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전쟁, 라마단에도 계속···불붙는 '확전' 우려
석방자 명단 교환 불발에 휴전 협상 공회전 국제사회, 라마단 기점 이슬람 결집에 촉각
2025-03-11 이태훈 기자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이슬람의 의무이자 근본을 가리키는 '5개 기둥' 중 하나인 금식성월 라마단이 11일(현지시간) 대부분의 이슬람 국가에서 시작됐다. 이집트와 카타르 등 제3국은 라마단 전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성사를 시도했지만 끝내 불발됐다. 국제사회는 이슬람 국가들이 라마단을 기점으로 뭉쳐 가자지구 내 전쟁이 확전하는 상황을 경계하고 있다.
외신 등에 따르면 이슬람 종주국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10일 저녁 메카에서 초승달이 관측됐다면서 11일이 이슬람력(히즈라력)의 9번째 달, 즉 라마단의 첫날이라고 선언했다. 곧이어 시리아, 이집트,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이라크 등도 같은 날 금식성월이 시작된다고 공식 발표했다. 라마단은 이슬람의 사도 무함마드가 경전 쿠란을 계시받은 일을 기리는 신성한 달로 여겨진다. 라마단엔 일출부터 일몰 시까지 음식은 물론 물도 입에 대지 않는 등 금욕의 시간을 보낸다. 일몰 뒤엔 축제가 벌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올해 라마단은 축제와 감사가 아닌 전쟁과 긴장 속에 진행될 전망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 협상이 사실상 무위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지난달 미국과 카타르, 이집트 등 중재국들과 휴전을 위한 논의를 이어갔지만, 양측의 석방 대상자 명단 교환이 이뤄지지 않으며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라마단 전 휴전 성사가 불발되면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확전 우려는 커지고 있다. 이들이 전쟁 중 맞이하는 라마단을 우려하는 가장 큰 이유는 1967년 3차 중동전쟁을 계기로 이스라엘이 점령한 동예루살렘에 있는 이슬람 3대 성지 알아크사 사원의 존재 때문이다. 동예루살렘에 있는 35에이커(약 14만㎡) 크기의 성지는 이슬람교, 유대교, 기독교가 공통으로 성스럽게 여기는 곳이다. 요르단과 이스라엘은 3차 중동전쟁 후 이슬람교도와 유대교도의 마찰을 피하기 위한 규칙 등을 만들었는데, 이는 현재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팔레스타인 주민과 아랍계 이스라엘 주민은 라마단 기간 신앙의 자유를 외치며 사원의 문을 걸어 잠그기도 하고, 이스라엘 경찰은 질서유지를 이유로 이런 팔레스타인 주민의 행동에 제약을 가했다. 이 과정에서 양측 간 유혈 충돌이 자주 빚어졌고, 이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간 대치로 이어졌다. 특히 2022년 극우세력을 등에 업은 베냐민 네타냐후가 총리로 복귀하면서 이스라엘 극우 정치인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동예루살렘의 주인은 유대인'이라는 등의 주장을 하며 '성지 도발'을 벌였다. 전쟁 중 맞는 올해 라마단에도 이런 도발이 벌어진다면 이란을 중심으로 하는 '저항의 축'에 한정됐던 아랍권의 반(反)이스라엘 움직임이 크게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편 하마스는 성명을 통해 라마단 기간 팔레스타인 안팎의 모든 전선에서의 대결과 시위, 알아크사를 향한 집결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