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심판론' 다시 고개···흔들리는 '한동훈 리더십'

주요 '타깃' 임종석 공천 배제···'운동권 심판' 프레임 동력 상실 민생 의제 실종·조국혁신당 돌풍···다시 힘 받는 정권심판론

2024-03-17     문장원 기자
국민의힘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4월 총선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각종 악재가 겹치며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정작 이를 관리해야 할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리더십마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해 '시대정신'이라고까지 했던 '운동권 청산론'의 동력은 상실했다. 총선 판도에 영향을 줄 의제 제시 측면에서도 미흡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이종섭 사태' 등 용산발 대형 악재에 대해서도 별다른 입장을 내지 못한 게 한 비대위원장은 물론 당 지도부의 리더십에 악형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비대위원장이 취임 직후부터 민주당의 주류인 '86(1980년대 학번, 60년생) 운동권'을 겨냥한 '운동권 청산론'이 사실상 소멸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 총선에서 야권의 '정권 심판론'을 견제할 여권의 주요 프레임이 무력화됐다는 뜻이다.  

한 비대위원장은 지난해 12월 취임사에서 "당을 숙주 삼아 수십 년간 386이 486, 586, 686 되도록 썼던 영수증을 또 내밀며 대대손손 국민들 위에 군림하고 가르치려 드는 운동권 특권정치를 청산해야 한다"며 민주당을 겨냥한 '운동권 청산론'을 전면에 내세웠다.

하지만 민주당 86 운동권의 상징적 인물인 임종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컷오프(공천 배제)돼 대표 '타깃'이 사라지면서 운동권 청산론의 동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물론 서영교, 정청래, 이인영 등 운동권 출신 의원들이 공천을 받았지만 임 전 실장만큼 운동권 색채가 강하지 않다. 또 다른 상징적 인물인 우상호 의원의 경우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한 가운데 송갑석, 김승남 의원 등은 경선에서 탈락했다. 

실제 임 전 실장 컷오프의 파장이 줄어든 지난 4일 코리아타임스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에서 '운동권 심판론에 공감한다'는 의견이 48%, '검찰 정권 심판론에 공감한다'는 답변이 57%로 나타났다(지난 4~5일, 전화면접 조사 방식,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 응답률 10.2%,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이외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총선 판을 주도할 민생 의제 설정에도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한 비대위원장은 전국 순회를 돌며 표심을 공략하고 있지만 '지상철도 지하화', '경기 분도',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 등 기존 발표된 정책을 반복하는 데 그치고 있다. 

한 비대위원장은 지난 15일 전남 순천을 방문해 '농축산물 가격안정자금 1500억원 투입'을 약속했다. 이마저도 지난 2월 설 이후부터 오르는 농산물 가격에 대한 '뒷북 정책'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지난 15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에서 '잘못하고 있다'는 57%로 집계됐는데, 부정 평가 이유 가운데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경제·민생·물가(16%)였다(지난 12~14일, 전화 면접 방식,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 응답률, 14.7%,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이외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재점화되는 '정권 심판' 여론도 한 비대위원장에겐 악재다. 이종섭 주호주대사의 '도피성 출국' 논란과 조국혁신당의 급부상으로 잠잠하던 윤석열 정부에 대한 심판론이 다시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한 비대위원장이 여기에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비대위원장은 지난 12일 이종섭 대사 관련 질문에 "사안을 잘 몰라서 더 말할 부분은 아니다. 가정을 전제로 과거의 전문가적 입장을 갖고 당 대표 입장에서 설명하는 건 적절치 않다"며 구체적 답변을 피하는 데 급급했다.

윤석열 정권과 날을 세우며 야권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조국혁신당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한동훈 대 이재명' 구도로 윤 대통령을 총선판에서 사라지게 만들었지만,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전면에 나서자 '조국 대 윤석열' 구도가 부각되며 윤 대통령을 다시 소환하고 있다. 

한 비대위원장이 뒤늦게 비례대표 유죄 확정 시 의원직 승계를 금지하는 이른바 '조국 방지법'을 공약하며 조국 대표를 겨냥했지만 그 사이 조국혁신당의 지지율은 두 자릿수까지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