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유통 확산에도… 정부 단속체계 구멍 ‘송송’
작년 마약사범 2만7611명… 1년 만에 9000명↑ 정부 '마약과의 전쟁' 허점… 심지어 경찰관 범죄도
2025-03-17 권영현 기자
매일일보 = 권영현 기자 |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지 1년이 지났지만 지난 2023년 마약 단속건수가 2만건을 넘어서는 등 단속체계에 심각한 구멍이 뚫린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 국내에서 마약류사범 단속 건수는 총 2만7611건으로 사상 처음으로 2만건을 넘겼다. 10년 전인 2014년(9742건)과 비교하면 2.8배 늘었고, 직전년도 단속건수(1만8395건)와 비교해도 1만건 가까이 늘었다. 심각한 점은 지난해 마약사범 중 여성과 미성년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대검찰청이 해당 수치를 집계한 2005년 이래 여성 마약사범 비중은 2009년(23.5%)을 제외하면 2015년까지 10%대에 머물렀으나, 2016년(20.4%) 처음으로 20%를 돌파했고 2023년엔 32.3%를 기록했다. 미성년자 마약 투입자는 1477명(5.4%)으로 연령별 비중에서 처음으로 5%를 넘겼다. 2022년도엔 481명(2.6%) 수준이었지만, 1년만에 3배 증가한 셈이다. 올해 마약 단속건수는 지난해보다 더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 1월에만 2017명이 적발되면서 지난해 동기(1313명)보다 53.6% 늘어났다. 2022년 10월 정부는 마약 단속 강화를 천명했다. 그럼에도 ‘좀비 마약’으로 알려진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은 처방전만 있으면 구할 수 있다는 국내법의 허점을 노려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실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부검 사체에서 검출된 건수는 총 69건으로 2021년(43건) 대비 60.5% 늘었고, 이 중 펜타닐 검출이 두 번째로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에는 현직 경찰관 A경장을 비롯한 20여명이 서울 용산구 아파트에 모여 집단 마약모임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엑스터시와 케타민 등의 마약을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A경장은 14층에서 추락해 숨졌고 부검 결과 마약 성분이 검출되면서 마약 사건으로 확대됐다. 최근 텔레그램 등 SNS의 발달로 마약 유통과 던지기, 가상화폐 거래 등 수사기관 교란 수법들이 늘어난 것도 마약 단속이 힘을 잃은 이유다. 특히 던지기 수법은 돈을 받은 마약상이 마약을 숨겨둔 특정 장소를 구매자에 알려주는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만큼 판매자를 특정하기 어렵다. 텔레그램과 다크웹도 추적이 어려워 마약 범죄의 온상으로 지목된다. 지난해에는 싱가포르 마약 조직이 서울 강남과 이태원에 거점을 두고 텔레그램으로 마약을 섞은 젤리와 캔디, 전자담배 등을 동남아에 980회 판매해 2억5000만원 상당의 수익을 내 경찰에 적발됐다. 지난해 마약류 밀경 단속도 3000건을 넘어서는 등 마약을 재배하다가 적발되는 사례도 크게 늘었다. 작년 서해지방해양경찰청이 대마와 양귀비 수확기인 4~7월 집중단속을 펼쳐 대마 25.3g과 양귀비 8046주를 압수했다. 지난해 4월엔 전남 완도군에서 자택 텃밭에 양귀비를 재배하던 주민을 불구속 입건해 송치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