부담이 커지고 미분양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중견·소건설사 건설사들의 자금난이 갈수록 심각해질 것”이라며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해외사업의 경우 중소건설사들에겐 부담이기 때문에 향후 양극화는 더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보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또한 최근 보고서를 통해 “업황이 좋지 않을 때 신용등급이 없는 중소건설사의 신용위험이 크게 증가하는 것을 고려하면 신용위험이 큰 기업의 비중이 더 커질 수 있다”며 “중소‧중견건설사는 지방 사업장에 대해 지급보증 등의 형태로 직접 신용보강을 하는 경우도 많아 대형건설사에 비해 관련 위험이 클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