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폐지된다
올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 1.52% ↑ 공시가격 전년 수준, 시장 영향 없어
2025-03-19 권한일 기자
매일일보 = 권한일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전 정부에서 도입된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폐지하겠다고 강조했다.
공시가는 재산세와 건강보험료 등 각종 부담금을 매기거나 취약계층의 복지제도 수급 자격을 선별하는 기준으로 쓰인다. 60여개 행정제도에서 직·간접적으로 활용된다. 윤 대통령은 19일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과거 정부는 부동산 정책 실패로 집값이 오르자 이를 징벌적 과세로 수습하려 했다"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전면 폐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폭등한 집값을 잡는 등 부동산 시장 안정화 차원에서 공시지가와 주택시세간 괴리를 최소화하겠다는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시세 반영률 점진적 상승 설계)을 내놓은 바 있다. 이에 전국 아파트 공시가격은 지난 2016∼2020년 매년 4∼5%대 완만한 상승률을 보이다가 2021년 들어 19.05%, 2022년 17.20% 치솟았다. 이후 윤석열 정부 들어서 부동산 시장 침체 가시화로 공시가격 현실화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자, 공시가격 시세 반영률(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인 69.0%로 동결했다. 작년에는 시세 급락과 새로운 현실화율 적용이 겹쳐 18.61% 하락하는 등 '롤러코스터'를 탔다. 올해도 시황 침체가 이어지면서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 변동폭은 지난해와 별반 차이가 없다. 지나친 공시지가 변동은 침체된 시황에 이중충격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공시지가 현실화 폐지론이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전국 공동주택(아파트·다세대·연립주택) 1523만 가구 기준 평균 공시가격(1월 1일 조사·산정)은 전년보다 1.52% 상승했다. 1가구 1주택 종합부동산세 대상이 되는 주택 수는 지난해 23만1391가구(1.56%)에서 26만761가구(1.75%)로 3만5000여 가구 증가한다. 올해 상승·하락 방향은 시세 변동에 따라 시도별로 차이를 보였다. 전국 17개 시도 중 서울·인천·경기 등 7곳의 공시가격이 올랐고 대구·부산 등 10곳은 내렸다. 올해 공시가격 변동률은 2005년 공동주택 공시제도 도입 이후 2011년(0.3%), 2014년(0.4%)에 이어 세 번째로 낮은 변동률이다. 지역별 편차가 있지만 전반적인 시세 변동이 크지 않았던 영향이다. 이은형 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시가격 상승이 컸다면 공시가격과 연계된 시민들의 세금부담을 경감하겠다는 정책목표가 희석되지만, 전국 평균 1.52% 상승이면 무난한 편"이라며 "과거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등 부동산가격 상승기에 무리하게 적용된 제도를 유지하기보다는 현정책 방향대로 꾸준한 준비를 이어가야 한다"고 평가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도 "공시가격 변동에 따른 보유세 증감이 크지 않으므로 주택 보유자들은 공시가격보다 금리 동향, 총선 이후 부동산 정책에 더 주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4월 30일 결정·공시된다. 결정·공시 이후 5월 29일까지 한 달간 이의 신청을 받고, 재조사 및 검토과정을 거쳐 6월 27일 조정·공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