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주 열풍’ 증권사 빚투 신기록 행진
신용거래융자 잔액 18.8조… 올해 최대치 기록 AI 반도체·비트코인 등 테마로 신용융자 확대
2024-03-13 최재원 기자
매일일보 = 최재원 기자 | 개인투자자들의 ‘빚투(빚내서 투자)’가 테마주를 중심으로 크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AI 반도체 및 가상화폐 테마를 시작으로 급등 테마주에 빚투가 몰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지난 8일 기준 18조845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6일(19조1750억원) 이후 5개월여 만에 최고치다. 신용거래융자 잔액이란 주가상승을 기대하면서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린 뒤 갚지 않고 남은 자금을 뜻한다. 신용거래융자 잔액의 증가는 보통 시장에서 레버리지(차입) 투자가 증가했다는 의미로 본다. 현재 회사별 대출 이자는 연 3.69~9.8%(90일 만기 기준) 수준이지만 국내 증시의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지난해 11월 6일 16조5767억원까지 감소한 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 초 정부의 국내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정책이 예고되며 증가세도 가팔라졌다. 신용잔고가 급등한 업종으로는 엔비디아를 필두로 한 미국발 인공지능(AI) 반도체 랠리 수혜종목에 집중됐다. 엔비디아의 경우 지난 2023년 1월 이후 주가가 무려 6배나 오르며 올해까지 AI 열풍을 이끌고 있다. 아울러 올 들어 국내 증시에서도 AI 반도체 관련주들로 신용잔고가 쏠렸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이수페타시스가 약 800억원으로 한달 새 260억원이 늘었고, 한미반도체의 신용잔고 역시 240억원 가까이 불어났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HPSP‧가온칩스 등 AI 반도체 수혜주에 대한 빚투가 200억원 내외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로봇 테마주로 묶이는 제우스와 레인보우로보틱스 역시 신용잔고가 한 달 새 각각 173억원, 69억원 확대됐다. 가상화폐 시장 역시 성장하면서 관련주들 신용거래융자 잔액도 급증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우리기술투자의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130억원 가량 늘었다. 우리기술투자는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1월 11일 미국 거래소에 10개의 비트코인 현물 ETF가 상장되며 기관과 개인의 자금이 대거 유입됐다. 이에 매수세가 공급량을 크게 상회하자 가격이 치솟았고, 상장 이후 지난달 말까지 불과 한 달 반 만에 현물 ETF로 144억달러(한화 19조2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이 순유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