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ELS 자율배상 시뮬레이션 돌입…확정까진 난항

전체 배상 규모 산정 및 올해 실적 여파 등 분석 고객·미 만기 도래 계좌多…"배상 시일 걸릴 것"

2025-03-11     서효문 기자

매일일보 = 서효문 기자  |  금융감독원이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분쟁조정기준안을 내놓은 가운데 은행권이 자율배상 시뮬레이션에 돌입했지만, 자율배상안 확정에는 난항을 겪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H지수 ELS 은행 판매 규모는 15조4000억원에 달한다. 지난 1∼2월 만기가 도래한 1조9000억원 가운데 1조원의 손실이 확정됐다. 해당 ELS에 가입한 은행 고객 계좌가 24만3000개에 달하는 만큼 개별 사례에 대해 판매사인 은행과 투자자인 고객의 책임을 얼마씩 반영하느냐에 따라 배상 규모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금융권은 ELS 손실 자율배상안 마련과 금융당국 기준안을 분석하기 위해 소비자 및 상품 관련 직원들이 지난 주말에도 출근하며 바쁘게 보냈다. 각 배상 비율 산정에 따른 전체 배상 규모와 올해 실적에 미칠 여파 등에 대한 시뮬레이션에 돌입한 것. 해당 노력에도 불구하고 자율배상안 마련에는 난관이 많다. 대상 고객 수가 많고, 만기가 도래하지 않은 계좌도 상당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고려해 실제 고객들에게 배상이 이뤄지기까지는 상당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자체 시뮬레이션과 법률 검토 등을 토대로 배상안을 이사회 안건으로 부의·의결해야 하는데, 마침 사외이사 교체 시기라 시일이 더 걸릴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단, 자율배상을 서둘러야 한다는 인식을 공유 중이다. 비협조적인 태도를 고수할 경우 당국으로부터 철퇴를 맞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깔렸다. 한편, 금감원은 이날 분쟁조정기준안을 발표하면서 위법 부당행위에 대해 엄중히 조치하되 고객 피해배상 등 사후 수습 노력은 참작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뿐만 아니라 ELS 등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판매 제도를 종합적으로 진단,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번 분쟁조정기준안은 한편으로는 억울하게 손실을 본 투자자가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시장원리의 근간인 ‘투자자 자기책임’ 원칙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무거운 마음으로 심사숙고하여 마련했다”며 “향후 기준안에 따라 배상이 원활히 이루어져 법적 다툼의 장기화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금융권이 적극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