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ELS 배상 불똥에 부동산PF發 악재까지 '이중고'

홍콩 ELS 배상 2천억원 전망…충당금 압박 가중될듯 올해 국내 PF만기 도래 7조원…수익성 악화 불가피

2025-03-17     이광표 기자
증권사들이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증권사들이 ELS 불똥에 부동산PF發 악재까지 겹치며 올해 가시밭길이 예고되고 있다. 지난해에도 실적 악화에 시달린 증권사들은 수장들을 대거 교체하며 분위기 쇄신에 나섰지만, 수습이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지난 11일 발표한 홍콩 H지수 기초 ELS 분쟁조정기준안에 따르면 1~2월 만기가 도래한 2조2000억원 중 손실을 확정한 금액은 1조2000억이다. 이중 증권사 판매분만 골라내면 2000억원으로 집계된다.   은행권에 비해 부담이 적긴하나, 이미 충당금 압박에 적자의 늪에 빠진 증권사에는 손실 배상이 이중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기업평가는 금감원의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증권사 ELS 판매잔액 중 올해 총 1조1000억원(기존 2000억원+추가 9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기평에 따르면 3월 이후 만기가 다가오는 금액은 16조6000억원이다. 여기서 추가 손실이 예상되는 금액은 4조6000억원인데, 역산해보면 추정손실률은 27.7%다. 16조6000억원 중 증권사 판매액은 3조1000억원으로, 이 손실률을 대입해보면 9000억원의 손실이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 당국에서는 은행, 증권의 평균적인 배상률을 20~60%로 추정한다. 지난 11일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ELS 손실배상안 발표 브리핑에서 "현재 단계 데이터를 기준으로 예상해보면 다수의 케이스가 20~60%에 분포할 것"이라며 "향후 개별적 사실 관계에 따라 배상이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증권사들이 책임져야할 손실배상비율은 20% 전후로 거론된다. 증권사 파생상품관계자는 "공통가산요소가 절반으로 책정됐기 때문에 증권의 손실배상비율은 20%안팎으로 본다"며 "대형사가 판매한 금액이 3000억~5000억원가량인데 손실률 50%, 배상율 20%가 적용되면 한 회사당 배상액은 300억~500억원 상당"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다올투자증권은 한국투자·미래에셋·삼성·NH투자·키움증권 등 5개 증권사가 부담해야 할 배상액을 2315억원으로 전망했다. 이는 기본배상비율에 개별요인을 제외하고 공통가중인 내부통제부실 요소만 반영한 수치다. 1개사 평균으로 따져보면 463억원으로 시장이 예상하는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다.  ELS 사태 배상 이슈뿐만 아니라 증권사가 보유한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중 상당액이 올해 만기가 도래하고 있다는 점도 악재다. 본격적인 PF 사업장 구조조정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부실 PF 사업장의 조기 정리를 주문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부동산 경기가 워낙 침체돼 있어 부실 PF 사업장 정리가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이면서 증권업계도 피해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국내 주요 29개 증권사의 올해 부동산 익스포져(위험노출액) 만기도래액은 10조3000억원이다. 이 중 해외부동산 익스포져 만기도래액 3조3000억원을 제외한 7조원이 국내 부동산 관련 PF다. 특히 브릿지론이 4조9000억원으로 규모가 가장 크다. 브릿지론은 부동산 PF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토지비 조달 등을 위해 필요한 자금이다. 부동산 경기가 악화되면서 브릿지론 단계에서 본 PF로 넘어가지 못하는 사업장이 많은데, 금융당국은 사업성이 떨어지는 사업장의 브릿지론에 대해 금융기관이 충분한 충당금 적립을 압박해 왔다. 충당금 적립을 통해 손실을 반영하고, 만기 연장 대신 토지를 경매나 공매 처리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결국 증권사가 만기도래하는 브릿지론의 만기연장을 하지 않는다면 올해 경공매 시장에 부실 부동산 물건이 쏟아질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실제 내년부터는 증권사가 보유한 브릿지론 만기가 크게 줄어든다. 26개 증권사의 내년 브릿지론 만기는 3000억원 수준에 불과하며, 2026년에는 1000억원으로 축소된다. 일각에선 ELS 손실 배상과 PF 만기 도래까지 겹치면서 증권사 수익성이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ELS 사태의 경우 실제 배상까진 시일이 걸리겠지만, 통상 충당부채로 먼저 쌓아놓은 후 배상금으로 납부하기 때문이다. 이미 증권사들은 작년 라덕연 게이트 등 주가조작사태로 인해 발생한 미수금, 보유 부동산 부실화 우려 등으로 충당금을 대거 쌓아둔 상황이다.  충당금 압박에 실적도 내리막을 걷고 있다. 자기자본이 2조원 넘는 10대 대형사들의 작년 순이익 합계는 3조4259억원으로 전년대비 17% 뒷걸음 쳤다. 

이에 손실배상 자금 마련이 더뎌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증권사에 대응가능한 범위는 있겠지만 최근 부동산 이슈로 분위기가 좋지 않고 상반기까진 충당금 이슈가 이어지는 가운데 ELS 손실배상이 부담을 더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