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백약이 무효인 저출산 대책, 실효성 있는 맞춤형 대책이 절실한 때
2025-03-13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매일일보 | 우리나라 출산율이 바닥을 모르고 매년 곤두박질치면서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Total fertility rate │ 15~49세 가임기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이라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이 0.72명으로 전년 대비 8%가량 떨어져 또다시 역대 최저 출산율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지난해 3분기 0.70명에 그친 데 이어 4분기 합계출산율이 0.65명으로까지 급락하면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끝없는 추락에 망연자실(茫然自失) ‘백약이 무효’란 한탄이 나올 수밖에 없다. 연간 합계출산율은 가까스로 0.7명대인 0.72명을 지켰으나 이런 추세대로라면 올해 출산율은 0.6명대인 0.68명까지 주저앉을 전망이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유일하게 출산율이 0명대인 나라다.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한다.
불과 50년 전인 197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라는 구호를 외치며 살았었다. 그러나 세상은 완전히 뒤바뀌어 1950년 5.05명(출생아 수 63만 3,976명)에 달하던 합계출산율이 1960년 베이비붐(Baby boom)에 편승하여 6.16명(108만 535명)으로 정점을 찍더니 이후 점차 줄어 1970년 4.53명(100만 6,645명), 1980년 2.82명(86만 2,835명), 1990년 1.57명(64만 9,738명), 2000년 1.48명(64만 89명)으로 2010년 1.226명(47만 171명), 2020년 0.837명(27만 2,337명), 2021년 0.808명(26만 562명), 2022년 0.778명(24만 9,186명)으로 줄어들었다. 그사이 1983년 합계출산율은 2.06명(76만 9,155명)으로 대체출산율(인구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의 출산율)인 2.1명 이하로 떨어졌고, 1984년 합계출산율 1.74명(67만 4,793명)으로 처음으로 1명대로 떨어졌으며, 1987년 합계출산율 1.53명(62만 3,831명)으로 OECD 평균 합계출산율 1.58명(2021년 기준)보다 무려 34년 전에 이미 못 미쳤고, 2002년 합계출산율 1.178명(49만 6,911명)으로 초저출산 기준인 1.3명을 돌파하였으며, 2018년 합계출산율 0.977명(32만 6,822명)으로 처음으로 1명 이하로 추락해 급기야 2023년 3분기 합계출산율은 0.70명으로 4분기에는 역대 최저치인 0.6명대까지 추락한 것으로 세계에서 가장 급속하게 추락 중이다. 통계청이 지난 2월 28일 발표한 ‘2023년 인구동향조사 출생·사망통계(잠정)’와 같은 날 발표한 ‘2023년 12월 인구동향’ 등에 따르면 2023년 출생아 수는 23만 명으로 전년 24만 9,200명보다 1만 9,200명(-7.7%) 감소했다. 2015년 출생아 수 438,420명(합계출산율 1.239명)에 비하면 8년 만에 거의 반 토막이 났다. 한국은 지난 2020년 사상 처음으로 출생아 수보다 사망자 수가 더 많은 ‘데드크로스(Dead Cross)’ 현상이 나타났는데 그 이후 더 뚜렷해지고 있다. 2023년 사망자 수는 35만 2,700명으로 전년 37만 2,900명보다 2만 2백 명(-5.4%) 감소해 지난해 총인구는 12만 명 감소했다. 통계청이 지난해 12월 14일 발표한 ‘장래인구추계 2022~2072년’ 시나리오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72명을 기록한 뒤 올해 0.68명으로 사상 첫 0.6명대에 진입하고 내년에는 0.65명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한다. 게다가 2041년이면 총인구가 4,000만 명대로 쪼그라든다. 그야말로 수축사회를 넘어 전쟁도 재난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자연적 인구 감소로 국가소멸 1호 나라가 될 것이란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청년들은 “아이를 낳고 싶어도 낳을 수 없다”고 호소한다. 먼저 장시간 근로를 선호하는 직장 문화로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가 힘들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인 지난 3월 10일 발표한 자료를 보도한 조선일보(윤상진 기자)에 따르면 기업 규모별로 육아휴직을 사용할 실태가 크게 차이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인 이상~30인 미만 사업체 근로자의 경우 ‘육아휴직이 필요한 사람은 모두 사용 가능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50.8%였다. 10인 미만 사업체에선 47.8%에 불과한 반면 300인 이상 사업체에선 95.1%가 필요한 사람은 모두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필요한 사람조차 전혀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없다’고 답한 비율은 10인 미만 사업체에서 23.0%, 30인 미만 사업체에선 19.2%였다. 반면 300인 이상 대기업에선 1.9%에 불과했다. 우리나라 전체 임금 근로자 중 12% 정도만이 대기업 정규직으로 일한다. 육아휴직 사용 비율도 기업 규모별로 차이가 난다. 같은 날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자료를 보도한 조선일보(윤상진 기자)에 따르면, 지난해 육아휴직자 중 중소기업 근로자는 55.6%(7만 95명), 대기업 근로자는 44.4%(5만 5,913명)였다. 육아기 근로 시간 단축 사용자는 64.4%(1만 4,939명)가 중소기업 근로자였다. 중소기업 근로자가 80%가 넘는 현실을 감안할 때 육아휴직 등은 대기업 직원이 많이 이용한 것이다. 출퇴근 시차제와 같은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기업은 25%에 불과한 실정이다. 그렇다고 맞벌이를 포기하자니 치솟은 주거비와 교육비를 감당할 수 없다. 결국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저출생 해결에 앞장서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세제 혜택’ 등 정부가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 고용노동부는 중소기업에서 눈치 보지 않고 육아 지원 제도를 사용할 수 있도록 대체 인력 채용 지원을 늘리고,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으로 생긴 업무 부담을 맡는 동료에게 보상을 줄 수 있도록 중소기업에 ‘업무분담지원금’을 주기로 했다. 동료의 눈치를 보지 않고 단축 근무를 사용하라는 취지다. 우리보다 먼저 저출산을 경험한 국가 중에선 과감한 정책으로 출산율을 반등시킨 사례가 있다. 광주드림(박현아 기자)의 보도에 따르면 독일은 보육시설과 전일제 학교를 확충해 국가가 육아를 책임졌다. 독일은 가족 내 돌봄과 책임성을 강조하는 보수주의 성격이 강해 가족 밖 돌봄서비스 및 보육 서비스 확장보다는 가정 내 자녀를 돌보는 데 중점을 두었는데, 여성은 양육을 담당하는 전통적 성 역할이 일반화돼 일과 가정의 양립이 어려웠고, 보육시설 부족 등으로 여성이 출산을 포기하는 사례도 많았다. 하지만 2000년 이후 여성의 사회 활동이 일반화되면서, 출산율은 급격한 하락을 겪었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보육 인프라 확충을 포함한 일과 가정 양립 정책에 중점을 두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는 ▷부모휴직, ▷부모 수당, ▷보육 정책 등이 있다. 부모휴직의 경우 만 8세 미만 자녀를 가진 고용인에게 최대 36개월의 휴직을 무급으로 제공토록 했고, 부모 수당은 육아휴직 시 순소득의 67%를 지급하고 12개월을 보장했다. 이 또한 주어진 한도 내에서 수급기간을 나누어 받을 수 있었으며, 최대 월 1.800유로(247만 원)까지이며 이전 소득이 없어도 300유로(41만 원)을 지급했다. 통독 이후 급락한 출산율을 2021년 1.58로 반등시켰다. 기존 가족정책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보고 2017년 여성의 고용을 유지하고 노동시간에 대한 자율권을 주면서 동일 노동·동일 임금 원칙을 철저히 보장하는 성평등 정책을 도입한 결과다. 프랑스는 가족수당을 충분히 지원하고 이를 지원할 때 비혼 가정 자녀도 차별하지 않았다. 출산 수준의 회복을 위해 ‘가족수당’과 소득세의 ‘가족 계수’ 이 두 가지 축을 기반으로 출산 장려 정책을 착수했다. 프랑스의 가족수당은 1938년 처음 도입했고, 이후 급여수당, 출산 전 수당, 출산수당 등 가족 지원을 체계화했다. 또한 현금 급여 지원 정책의 다른 하나로 국민건강보험기금을 통해 출산휴가를 지원하고 있다. 프랑스는 자녀가 2명 이상이라면 자녀가 만 20세가 될 때까지 가족수당을 받는다. 자녀가 3명 이상이면 그 혜택은 더욱 늘어난다. 독일과 마찬가지로 성인이 될 때까지 수당을 지급하는 것이 특징이다. 프랑스는 25~49세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83%를 넘는데 합계출산율은 2022년 1.79로 유럽 국가 중에서도 높은 편이다 스웨덴은 육아휴직 ‘아빠 할당제’를 두고 부모가 최대 480일 동안 휴가를 쓸 수 있도록 했다. 이들 국가는 출산율 1.5∼1.8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스웨덴은 아동수당의 조기 시행, 여성의 사회 진출에 따른 포괄적 가족복지 시행, 무상 공교육 제공, 사교육비 없는 방과 후 과정 등을 통해 출산에 따른 부모 부담을 낮추는 등 출산으로 인한 가정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정책을 개발했다. 16세 미만의 자녀가 있는 부모에게 매월 ‘아동수당’을 우리나라 돈으로 약 16만 원 정도를 지급했으며, 자녀가 두 명 이상의 경우는 다자녀 가족 보조금을 아동수당과 별도로 지급했다. 또한 자녀 양육 가구를 위한 세제 혜택으로, ‘가정 보모’ 및 ‘가사도우미’를 이용하면 인건비의 50%에 대해 세금을 감면했다. 여성의 노동 시장 참여를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일 가정 양립과 육아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지원체계도 확립했다. 유급휴가를 지원하는 ‘부모보험 제도’가 그 기본인데 기혼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와 남성의 육아 참여를 높이고자 ▷육아휴직, ▷자녀 간호제도, ▷임신수당 등이 운영된다. 육아휴직은 자녀 1명당 12세가 될 때까지 부모가 최대 480일간 쓸 수 있도록 설계됐다. 대부분 부모는 첫 390일 동안 월 상한액 한도에 맞춰 자신이 받던 급여의 90%에 해당하는 수당을 청구할 수 있다. 이는 고용주가 부담하는 사회보장기여금 중 부모보험으로 할당된 재원과 일반 조세가 합쳐져 마련되고, 남성의 부모 휴가 사용 촉진을 위해 부부간 양도가 불가능하고 사용하지 않으면 자동 소멸하도록 할당제 또한 도입했다. 즉 남성도 꼭 육아휴직을 쓰라고 장려하는 것이다. 자녀 간호제도는 자녀간호로 일을 할 수 없는 부모들이 자녀가 12세가 될 때까지 연간 최대 120일을 쓸 수 있으며, 이 경우에도 급여의 80%를 수당으로 지급한다. 임신수당은 추가 출산을 장려하기 위한 목적으로 1980년대 중반부터 출산 이후 30개월 이내 아이를 추가 출산 및 입양하면, 이전 육아휴직 시와 도일한 수준의 급여를 계속 지급받을 수 있는 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스웨덴의 합계출산율은 2021년 기준 1.67명이다. 헝가리는 저출산 극복을 위해 2019년 ‘베이비 익스펙테이션 론(Baby expectation loan)’ 정책을 도입했다. 40세 이하 신혼부부가 아이를 낳기로 약속하면 정부가 저리로 최대 1,000만 포린트(HUF │ 1포린트=3.36원)를 대출해 주고, 5년 내 첫째 자녀를 낳으면 이자 면제 혜택을 준다. 둘째를 낳으면 대출액의 3분의 1을 탕감하고 셋째를 낳으면 대출액 전액 탕감해주고 4명 이상의 아이를 가진 여성은 평생 소득세가 면제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또한 3명 이상 자녀 가정에 7인승 자동차 구매 시 한화 1,000만 원 지급, 보육시설 신설, 국영 시험관 시술기관 무료 지원 등 저출산 극복 정책으로 실제 혼인율이 20% 높아졌고, 합계출산율도 2011년 1.23명에서 2020년 1.56명으로 올렸으며, 2030년까지 출산율을 2.1명까지 증가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는 2006년부터 2021년까지 16년 동안 온갖 정책을 발표하고 무려 280조 원이나 쏟아부었는데도 범위를 확대하면 380조 원을 썼다지만 아이를 낳고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는 실패했다. 저출산과 무관한 부처별 각종 사업이 저출산 정책으로 포장되고 정작 필요한 제도에는 찔끔 지원이 이뤄지면서 그 효과를 체감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GDP 대비 주택 융자 등을 뺀 아동수당, 육아휴직급여 등 가족복지 지출 비율은 1.56%다. OECD 평균 2.28%에 크게 못 미친다. 출산율 대응의 모범 사례국으로 꼽히는 노르웨이, 스웨덴, 프랑스, 독일 등은 3%가 넘는다. 말로는 아이 낳기 좋은 환경을 만든다면서도 실제로 이를 가능케 하는 사회적 돌봄 체계 구축에는 우리 정부가 인색하지 않았는지 돌아봐야 할 대목이다. 더구나 지난해 저출산 예산은 48조 2,000억 원으로 오히려 줄어서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더 낮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제라도 보여주기식으로 나열된 정책을 솎아내고 효과가 검증된 정책에 집중해 과감하게 지원해야 한다. 정부가 절박함 없이 시늉만 하면서 국가의 명운이 달린 위기를 방관(傍觀)하거나 방치(放上)하거나 방기(放棄)해선 안 될 일이다. 지난 10년간 소득 하위층의 출산율 하락 폭이 커 향후 출산율 제고를 위해서는 저소득층에 대한 맞춤형 정책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 3월 3일 발표한 ‘소득분위별 출산율 변화 분석과 정책적 함의’ 연구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100가구당 출산 가구수는 소득 하위층 1.34가구, 소득 중위층은 3.56가구, 소득 상위층은 5.78가구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경제력과 출산이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논리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유일하게 출생아 수가 증가한 곳이 강남구라 한다. 출생률 제고 정책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펴는 것이 더 급하고 효율적이라는 얘기다.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삼포 세대’에게 대기업의 출산지원금이나 신혼부부 증여세 공제는 상대적인 박탈감만 키울 뿐이다. 부자 감세 정책으로 지난해 세수 결손액이 56조 4,000억 원에 이른다. 소득 하위층에서의 출산율이 낮게 나타나는 만큼 저소득층 지원 중심으로 출산 정책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출산장려금, 아동수당, 영아 수당 등에서 소득 상위층에 대한 지원보다는 저소득층 혹은 소득 하위층에 대한 지원을 확대 및 강화하는 핀셋형·맞춤형 정책지원이 필요한 건 당연하다. 무엇보다도 아이를 낳게 하는 것 못지않게 아이를 기르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가야 한다. 특히 맞벌이 부부가 많아지는 추세에 맞춰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도록 보육 시스템 개선에 진지한 고민을 담고 속도를 내야 한다. 가부장제 아래에서 미덕으로 자리 잡은 결혼 생활을 보다 더 엄정한 시선과 공정한 잣대로 살펴보고, 여성의 능력을 남성 편향에서 과감히 벗어나 사회적으로 공평하게 수행하고 그것에서 얻는 높은 성취감이 출산으로 인해 훼손되지 않도록 심도 있는 정책을 구상하여 육아 독박, 경력 단절, 가사노동 편중 등으로부터 자유롭고, 영·유아에서 유치원, 유치원에서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자녀를 안심하고 양육하고 기를 수 있도록 아이 기르기 좋은 판이 짜인다면, 자식은 부모가 낳을지라도, 부모의 자녀에 그치지 않고 국가의 국민이라는 의식과 제도가 조기 안착한다면, 자녀를 기르는 동안 어머니가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의 꿈과 희망과 능력이 억눌리지 않고 안정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사회시스템이 개혁된다면 아이를 낳은 엄마가 그것으로 행복한 것은 물론 손해 보는 일이 없도록 개선된다면 세계 최고의 ‘난임 국가’로의 낙인이 걷히게 될 것이다. 지금은 ‘국가소멸 위기’의 ‘인구 대재앙’을 극복하기 위해 발상을 바꿔 정책 대전환에 서둘러 나서야 한다.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