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소비자들…커지는 이용자 권리 찾기 목소리에 게임사 고민

공정위 민원제기·한국소비자원 분쟁조정 등 소비자들 적극적인 '권리 찾기' 움직임 "게임산업 흐름 회사주도에서 유저 주도로 변화하는 현상 중 하나로 해석"

2024-03-19     신영욱 기자
이철우

매일일보 = 신영욱 기자  |  게임사의 운영 등에 따른 문제 제기를 통해 '권리 찾기'에 나서는 이용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이들은 과거와 같이 온라인을 통해서만 불만을 표하는 것이 아니라 민원제기, 공동소송 등 문제 제기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게임사 주도로 흘러 갔던 게임산업 전반의 분위기가 이용자 주도로 변화하는 흐름이 시작된 것으로 풀이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게임사의 운영 등에 대한 문제 제기를 위해 정면에 나서는 이용자들이 늘고 있다. 최근 ‘리니지M’과 ‘리니지2M’ 이용자 약 1000여명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운영자나 임원들이 운영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일명 '슈퍼 계정' 의혹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는 집단 민원을 제시했다. 민원을 제기한 이용자들은 존재하기 어려운 수준의 아이템을 갖춘 게임사 또는 임원들이 운영하는 슈퍼계정이 정상적인 유저를 압도하는 것이 이용자들을 합리적 이유없이 차별취급하는 불공정 거래행위라는 입장이다.  특히 일부 유저들의 경쟁심과 사행심을 자극하는 기만적 방법으로 소비자를 유인하는 것으로, 이것이 전자상거래법과 공정거래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이들은 주장하고 있다. 해당 민원의 최초 제기 당시 공정위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14조에 해당하는 사안으로 보고 문화체육관광부로 이관했다. 다만 양 부처 간 협의 끝에 전자상거래법 위반 여부가 쟁점이 되는 사안으로 판단해 다시 공정위가 이관받은 상태로 알려졌다. 또 '메이플스토리' 유저들의 경우 '큐브 확률 조작 사건'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고 나선 상태다. 이들 유저들은 한국소비자원 집단분쟁조정을 신청하거나 별개의 공동소송에 참여하는 등 넥슨에 피해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관련 피해보상 요구에 나선 전체 소비자 수는 6543명에 달한다. 이중 한국소비자원을 통한 집단분쟁조정에 나선 소비자는 5826명 규모다. 넥슨은 '확률 조작 사건'으로 인해 공정위에게 전자상거래법 위반으로는 역대 최대 수준인 116억원의 과징금이 부여된 상태다. 다만 넥슨은 최근 이에 불복했다. 최근 서울고등법원에 공정위를 상대로 ‘시정 명령 등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접수한 것이다. 게임 운영 등에 대한 문제 제기를 위해 이용자들이 정면에 나서는 것은 과거와는 달라진 모습이다. 이전의 경우 이용자들은 게임 운영 등에 불만이 있어도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관련 논쟁을 벌이거나 게임 홈페이지 게시판에 항의 글을 작성하는 정도로만 문제를 제기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 유저들은 공정위에 분쟁 조정을 신청하거나 집단소송에 나서는 등 자신들의 권리를 찾기 위한 직접적인 행동에 나서고 있다. 이는 게임산업 전반의 분위기가 회사 주도에서 유저 주도로 바뀌는 흐름에 따른 현상 중 하나로 해석된다. 기존의 경우 게임사들이 회사 이익을 중요시 여기는 기조였으나 이용자들을 위한 배려가 더 중요해지는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장의 경우 넥슨과 엔씨소프트라는 대형사가 연관된 만큼 이들에게 이목이 쏠리고 있으나, 게임산업 전체 흐름에 대한 시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에 대한 배려나 이해보다는 아무래도 회사 이익을 중시했었는데 이것이 상충되는 시기가 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작게 보면 게임 개발사와 유저 사이 갈등 문제 등에 대해 좀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에서 시작해야겠지만 크게 보면 다양한 장르 시도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또 개발자도 중요하지만 게이머들의 요구사항이나 이런 것들 더 많이 반영하는 그런 흐름으로 변화해야 될 것으로 생각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