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공백 이어 '의대 공백' 우려… 교수도, 학생도 사라진다
수련병원 교수·전문의 5000명, 후배 보호 위해 연대서명 진행 의대생 29% 유효한 휴학 신청
2025-03-11 이용 기자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사직 전공의에 대한 정부의 사법절차 및 행정처분 압박이 커지면서, 의대교수와 의대생들이 집단행동에 합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1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4일부터 전국 대학교의 신학기가 시작된 가운데 일부 의과대학은 수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대하며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에 나서자, 보건복지부와 경찰 등은 면허정지와 소환 조사 등으로 관계자들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이에 의대교수들은 후배와 제자들을 보호하겠단 뜻을 밝히며, 투쟁에 나서겠단 뜻을 밝혔다. 최근엔 서울아산, 세브란스 병원 등 소속 의대교수 및 전문의 16명은 온라인 사이트를 개설해 시국 선언을 하고, 동료 교수들의 참여를 촉구했다. 이들은 전국의 수련병원 소속 교수, 전문의를 비롯한 5000여명을 대표해, 정부에게 전공의들을 향한 위압적 발언과 위협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우리는 이미 한계에 다다르고 있으며, 최악의 의료 파국이 임박하고 있다"며,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전공의들은 피교육자로서 더 이상의 수련을 포기했을 뿐 환자를 버리고 떠난 것이 아니다”라며 집단행동에 나선 제자 및 후배들을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홈페이지 한편에는 전국 수련병원의 교수 및 전문의들의 연대 서명을 받는 항목까지 운영한다. 3월 10일 오후 4시까지 수련병원 소속 교수 및 전문의 3523명, 기타 1657명등 총 5180명(중복 제외)이 서명했다. 서울대병원·분당서울대병원·보라매병원에서 각 병원 소속 교수들로 구성된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11일 오후 5시 총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단체로 사직서를 제출하는 등 교수 집단행동에 대한 의견도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비대위 방침이 결정되면, 이를 분수령으로 전국 각지 의대교수들도 집단행동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다. 앞서 분당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는 지난달 28일 비상총회를 열고 전체 교수 대상으로 집단행동 의향을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28~29일 이틀간 재직교수 431명 가운데 293명(68%)이 참여했다. '전공의들이 면허정지·구속·면허취소 등 실제 사법조치를 당한다면 교수들이 전공의와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 집단행동이 필요하다'는 질문에 84.6%가 찬성했다. 교수들이 말하는 집단행동이란, 사직 외에 ‘겸직 해제’도 포함된다. 만약 겸직을 해제한다면, 교수들은 학교 강의만 하고 병원 파견은 포기하게 된다. 이는 의료법상 진료 거부에 해당하지 않는다. 현재 대학병원들이 전공의의 빈자리를 의대 교수들을 동원해 운영 중인 만큼, 의료공백이 더 가중될 수 있다. 의대생들은 휴학서 제출과 수업거부로 집단행동에 가담한 상황이다. 의대 휴학의 경우, 교육부가 40개 대학을 대상으로 확인한 결과 지난 8~9일 기준 수업 거부가 확인된 곳은 10개 대학이다. 또 전체 재학생의 29%가 유효한 휴학 신청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대 의대는 교수협의회와 의대생이 뜻을 모았다. 70여명으로 구성된 이들 단체는 이날 오전 10시 부산대 양산캠퍼스에서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교수진은 의대생에 대해 유급 조처가 내려지거나, 전공의에 대한 사법 절차가 내려질 경우 사직하겠다고 밝혔다. 또 의대 정원을 2배 확대하겠다고 밝힌 차정인 부산대 총장에게 사퇴 촉구서를 전달했다. 강원의대 학생들은 학교 측의 증원 전면 백지화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엔 "증원은 강원대가 지향하는 교육목표와 맞지 않고, 현재 정책 결정이 학생과 교수진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은 일방적이고 부당한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KMSA)는 세계의대생협회연합(IFMSA)에 "정부가 위협을 가하고 있다"며 지원을 요청했다고 SNS에 공개했다. KMSA는 “우리는 이런 독재적인 정부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며, 미래의 환자를 위험에 빠뜨리도록 놔두지 않겠다"며 "국민의 건강을 위해 우리는 싸우고 있고, 지원을 요청한다"고 전했다. 재학생 3분의 1 가량이 휴학을 신청한데 이어, 교수들마저 집단행동에 참여할 경우 의대 수업이 당분간 중단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들이 유급해 졸업이 늦어지면 그만큼 의료인 배출이 늦어지는 만큼, 25학년도부터 이뤄지는 의대 증원 계획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