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코리안 스탠다드와 뉴노멀

2024-03-20     최홍서 사회적협동조합 청년공동체연합 이사장
최홍서

매일일보 =  |  ‘평균 올려치기’가 대한민국을 망친 최악의 문화로 주목됐다. 높은 기준임에도 불구하고, 평균이라는 인식을 말한다. 예컨대, 인서울 4년제 대학 졸업, 월 실 수령액 500만원, 수도권 자가 아파트 보유, 매년 해외로 한 두 번씩은 여행을 다니는 것 등이 보통이라는 인식이다. 이를 부추긴 것은 개인 SNS와 연예인 관찰 예능이 한몫했다고 지적하지만, 이 현상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오히려 어린 시절부터 꾸준히 들어왔던 엄친아의 전교 1등 소식과 비슷한 것이다.

그 심각성은 더욱 커졌는데, 가장 큰 폐해는 ‘포기 문화’다. 높은 기준을 달성할 수 없는 청년은 연애·결혼·출산까지 포기하는 경우도 잇달으면서, 인구 소멸이라는 국가적 문제로 귀결되는 모양새다.

그러나 ‘기준이 높다’는 것에 문제점을 두게 되면,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다. 지난해 영국 매체 BBC는 한국의 젊은 은둔자들(young recluses)에 대한 인터뷰 기사를 냈다. 기사에선 ‘사회나 가족의 성공 기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생각’, ‘한국의 수치심 문화’, ‘너무 늦었다는 인식’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BBC 보도 이후 국내 언론에선 사회의 높은 기대치에 중점을 두었지만, 원문을 찾아보면 더 근본적인 문제가 나온다. 인터뷰에서 유승규 안무서운회사 대표는 “아버지가 원해서 대학을 다녔지만, 한 달만에 그만두었다. 학교에 가면 부끄러움을 느꼈다. 왜 선택할 자유가 없는 걸까. 너무 비참했다”고 답했다. 높은 기준이 문제가 아니라 획일적인 기준을 강요하는 사회가 문제였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서도 ‘생애주기별계획’을 정책으로 수립한다. 출생, 학업, 취업, 노년 등을 지원하기 위함이지만, 기준의 역할도 하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붕괴된 ‘노멀 패스(Normal Path)’를 회복하기엔 사회 위기의 심각성이 너무나 큰 듯하다. 노멀 패쓰란 과거엔 가능했던 취직-결혼-내집마련-자녀로 이어지는 계획과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방법들을 말한다.

정책은 사회를 반영하기에, 사회가 제시하는 획일적 기준 또한 연령별 목표까지 정해주고 있다. 그러나 심각한 청년 실업률과 집값 상승, 주택을 보유한 윗세대의 사다리 치우기까지 이어지고 있다.

대안으로 한국에서 계속해서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 이제는 ‘뉴 노멀(New Normal)’을 말해야 한다. 각자의 삶을 존중하고, 원하는 방식대로 살아갈 수 있도록 응원해주어야 한다. 코로나 이후 재택근무를 통해 더욱 다양해진 라이프스타일에서 우리는 가능성을 발견했다. 서핑을 좋아하는 사람은 양양에 집을 사고, 어떤 사람은 고향에 내려가 어린 시절 자란 동네에 집을 구했다. 제한된 수요의 목표에 모두가 경쟁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취향과 선호의 다양성에 기반해 모두가 달성할 수 있는 목표를 스스로 제시해 달성하는 것이다.

다시 코리안 스탠다드(Korean standard)를 생각해본다. 단일 기준이 우리 사회에 끼친 영향은 적어도 개인에게는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인 것이 더 많았다. 소수의 성공한 사람들을 만들기 위해 대다수의 실패한 사람들을 주위에 양산해냈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단 하나의 기준을 금기시하는 것이다. 다양한 기준에서 성공사례를 모으고, 정책적으로도 다양한 가치중심적 지원체계를 제시해야 한다. 코리안 스탠다드는 실패했지만, 스스로 정립해나가는 기준을 통한 혁신적 전환이라면 성공으로 이끌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