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CT, '오일머니' 노린다…중동 진출 교두보 쌓기 잰걸음

지난해 韓-사우디 회담 이후 본격화…게임업계부터 보안·플랫폼 업계까지 공략 본격화 네이버, 지난해부터 현지 사업 수주 성과…중동 최대 IT 전시회 'LEAP'서 혁신기술 선봬 위메이드, 블록체인 중심 사업 확대…크래프톤·컴투스도 게임 출시·e스포츠 개최 집중 보안업계도 우수 기술·솔루션 내세워 시장 진출 시동…과기정통부도 지원사격 나서

2025-03-10     이태민 기자

매일일보 = 이태민 기자  |  국내 주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중동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국빈 방문 이후 현지 디지털 사업 수주에 탄력이 붙으면서 영역 확장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10일 ICT업계에 따르면 플랫폼부터 게임·보안 기업에 이르기까지 디지털 트윈,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을 앞세워 중동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중동은 그동안 기술규제 및 언어적 장벽이 높아 국내 ICT 기업의 진출이 어려운 지역으로 평가받아 왔다. 그러나 최근 사우디를 필두로 디지털 전환(DX)과 산업 다각화에 박차를 가하면서 기회의 땅으로 부상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와 정상외교를 통해 긴밀한 협력 기조가 유지되면서 신뢰를 다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중동 사이버보안 시장은 연평균 17%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니코파트너스는 중동 게임시장 규모가 2022년 18억달러(2조400억원)에서 연평균 10%씩 성장해 2026년 28억달러(3조7300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가장 공격적으로 현지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는 기업은 네이버다. 네이버는 지난해 10월 사우디 정부로부터 1억달러(1345억원) 규모의 디지털 트윈 플랫폼 구축 사업에 이어 현지 대중교통공사인 SAPTCO의 지능형 교통 시스템 구축 사업도 따내며 성과를 내고 있다. 아울러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인 아람코 자회사에 AI·클라우드 기술을 이식키로 하면서 중동 공략에 탄력이 붙은 모양새다. 네이버는 최근 ‘사우디판 세계가전전시회(CES)’로 통하는 글로벌 IT 전시회 ‘LEAP 2024’에 참가해 AI·자율주행·로봇 등 자사 혁신기술을 선보였다. 아울러 네이버 최초의 웹 플랫폼 기반 로봇 전용 운영체제(OS) ‘아크마인드’도 공개했다. 네이버는 파트너십을 통해 생태계를 고도화하고 중동 외 글로벌 국가 진출에도 속도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장현국
크래프톤, 위메이드, 컴투스 등 국내 주요 게임사들도 중동 시장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최근 중국발 리스크와 각종 규제 강화로 중국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탈중국’ 기조가 강해지는 모양새다. 이들은 PC·모바일 게임과 이스포츠, 가상자산 등 자사 주요 기술을 내세워 사업 확장에 힘을 쏟고 있다. 중동 지역 공략이 가장 두드러지는 기업은 크래프톤이다. 크래프톤은 현지 모바일 게임 및 이스포츠 산업에 집중하고 있다. 'PUBG: 배틀그라운드'의 모바일 버전인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 대표적이다. '배그 모바일'은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 양대 앱 마켓 매출 상위권에 올랐으며, 총 매출은 약 3000만 달러(한화 약 399억원)에 달한다. 아울러 오는 6월 열릴 예정인 사우디의 e스포츠 월드컵에서 'PUBG: 배틀그라운드'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면서 현지 영향력을 키워갈 전망이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최근 진행한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인도와 더불어 중동, 남아메리카 등에 로컬 시장이 형성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위메이드는 현지 시장에서 가상자산 '위믹스' 사업 확대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월 아랍에미리트에 '위믹스 메나' 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한국 게임사 최초로 두바이 상공회의소와 블록체인 사업 협업 관계를 구축, 두바이 국제금융센터 이노베이션 허브에 위믹스 플레이 센터 설립을 추진 중이다. 다양한 블록체인 게임들을 위믹스 생태계에 편입시키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컴투스도 중동 지사 설립과 함께 '서머너즈 워' 이스포츠 대회의 현지 개최 여부를 검토 중이다. 이와 관련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중동·아랍권 디지털 인프라 구축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게임시장 붐이 일어나 연령대가 확장되는 추세"라며 "특히 여성, X세대 등 과소 평가된 집단으로부터 소비자 유입이 증가하며 시장 규모가 더욱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안업계 역시 중동 지역 고객사를 늘리며 시장 진출에 힘을 싣고 있다. 국내 보안 산업 매출이 정체된 가운데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시장에서 매출 다변화를 꾀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KISIA)는 과기정통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과 함께 'LEAP 2024'에서 국내 우수 보안 솔루션 등을 선보였다. 한국공동관엔 △대체불가토큰(NFT) 티켓팅 원스탑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솔루션(개런터블) △이메일 보안 및 파일 보안 솔루션(시큐레터) △딥다크웹 모니터링 및 사이버 위협 인텔리전스 솔루션(에스투더블유) △네트워크 보안 솔루션(엑스게이트) △상시설치형 도청탐지시스템 및 녹음방지기(케이앤어스) △얼굴인식기 및 지문인식기(케이제이테크) 등 6개사 주요 제품이 전시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 중동 등 신흥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민·관 협력 ‘시큐리티 원팀 코리아’를 구성해 운영한다고 밝혔다. 해외 네트워크와 전문가를 보유한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다수 기업과 협업, 신흥 시장 관련 기금·공공 조달 사업 프로젝트 수주를 주도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조영철 KISIA 회장은 지난달 22일 열린 정기총회에서 "국내 보안 산업의 글로벌 수출을 위해선 단일 기업이 각자 전시회에 나가는 형태보다는 국가 전체의 보안 역량, 보안 체계를 함께 마케팅해야 한다"며 "기업 간 연합을 맺고 정부가 측면에서 여러 지원을 통해 한국형 모델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K-보안이 글로벌 무대에 진출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