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계양구의 한 은행, 지역주택조합추진위원장 몰래 시행대행사가 통장 개설

피해 조합가입자들, 1심 판결 5년 소송에 ‘속앓이 병’으로 사망자도 발생

2025-03-18     이종민 기자

매일일보 = 이종민 기자  |  인천 계양구의 한 은행에서 파주의 한 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회장의 동의나 확인도 없이 부도덕한 시행대행사에게 통장을 발급해줘 이로 인한 피해자들은 법원이 판결한 은행의 몫이라도 조속히 보상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이 피해자들은 “신용과 신뢰를 우선해야 할 은행이 사회공헌 차원에서도 서민들의 고통 해소를 위해 조속히 해결을 촉구해야 한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사건의 발단은 인천 우리은행 계양지점이 지난 2017년 12월 4일 파주금촌역지역주택조합추진위원회(추진위원장 김용호)와 국제자산신탁주식회사의 명의로 두 개의 통장을 개설해 준 것이다. 이는 당시 지점장인 허씨가 시행대행사인 경도***의 요청으로 계좌를 개설했으나 개설에 필요한 서류인 추진위원장의 신분증이나 위임장을 확인 또는 제출도 받지 않은 통장이었다.
우리은행
이로 인해 인천지역과 인근에 무주택자인 선량한 피해자들이 대다수 발생했다. 인천지역에 피해자가 많았던 이유로는 파주의 지역주택조합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의 조합가입자를 기만하고 피해를 준 시행대행사와 분양대행사, 그리고 은행이 인천지역(남동, 연수구)에 있었기 때문이다. 추진위에 따르면, 실제로 정상적인 우리은행 계좌는 파주지점에 있었다는 것이다.  피해자인 이들이 주장하는 피해는 무려 368명에 피해액은 180억(18,119,249,900원)을 초과하는 금액이다. 피해자들은 2019년 사건이 발생하자 우리은행에 몰려가 실명확인절차를 준수하지 않고 통장을 개설해 준 책임을 물어 “서민들이 피 같은 돈”이라며 “금융실명제법을 위반한 은행이 즉시 배상하라”라고 주장하며 시위를 이어갔다. 피해자 측에 따르면 “당시 은행의 감사부서 직원들이 집회피해자들에게 법원판결이 나오면 즉시 배상하겠다고 설득해 집회를 철회했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 한편, 지난 2월 16일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민사1부는 피해자에서 실명확인절차를 준수하지 않고 통장을 개설해 준 은행의 책임을 물어 우리은행과 당시 지점장 허씨에게 공동으로 40%를 피해자 개개인에게 직접 배상하라고 각각 판결했다. 그리고 이례적으로 가해자는 피해자 각각 개인에게 배상하는 방식으로 금액을 은행과 지점장(40%) 그리고 가해자(시행자, 분양사 등)인 3인에게 공동으로 60%를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지난
판결문에 따르면, ‘우리은행 당시 지점장은 영업이익을 취하려는데 급급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라며 ‘공동 불법행위자’라고 적시했다. 이는 우리은행 계양지점이 보완이 필요한데도 불구하고 인지하지 못했거나 회피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사건은 우리은행 계양지점은 계좌개설 이전과 이후라도 고객관리의 차원에서 ‘거래에 감사하다’라는 인사로 ‘신탁사와 추진위’에 계좌개설을 확인이라도 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하여 우리은행 계양지점 담당자가 직접확인을 하지 않아 피해를 예방하지도 못했으며 피해를 오히려 더 키운 것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판단이다. 이어 피해자들은 “1심 재판이 5년 걸렸다”며 “항소심에 상고까지 끝나서 보상을 받으려면 앞으로 몇 년이 더 걸릴는지도 모른다”라며 “그동안 피해로 인해 속앓이하다가 암으로 돌아가신 분들 여러분이 있다”고 성토하며 “내 집 한번 만들어 보려는 선량하고 연로하신 피해자가 세월이 더 가면 배상도 받지 못하고 더 돌아가실 것”이라며 “억울한 사망자가 더 발생하기 전에 잘못도 없는 피해자들을 은행이 앞장서 기존 약속대로 항소심 없이 즉시 이행해 줄 것”을 요구했다. 한편, 판결은 1차(53명 피해액 23억 초과)와 2차(42명 피해액 24억 이하)는 종결됐으며 3차(38억 이하) 4차(203명 37억 이상)는 진행 중이다. 그리고 현재 5차로 추진위에서 우리은행을 상대로 사업추진 당시 토지매입 계약금(10%)을 포기하게 됐다며 우리은행이 이를 배상해야 한다는 재판(5차)을 신청해 둔 상태라는 것이 추진위원회 주장이다.
이에 대한 취재에서 우리은행 계양지점은 “이사건 당시의 허 모 지점장은 퇴직한 상태”라며 “답변은 지점에서 할 수 없어 본점을 경유해 답변하도록 하겠다”라고 약속했다. 이후 우리은행 본점 관계자는 “항소는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어떻게 뭐라 말씀드릴 수가 없다”라고 알려왔다. 이에 대한 통화에서 우리은행 측은 현재 추진위가 직원들도 상주하고 있고 사무실과 홍보관을 아직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하자 의아해했다. 이에 대해 김용호 추진위원장은 “전에 새말지구 조합장 3,4기에 지냈으며 당시 총무이사이었던 윤명자가 현재는 조합장을 하고 있다”라며 “지난 2018년 5월 롯데건설과 중흥건설 컨소시엄으로 시공자가 선정됐었으나 운영비와 사업비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등 문제가 많아 몇몇 조합관계자들과 상의해 지역주택조합으로 해보자고 해서 시작했다”라며 “이로 인해 새말지구의 진행 흐름을 잘 알고 있어 당시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추진위원장은 “현재 이 사건이 조속히 마무리되길 원하며 피해자의 배상이나 그리고 정상적으로 추진위에 투자한 사람과 개인 투자자들의 보호를 위해 5년 이상을 버티고 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법적인 책임도 따른다. 새말지구의 사업도 늘 주시하고 있는데 철거 중인 상태이지만 현재 건축비가 올라 시공사도 없는 상태이며 어떠한 상황이 오면 재추진할 수도 있겠다고 막연히 기대하고 있다”라며 “이 문제가 해결되고 정상적인 조합원 가입자나 이 사건 피해자가 원하면 대체부지를 확보해서라도 이 사업을 진행해야 사업제안자로서 도리이고 양심”이라며 사무실 등 유지 배경을 설명했다.
취재
한편, 지난 2009년 말경 사업지인 새말지구는 롯데건설에게 선정을 약속한 댓가로 정비업체가 뇌물비리사건으로 연류돼 롯데건설 임원과 R정비업체대표(징역10년)가 구속됐으며 당시 초대 조합장(5년 징역)도 구속된 바 있다. 이후 이를 이유로 지난 2018년 1월 12일 대의원회의 가결로 시공사인 롯데건설과의 계약을 해지했다. 기투입한 롯데건설(60%)의 비용은 조합에서 조합원의 귀속된 부지를 담보로 94억 원을 돌려줬으며 중흥건설(40%) 또한 140억여원을 돌려받았다고 알려졌다. 그런 이유로 현재까지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으며 파주시청도 행정지도만 하고 있으나 새말지구사업의 진행이 안 될 경우에 조합원들의 피해에 대해 고민일 것이라는 업계 전문가는 해석하고 있다. 물론 해당 추진위는 재개발지구지정이 해제되기 전에 지역주택조합의 추진이 불가능했었고 조합 측과 재발지구지정해제를 두고 줄 달리기(경쟁)를 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파주시청은 지난 2017년 11월 재개발구역 해제 전 조합원 모집금지라는 공문을 지주택추진위에 발송한 바가 있으며 이어 지난 2018년 조합원들이 파주시에 조합 해지를 요청을 했으나 부결돼 현재에 이르렀다.
사건
한편, 금융실명제법은 지난 1993년 8월 12일 목요일 저녁 19시 45분, 김영삼 대통령이 긴급명령권을 발동해 제16호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긴급재정경제명령’으로 인해 전격 실시된 이후 현재 30년이 넘게 흘렀다. 그러나 통장 개설의 경우 금융실명제법에는 ‘금융기관은 거래자의 실명으로 금융거래를 해야 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창구직원은 물론 이를 지시하거나 공모한 사람까지 처벌받는다. 구체적으로 실명 확인 의무 위반 시 행위자는 고의·과실 여부를 따져 정직, 감봉 등 제재조치를 받는다. 보조자와 감독자도 감봉이나 견책 등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이 사건의 경우 해당 은행의 관계자가 불법행위에 가담하는 범죄 의도는 없다고 하여도 현재 법적 근거는 ‘금융거래는 실명으로 해야 한다’라고 되어 있을 뿐 어떠한 형사적 책임을 물을 수가 없어 금융당국의 피해자 보호를 위한 법적인 근거 마련이 시급하다고 본다. 다른 한편, 양정숙 국회의원(개혁신당)의 자료에 따르면 금융실명제법 실행한 2018년부터 2023년 6월까지 644명이 금융실명법 위반으로 기소됐다. 이 중 구속기소가 29명, 불구속 기소가 615명이다. 벌금형 이상 선고받은 사람은 423명이며 이 중 징역형은 72명,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170명, 벌금형이 181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