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 전쟁 장기화…K-방산, 수출 호조 이어간다
러시아 푸틴 5연임 확정…우크라 침공 내부 정당성 확보 러-우크라 전쟁, 재래식 물량대결 양상…K-방산 존재감 한화·현대로템·KAI 폴란드 수주…LIG넥스원 사우디 수출
매일일보 = 이상래 기자 | 국내 방산업계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수출 호조를 이어간다. 러-우크라 전쟁이 세계 각국의 재래식 무기 수요를 촉진시키면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LIG넥스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국내 주요 방산 기업들이 해외 수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해외 방산 수출의 최대 변수인 러-우크라 전쟁은 장기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87%의 기록적인 득표율로 5연임에 확정되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새 동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푸틴 대통령은 5연임 뒤 첫 공식석상에서 “돈바스와 노보로시야가 고국으로 오는 길은 더 어렵고 비극적이었지만 우리는 해냈다”며 우크라이나 침공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러-우크라 전쟁은 재래식 무기의 물량 대결 성격을 보여주고 있다. 탱크, 폭탄, 자주포, 로켓 등 재래식 무기의 화력대결로 전선을 서로 밀어내는 형식이다. CNN는 러시아가 미국, 유럽보다 훨씬 많은 연간 약 300만개의 폭탄을 생산할 계획이라며 “선거 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점점 커지는 우위를 기반으로 압박을 이어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러시아의 물량 공세에 유럽연합(EU)은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EU는 이달 말까지 우크라이나에 탄약 100만 발을 제공하기로 약속했으나, 재고 부족으로 절반 수준밖에 전달하지 못했다. EU가 이달 역내 방위사업 장기 전략을 발표한 이유다. EU 집행위원회는 10년간의 방산 목표·전략을 담은 ‘유럽 방위산업 전략’(EDIS)에서 “유럽 땅에서 고강도 재래식 전쟁이 다시 시작되는 상황에서 대비 태세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래식 무기의 재발견에 힘입어 국내 방산업계의 해외 수출이 탄력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방산 사업 호조로 역대 최대 수주 잔고를 기록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지상방산 수주잔고는 28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42.4% 늘어난 수치로 사상 최대다. 지상방산은 K9 자주포, K2 전차, 레드백 장갑차 등의 재래식 무기를 다룬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폴란드에 K9 자주포와 K2 전차, 호주에 레드백 장갑차 등을 수출했다. 여기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루마니아 정부와의 1조원 규모 K9 자주포 수출 계약을 논의 중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올 1분기 내 계약 규모와 기간 등을 발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수출입은행법 개정도 국내 방산업계의 해외 수출에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KAI 등 국내 방산 기업이 수은법 개정으로 폴란드와 무기 계약 마무리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폴란드와 잔여 계약 물량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9 자주포 308문, 현대로템 K-2 전차 820대, KAI FA-50PL 36대 등이다.
국내 방산업계의 무기는 중동 국가들도 주목하고 있다. 실제 LIG넥스원은 한국형 패트리엇으로 불리는 탄도탄 요격미사일 체계인 ‘천궁-Ⅱ’를 사우디아라비아에 수출계약을 확정했다. 수출 규모는 10개 포대로 32억달러(4조2512억원)다. 천궁 II는 탄도탄과 항공기 등 공중 위협에 동시 대응하기 위해 국내 기술로 개발된 중거리·중고도 지대공 요격체계다.
최근 우리나라와 사우디·아랍에미리트(UAE)·쿠웨이트·카타르·바레인·오만 등 중동 6국 경제협력체 걸프협력회의(GCC)와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의 최종 타결로 로켓 발사기, 미사일, 탄약, 포, 전차·장갑차 등 대부분 무기제품 관세가 없어진 것도 호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