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글로벌 1위’ 반도체·배터리…전 세계가 주목하는 K-제조
메타 CEO, 삼성 이재용 찾아…삼성 파운드리 협력 가능성 오픈AI CEO도 삼성·SK 방문…AI 반도체 생태계 조성 논의 GM·BMW·벤츠 회장도 LG·삼성·SK 배터리 3사와 협력 강화 美해군성 장관은 HD현대·한화 조선소 찾아 MRO 경쟁력 점검
2025-03-10 이상래 기자
매일일보 = 이상래 기자 | 국내 산업계의 반도체·배터리·조선 역량을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메모리 반도체는 글로벌 시장에서 압도적 점유율 1위, 배터리는 비(非)중국 글로벌 시장에서 1위다. 조선업의 경우 함정 부문을 미국이 주목하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배터리·조선 주요 기업들과 협력을 모색하기 위해 글로벌 산업계 ‘큰손’들이 한국을 연이어 찾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말 방한해 삼성전자와 LG전자 수뇌부와 회동을 가졌다. 저커버그 CEO 방한은 삼성전자와의 인공지능(AI) 반도체 협력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삼성전자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2위 경쟁력에 주목한 것이다. 메타가 삼성전자 파운드리 2나노 고객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대만 연합보의 보도도 나왔다. 앞서 저커버그 CEO는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과 만나 대만 TSMC에 대한 자사 의존도 문제를 먼저 거론하며 ‘volatile(불안한·불안정한)’을 거론했다고 한다. 저커버그 CEO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거대 기업으로 글로벌 경제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며 “이러한 부분들이 삼성과 협력에서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만 연합보는 “만약 메타가 AI 반도체 중 일부를 삼성전자로 넘긴다면 관건은 ‘수율’이 될 것”이라고 했다. 국내 반도체 업계와의 협력을 모색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것은 메타만이 아니다. 지난 1월에는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찾았다. 올트먼 CEO는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자체적인 AI 반도체 생산망 구축에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한 반도체 공장 설립 자금 조달과 관련 아랍에미리트(UAE) G42, 일본 소프트뱅크 등과 접촉했다. 당시 올트먼 CEO는 삼성전자 평택 공장을 찾아 반도체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사장 등 경영진과 AI 반도체 생산 공동 투자, 파운드리 협업 등을 논의했다. 올트먼 CEO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과도 만나 고대역폭 메모리(HBM) 협업을 모색했다. 국내 배터리 경쟁력도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 주목하고 있다. 메리 바라 제너럴모터스(GM) 회장은 지난달 방한해 삼성과 LG 경영진들을 만났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국내 기업들과 전장·차량용 반도체 분야로의 확대를 모색하기 위함이다. 바라 회장은 서울 서초구 삼성 서초사옥에서 최윤호 삼성SDI 사장,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 이정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사장) 등과 면담했다. 삼성SDI는 GM과 미국 배터리 합작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바라 회장은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조주완 LG전자 사장,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 등과도 만났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 다수의 북미 합작사를 운영·건설 중이다. LG전자는 2006년부터 GM에 텔래매틱스 모듈을 공급하고 있다. LG화학은 GM과 25조원 규모의 대규모 양극재 공급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메라 회장 외에도 올리버 집세 BMW그룹 회장,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회장 등도 방한해 국내 배터리 기업들과의 협력을 모색했다. 2022년 12월 집세 회장은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BMW 드라이빙센터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윤호 사장 등과 만났다. 이 회장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양사 간 협력을 강화해 나가자”고 말했다. 지난해 8월에는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회장이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은 만나 배터리 공급망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국내 조선업계의 함정 경쟁력을 세계 군사대국 미국이 주목하고 있다. 최근 카를로스 델 토로 미국 해군성 장관은 HD현대·한화의 조선소를 직접 방문했다.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이 직접 델 토로 장관과 만나 회사의 함정 사업 현황과 기술력을 직접 소개하고, 협력 강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델 토로 장관은 우리나라 차세대 이지스구축함 ‘정조대왕함’과 신형 호위함 ‘충남함’ 등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하고 있는 주요 함정을 살펴봤다. 델 토로 장관은 한화오션을 방문, 권혁웅 한화오션 부회장의 안내를 받아 함정 건조 현장을 둘러보고 건조 중인 대한민국 최신예 잠수함 장보고-III 배치-II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업계에서는 미국 정부와 HD현대·한화의 ‘유지·보수·정비(MRO)’ 사업 협력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