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총리 등 책임 끝까지 묻겠다”

"[매일일보 강수지 기자] “상식적으로 금융당국 수장과 금융지주 회장들은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정부 대책은 이번 사태 발생을 초래한 정책·감독 실패에 대해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 금융지주회사 체제에서 비롯된 문제에 대한 책임도 전혀 없으며 오로지 금융기관 처벌로 책임을 회피하려는 졸속 대책이다.”

금융감독당국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희생양부터 먼저 만들며 졸속 징계를 내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19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개인정보유출 사태는 금융당국의 감독 실패가 큰 원인”이라며 “금융당국은 금융기관의 IT부문 외주화를 촉진하고 카드·대출모집인 제도를 확대하는 등 규제를 완화했지만 본연의 임무인 관리감독에는 소홀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보유출 사고는 수도 없이 발생했지만 금융당국은 수수방관하거나 솜방망이 처벌로 그쳤고 실효성 있는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지도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금융노조는 카드3사의 영업정지 3개월이 부당하다고 비판했다.

카드3사에 대한 이 같은 결정은 여신전문금융업법과 시행령, 감독규정을 짜깁기해 처분한 내용이지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된 정확한 근거조항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금융기관의 건전한 영업 또는 업무를 저해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건전경영을 훼손하거나 당해 금융기관 또는 금융거래자 등에게 재산상 손실을 초래한 경우’에는 영업·업무의 일부를 정지시킬 수 있다.

이 중 ‘금융기관의 건전한 영업 또는 업무를 저해하는 행위’ 부분은 제정 취지상 불공정 경쟁을 규제하기 위한 규정이기에 금융노조는 이번 사태에 적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이다.

만일 카드3사가 ‘당해 금융기관 또는 금융거래자 등에게 재산상 손실을 초래한 경우’에 해당돼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진 것이라면 “2차 피해는 없다”던 금융당국 스스로의 발표를 뒤집는 모순된 징계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금융노조는 “이번 정보유출 사태가 영업정지 수준의 징계에 해당하는 사고인지는 금융감독원의 검사가 끝난 뒤 명확히 따져봐야 확정할 수 있는 것”이라며 “검사가 끝나기도 전에 결과를 예단하고 처벌한 것은 초법적 심판이다”고 말했다.

또 “불법적 카드모집으로 금융위기까지 갈 뻔했던 지난 2002년 카드 사태로 인해 신규 회원 유치에 한정해 해당 카드사에 1.5∼2개월의 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졌던 것과 비교해도 과도하고 부당한 징계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금융노조는 금융당국의 대책이 ‘재발방지보다 처벌에 무게를 두고 있는 수박 겉핡기식’이라고 평가했다.

개인정보유출 금융사에 최대 50억원의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하거나 불법 유출정보 활용 대출모집인 영구퇴출, 카드 3사 영업정지 3개월 처분 등 사후처벌에만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또 “사태를 초래한 원인은 그대로 두고 사태가 터지면 강하게 처벌하겠다는 것은 재발방지 대책이 아니다”며 “금융당국이 전화영업 전면 금지를 발표했다가 일주일 만에 뒤집은 것도 그만큼 정부의 대책이 졸속적이라는 것을 반증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금융노조는 “모두가 책임을 지고 희생하고 있는 이 상황 속에서도 책임을 계속 회피하고 있는 경제부총리와 금융당국 수장들에게 이번 사태를 조장한 책임을 끝까지 묻겠다”며 “법의 정당한 집행을 위한 투쟁을 계속하면서 근본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해 대국회 활동 등 모든 노력을 함께 해 나갈 것이다”고 밝혔다.

향후 금감원 검사와 징계 과정 등에서 금융노동자들에 대한 책임전가 등이 발생한다면 “절대 용납하지 않고 이에 대한 합당한 대응을 해나갈 것이다”고 강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