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유조선 사고’…진짜 가해자는 웃고 있다

윤진숙, 가해·피해 구분 발언으로 뭇매 맞고 해임
오션스탱커, 정치권 ‘무관심’ 틈타 ‘무대응’ 일관

2014-02-19     김경탁 기자
[매일일보] 지난달 31일 전남 여수에서 발생한 ‘우이산호 충돌사고’와 관련해 ‘직접적 가해자’인 선박의 선사(船社)가 사태에 뒷짐을 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분위기의 핵심에는 우리 정치권의 무책임한 행태가 자리잡고 있다.윤진숙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GS칼텍스는 피해자”라는 발언을 했다가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에 뭇매를 맞고 해임되는 소란의 와중에 가려져버린 진짜 가해자는 정작 조용히 뒤에서 웃음 짓고 있는 모양새가 연출되고 있다는 말이다.싱가포르 국적의 유조선인 우이산호의 선박 운영사는 세계적인 해운그룹 노바탱커스 계열의 오션탱커스로, 이번 사고는 우이산호가 여수 광양항 원유2부두에 접안하는 과정에서 규정보다 빠른 속도로 돌진해 부두를 들이받으면서 발생했다.이 충격으로 GS칼텍스 소유의 송유관 3개가 파손되면서 배관 내부에 있던 원유가 바다로 흘러나가 인근 해안이 기름으로 오염이 됐다. 사고 정황만 놓고 보면 멀쩡히 있다가 사고를 당한 GS칼텍스가 ‘피해자’라는 윤 전 장관의 발언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다는 말이다.하지만 예상치 못한 송유관 파손을 겪은 GS칼텍스는 사고 직후 사과문을 발표하며 방제 비용과 의료비 등을 우선 지급하겠다고 밝혔고 피해 현장에 사고 당일부터 직원 100∼150명을 투입해 방제 작업을 돕는 활동을 벌이며 현장 수습에도 발 벗고 나섰다.반면 정작 오션탱커스 측은 사고 직후 홈페이지에 “우이산호의 사고 소식을 알리게 돼 유감”이라며 “선박 앞부분에 작은 피해가 발생했지만 기름 유출은 없었고 선원 모두는 안전하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올린 이후 20일이 지나도록 공식 사과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19일 여수해양경찰청과 정유·해운·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사고 직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유감’이라는 공식 입장을 내놓은 이후 침묵을 지키고 있는 ‘직접적 가해자’ 오션탱커스 측은 사고 현장인 한국에 공식적인 대응 창구도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정치권이 테크노크라트 출신의 여성 장관을 1명 해임시킨 것에 만족하고 이 사건에 대한 관심을 끊어버린 가운데 일각에서 ‘미온적 대응으로 일관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오션탱커스가 앞으로 본격적인 피해 보상 논의 과정에 어떤 태도를 보일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윤 전 장관의 ‘GS칼텍스는 피해자’라는 발언은 ‘이 사건의 진짜 가해자는 오션탱커스’라는 의미를 담고 있지만 국회의원들이 이 발언을 빌미로 면전에서 윽박지르면서 결국 해임으로 몰고간 상황에서 이 ‘본질’을 제대로 붙잡고 있을 대찬 당국자가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