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첫날 단체상봉 ‘눈물바다’

납북어부 2명 등 북측 신청자 88명, 남쪽 가족 만나

2015-02-20     김경탁 기자
[매일일보] 3년 4개월 만의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20일 금강산호텔에서 열렸다. 이날 오후 이뤄진 첫 번째 단체 상봉에서는 남측 이산가족 12명이 부부·자식, 47명이 형제·자매, 23명이 3촌 이상 친지를 각각 만났다.상봉자 중에는 1970년대 서해상에서 조업 중 북한으로 끌려간 납북 선원 박양수(58)씨와 최영철(61)씨가 동생 박양곤(52)씨와 형 최선득(71)씨를 각각 만나 눈길을 끌었다.박 씨를 포함한 쌍끌이 어선 오대양 61호, 62호의 선원 25명은 1972년 12월28일 서해상에서 홍어잡이를 하던 중 납북됐고, 최 씨가 탔던 수원 32호와 33호도 백령도 인근에서 홍어잡이를 하다가 북한 해군의 함포 사격을 받고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박양수 씨의 부모와 큰 형은 모두 사망해 이번 상봉에는 동생인 양곤씨가 형을 만나기 위해 금강산을 찾았다. 양곤 씨는 42년 만에 만난 형을 꼭 끌어안으며 “고맙습니다. 얼굴을 뵙게 해주셔서…”라며 격해진 감정에 말을 잇지 못했다.양곤씨는 형에게 남쪽 소식을 생생히 전하기 위해 돌아가신 부모님과 큰형의 묘소 사진, 가족 사진, 고향마을 풍경 사진을 챙겼고 내복 등 의류와 생활필수품을 선물로 준비했다.박씨와 마찬가지로 납북어부 출신인 최영철씨는 이날 나이가 10살이나 많은 맏형 선득씨를 만나 분단과 헤어짐의 아픔을 달랬다. 선득씨는 동생에게 남쪽의 두 형과 세 여동생, 그리고 조카의 소식을 전했고 영철 씨도 북한에서 결혼한 부인 박순화(60)씨를 형에게 소개했다.
한편 이번 상봉대상에는 당초 정부에 의해 전시납북자로 인정된 북한의 최종석(93)씨와 최흥식(87)씨도 포함됐으나 두 사람 모두 사망해 각각 남쪽의 딸 최남순(65)씨와 아들 최병관(68)씨가 북쪽의 이복형제와 만나 아버지의 생전 모습을 전해들어야 했다.이날 상봉에서는 남측 상봉단의 최고령자인 김성윤(96) 할머니는 여동생 석려(81)씨를 만났고 감기 증세로 거동이 불편해 응급차를 타고 금강산까지 이동한 김섬경(91) 할아버지는 딸 춘순(68)씨, 아들 진천(65)씨와 만났다.남측 상봉단은 2시간에 걸친 단체 상봉에 이어 북측 주최 환영만찬에 참석해 만남의 기쁨을 나누고 첫날 행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21일에는 개별·단체 상봉, 공동중식, 22일 ‘작별상봉’ 등 2박3일간 6차례에 걸쳐 11시간 동안 만나게 되며, 23일부터는 남측 대상자와 북측 가족간의 상봉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