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 재허가제 폐지…대기업 방송 소유·겸영 규제완화 추진

총리 주재 '미디어 콘텐츠 산업 육성 발전방안' 발표 지상파·종편 재허가·승인 유효기간 5년→7년 조정 세제 혜택 늘리고 1조원대 민관 합동 펀드 조성도 시장점유율 규제 폐지·방송 광고 총량 규제 완화

2025-03-13     이태민 기자

매일일보 = 이태민 기자  |  국내 인터넷TV(IPTV)와 케이블방송 등 유료방송에 대한 재허가 규제가 사라진다. '최소 규제 체계'로 개편해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산업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국무총리 산하 미디어·콘텐츠산업융합발전위원회는 13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주재한 전체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미디어·콘텐츠 산업융합 발전방안'을 확정했다. 위원회는 우선 유료방송의 재허가·재승인제를 폐지한다. 그동안 케이블방송, 위성방송, IPTV는 7년마다 정부의 사업 재허가·재승인 심사를 받아야 했다. 앞으로는 기존 허가·승인의 유효기간을 폐지해 불필요한 심사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다. 장기적으로는 유료방송 허가·등록제를 등록·신고제로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 경우 사업자들은 별도 허가 없이 신고 절차를 거쳐 유료방송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 지상파방송과 종편·보도 채널에 대해서는 재허가·재승인 제도를 유지하되, 최대 유효기간을 현행 5년에서 7년으로 늘린다. 이를 통해 사업자 부담을 줄이고 장기적인 사업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대기업·일간신문·외국인의 방송매체의 대주주가 될 수 없도록 지분 소유에 제한을 두던 것도 폐지된다. 현재 자산총액이 10조원 이상인 대기업은 일정 비율(지상파 지분 10%, 종편·보도 채널 30%)이 넘는 방송사 지분을 소유할 수 없는데, 앞으로는 관계 법령상 자산 기준을 상향해 대기업의 방송 진출 문턱을 낮추겠다는 취지다. 지분 소유 제한 대상인 대기업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은 2008년 이후 16년 만에 처음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내년까지 관련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외국인의 경우 공익성 심사를 전제로 일반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와 홈쇼핑 채널의 지분 소유 제한 규제를 푸는 방안도 마련한다. 일간 신문(뉴스통신)의 케이블·위성방송·IPTV 지분 소유 제한 규제는 아예 폐지하는 규제 개선책도 추진된다. 중소·지역방송에 대해서는 겸영 규제 완화와 함께 광고규제 특례 도입, 순수 외주제작 규제 완화 등을 검토한다. 다만 지분 소유 규제 개선은 법 개정 사안으로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이밖에 위원회는 케이블방송, IPTV의 시장 점유율을 전체 가입자 수의 3분의 1(일반 PP는 매출액 49%)을 넘길 수 없도록 한 시장 점유율 규제도 폐지키로 했다. 대규모 미디어 사업자의 출현을 사전에 제한하고, 자유로운 시장경쟁에 저해된다는 판단에서다.   유료방송은 그간 70개 이상의 채널을 운용해야 한다는 의무가 있었는데, 자율성 제고를 위해 이러한 의무를 폐지키로 했다. 해외 수입 프로그램 방송시간에 대한 일부 규제를 비롯해 오락프로그램을 매 반기 전체 방송시간의 60% 이하로 편성해야 하는 규제도 사라진다. 위원회는 또 TV 광고 규제를 완화해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전망이다. 우선 프로그램 편성 시간의 20% 이하로 제한된 광고 시간 총량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현재 7개인 광고 유형은 3개로 단순화해 관리하고, 어린이 보호를 위해 고열량·고카페인 식품 광고 시간 등을 제한한 광고 관련 규제도 풀 방침이다. 방송심의 규정 역시 변화한 시대상을 반영해 손질하는 한편, 매체별 등급 분류 기준 조정을 추진한다. 코카콜라, 맥도날드 등 고열량·저영양 식품은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광고를 송출하지 못했는데, 이러한 시간제한도 완화할 방침이다. 이밖에 조제분유·조제우유 광고 금지 등 실효성이 없거나 시대에 맞지 않는 규제를 소관 부처와 협의해 단계적으로 개선해 나간다. 드라마·영화 등 영상 제작자에 대해서는 제작비의 최대 30%를 세금에서 감면할 예정이다. 영상 콘텐츠 제작비에 대한 기본 세액공제율을 현재 3∼10%에서 5∼15%로 올리고, 제작비의 국내 지출 비중에 따라 최대 15%의 추가 공제 혜택을 주는 방식이라고 정부는 설명했다. 이밖에 중소·중견기업이 영상 콘텐츠 문화산업 전문회사에 투자한 금액에도 3%의 세제 혜택을 신설한다. 아울러 1조원대 ‘K-콘텐츠·미디어 전략 펀드’를 조성해 국내 콘텐츠 제작사를 지원한다. 국내 제작사가 지적재산(IP)을 해외에 넘기지 않고도 제작비를 마련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는 취지다. 토종 OTT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스마트TV 전용 채널도 확대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K-콘텐츠와 연계해 국내 OTT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고, 이를 뒷받침할 기술과 인력 육성에 집중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오는 2026년까지 전문 인력 1만명을 육성하는 한편 콘텐츠 불법 유통을 근절하기 위한 종합 대응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기획-제작-유통 전 단계에서 인공지능(AI) 기술의 접목을 강화하고 버추얼 스튜디오 등 첨단 제작 인프라를 확대한다. 혁신을 이끌어 나갈 창의융합형 전문인력을 포함해 앞으로 3년간 1만 명의 인재를 육성할 계획이다. 이정원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은 "미디어·콘텐츠 산업이 반도체, 이차전지와 같은 국가전략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미디어·콘텐츠 산업의 위기 극복과 산업 약진의 열쇠는 세계 시장 진출에 있다고 보고, 글로벌 진출과 신시장 선점을 위해서 총력 지원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