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상병 의혹' 불 지핀 이종섭 출국···총선 코앞 與 공천에도 '불똥'
핵심 피의자 호주대사 임명, 관련자 줄줄이 ‘꽃길 인사’ 야 3당 ‘국기 문란’ 일제히 반발…총선 직후 특검 추진
2024-03-12 염재인 기자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정부·여당이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 관련자들에 이른바 '꽃길 인사'를 강행하며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은 주호주 대사로 임명했고, 임기훈 전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 등은 피의자 신분에도 진급시켰다.
국민의힘의 경우 또 다른 책임자인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등을 공천했다. 야권에서는 정부·여당의 무책임한 인사에 대한 법적 대응 등에 나섰다. 아울러 총선 후 '채 상병 특검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와 이용선 외통위 간사 등 민주당 의원들은 12일 오전 국회 의안과에 '이종섭 특검법'을 제출했다. 박 원내수석부대표는 특검법을 제출한 뒤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이 의혹의 대상자인 만큼 특검법에 대해 거부하는 행위는 자제해야 한다"며 수용을 촉구했다. 이 전 장관은 지난해 집중호우 당시 실종자를 수색하다 순직한 '채 상병 사망 사건' 조사 과정에서 수사 결과를 축소 지시하는 등 외압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공수처는 올해 1월 이 전 장관 등 주요 피의자에 대해 출국금지 조처를 내린 후 수사를 진행해왔다. 그러나 지난 6일 이 전 장관이 주호주 대사로 임명된 이후 출국금지가 해제돼 지난 10일 호주로 출국했다. 민주당은 피의자인 이 전 장관이 대사 신분으로 출국한 것과 관련해 오는 1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집을 요구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이러한 부적격자를 받는 호주는 어떻게 생각하나 참담하다"며 "민주당은 관련 상임위원회를 열고 국기 문란 관련자 전원을 고발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채 상병 사망 사건 관련 피의자들에 대한 영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해병 순직 사건 당시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으로 근무한 임기훈 육군 1군단 부군단장은 지난해 11월 신임 국방대 총장을 맡으면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지난 1월 공수처로부터 압수수색을 받은 박진희 전 국방부 장관 군사보좌관도 소장으로 진급해 육군 56사단장으로 발령받았다. 이밖에 논란의 중심에 있는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은 유임됐다. 반면 수사외압 의혹을 폭로한 박정훈 대령은 보직 해임에 이어 '항명 혐의' 등으로 재판받고 있다. 여당은 해당 사건의 책임자인 신 전 차관, 임종득 전 국가안보실 2차장들에 대한 공천을 확정하며 정부의 '꽃길 인사'에 발을 맞췄다. 신범철 전 차관(충남 천안갑)은 박 대령 상관인 김 해병대 사령관에게 이 전 장관 지시를 따르도록 지시한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된 상태다. 신 전 차관은 해병대 측에 박 대령의 보직 해임을 압박하는 등 수사은폐에 일부 개입한 의혹도 받았다. 임종득 전 2차장(경북 영주영양봉화)도 공천을 확정했다. 임 전 2차장은 해병대 수사단이 사건 기록을 경북경찰청에 이첩한 지난해 8월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과 두 차례 통화하는 등 의사 결정 과정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다. 야당은 채 상명 사망 사건 관련자들이 여당 공천을 받은 것에 대해 집중포화를 날리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11일 충남 천안을 찾아 채 상병 사망 사건과 관련해 '정권 심판론'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날 천안 신부동 문화공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이 내놓은 후보를 보라. 채 상병 사건의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는 사람이 공천을 받지 않는가"라며 "이게 국민에게 예의를 갖춘 행동인가"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이 천안갑에 채 상병 사건 당시 국방부 차관이던 신범철 후보를 공천한 것을 지적한 발언이다. 야권은 이 전 장관 출국을 계기로 '채 상병 사망 사건 의혹'에 화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민주당과 녹색정의당, 조국혁신당 등 야3당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법적 대응에 나섰다. 이중 녹색정의당과 조국혁신당은 지난 11일 공수처에 관련자들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했다. 민주당은 이 전 장관 출국에 연루된 외교부·법무부 등 관련자 고발과 함께 해당 장관들 탄핵도 예고했다. 또 야당은 '채 상병 특검법'을 총선 직후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때문에 4·10 총선 성적표가 채 상병 특검 처리 향방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채상병 특검법은 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진보당 등 야당 의원 181명 동의를 얻어 지난해 10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됐다. 지난해 10월 6일 기준으로 180일이 되는 오는 4월 3일부터 본회의에 상정돼 처리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