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황상무에 뒷북 메시지···'한동훈 비대위' 동시다발 악재에 '우왕좌왕'
총선 겨냥한 '핵심 의제' 실종 및 뒤늦은 대응 민주당은 야권 연대 통한 '정부 심판론' 공세
2025-03-18 염재인 기자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총선이 임박한 상황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리더십 위기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정권 심판론'을 일관되게 주장하며 연대 전선을 구축하는 반면, 여당은 야당을 향해 '운동권 심판론'과 '종북 몰이' 등 매번 전략을 갈아치우고 있다. 또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주호주대사 관련 문제 등 최근 현안에 뒤늦은 대응에 나서는 등 총선에 대비한 핵심 의제마저 실종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국방부 장관 재직 당시 '채 상병 사망 사건 의혹'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 대상에 오른 이 대사에 대해 "공수처가 즉각 소환하고, 이 대사는 즉각 귀국해야 한다"며 "이 문제는 총선을 앞두고 정쟁을 해서 국민들께 피로감을 드릴만 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언론인 회칼 테러' 발언으로 논란이 된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에 대해선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발언이고, 본인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셔야 한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의 발언은 그간 해당 사안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던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그는 지난 8일 피의자인 이 전 장관을 호주대사로 임명한 것이 적절한지 묻는 질문에 "인사에 대해 제가 평가할 문제는 아니다"고 답했다. 12일 출근길에서도 "수사기관이 출국 해제에 대해 입장을 냈는지 모르겠는데, 제가 사안을 모르니까 말씀드릴 부분은 아니다"며 "당 대표 입장에서 설명하기는 부적절하다"고 선을 그었다. 사실상 정부 입장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유보하던 한 위원장이 태도를 바꾼 배경에는 국민의힘에 대한 여론 악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채 상명 사망 사건' 관련 의혹이 '2030' 남성과 캐스팅 보터인 중도층에 민감한 주제이기 때문이다. 다만 논란이 확대될 당시에는 별다른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 채 야당 정쟁으로만 몰고 간 탓에 '늑장 대응'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설화 논란들에 대한 대처도 미흡하다. 한 위원장은 도태우 후보의 '5·18 폄훼 논란'에 여론이 악화되자 뒤늦게 당 공천관리위원회에 재검토를 요청한 바 있다. 앞서 여당은 '후보의 진정성 있는 두 차례 반성'을 이유로 공천 유지 방침을 밝혔지만, 추가 발언에 대한 논란이 커지면서 결국 공천 취소를 결정했다. 과거 페이스북에 올린 발언이 문제가 된 장예찬 전 최고위원의 경우도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자 그제야 공천을 취소했다. 총선을 앞두고 핵심 의제 설정 등도 야당에 뒤떨어진 상황이다. 한 위원장은 민주당을 겨냥해 '운동권 심판론'을 줄곧 주장해왔다. 다만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대표적인 86(1980년대 학번·1960년대생) 인사가 공천에서 탈락하면서 차츰 명분이 퇴색된 바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은 민주당 공천 결과에 반발해 탈당한 노동계 출신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 등 영입에 나서면서 더욱 설득력을 잃었다. 최근 한 위원장은 운동권 심판론 대신 '종북세력 척결'로 방향을 선회한 모습이다. 옛 통합진보당의 후신인 진보당이 '더불어민주연합'에 합류하면서다. 참신한 이미지로 주가를 높인 한 위원장이 기존 여당 정치인들이 내세웠던 이른바 '색깔론'을 들고나오면서 중도층 이탈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반면 민주당은 야권과 연대하며 '정부 심판론'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이 대표는 이른바 '윤석열 정권 심판 벨트' 지역을 돌며 총선에서 야당에 힘을 실어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아울러 더불어민주당·새진보연합·진보당·시민사회 등 범야권이 모여 만든 비례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을 창당하며 정부·여당을 정조준하고 있다. 최근에는 '검찰개혁'과 '정권 심판론'을 앞세운 조국혁신당과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를 통해 연대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