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총선을 3주 앞두고 정권발 악재에 휩싸이며 선거 패배 위기감이 드리우고 있다.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받는 이종섭 주호주대사의 석연치 않은 시점의 출국으로 빚은 '런종섭' 논란과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협박' 논란 때문에 당 전체가 흔들리는 모양새다.
특히 민심이 요동치면서 '수도권 위기론'이 재부상하자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이 대사 조기 귀국과 황 수석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며 수습에 나섰지만, 요구 직후 대통령실이 이를 공개적으로 거부하며 이른바 '윤-한 갈등'의 2차전으로 비화되는 분위기다.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뒤늦게 황 수석의 사의를 수용하고, 이 대사가 조만간 귀국하기로 했지만 나빠진 민심을 다시 돌려놓을지는 미지수다. 대통령실이 '감싸기'에 나서면서 민심은 진작에 돌아섰기 때문이다. 사건 피의자로 내려진 출국 금지를 급하게 해제시키면서까지 이 대사를 출국시킨 모습과 언론인 출신 공직자가 언론인을 상대로, 테러 사건을 언급하고도 버티던 모습을 국민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지켜봤다.
문제 해결의 키를 쥐고 있는 대통령실은 강경하게 버티며 여론 악화를 방치하다가 민심이 악화될대로 악화된 후에야 결국 조치를 취했다. 문제는 이번 사태가 충분히 예견됐다는 점이다. 대통령의 오른팔, 아바타 소리를 듣는 인물을 총선 5개월 앞두고 집권 여당의 대표에 앉혔다는 것은 대통령실에서 총선 그립을 쥐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었다.
지난 1월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을 놓고 한 비대위원장의 "국민 눈높이" 발언 한마디에 사퇴 이야기가 대통령실에서 나왔고, 결국 '90도 폴더 인사'로 윤 대통령에게 고개를 숙인 것은 현재 여당 권력의 균형추가 어디에 있는지 다시 확인했다.
이런 수직적 당정 관계가 해소되지 않는 윤-한 갈등 반복 전망은 '1차전'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나왔다. 그러다 총선을 3주 앞두고 이런 사달이 난 것이다. 사실상 여권 내 권력 다툼인 셈인데 중도층이 가장 싫어하는 모습이다. 고물가에 민생 어려움이 가중되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집권 여당이 권력 다툼에 몰입하는 것은 선거 '폭망(폭삭 망하다)'의 지름길이다.
사실 이 정권은 문제 대응을 '눈 가리고 아웅식'으로 해 왔다. 지난 윤-한 갈등 봉합 국면에서도 윤 대통령은 한 비대위원장을 대통령실로 불러 오찬을 했다. 동석했던 윤재옥 원내대표는 두 사람 사이에서 당정 관계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며 오직 '민생'만 이야기 했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기자들의 모든 질문에 '민생'만 이야기했다고 반복하는 윤 원내대표의 모습이 안쓰러울 정도였다. 이 말을 그대로 믿었을 것으로 생각했을지도 의문이다.
최근 마트에 방문해 대파 한 단을 들고 875원이 합리적이라고 말한 윤 대통령의 모습도 마찬가지다. 당일 할인 행사로 875원일 뿐, 대다수 국민들은 2000원에서 4000원대에 대파 한 단을 사야 한다. 대통령이 할인된 대파를 들고 "합리적이야"라고 하면 국민들이 물가가 잡히겠다는 기대감을 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결국 이런 '눈 가리고 아웅식'의 국정 운영과 당정 관계의 결말은 오는 4월 10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