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인구소멸 위기 출산율 제고만으로는 한계, 해외인력 적극 유치·활용을
2025-03-20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매일일보 | 우리나라 출산율이 바닥을 모르고 날개없는 추락을 계속하면서 인구절벽(Demographic cliff)을 넘어 인구지진(Age quake)의 대재앙(大災殃)에 직면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연간 0.72명, 4분기에는 0.65명으로 급락, 인구소멸 위기를 넘어 국가의 존립의 문제까지 우려되며 저출생 극복이 최대의 국가적 현안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Total fertility rate │ 15~49세 가임기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이라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이 0.72명으로 전년 대비 8%가량 떨어져 또다시 역대 최저 출산율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지난해 3분기 0.70명에 그친 데 이어 4분기 합계출산율이 0.65명으로까지 급락하면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끝없는 곤두박질 추락에 망연자실(茫然自失) ‘백약이 무효’란 한탄이 나올 수밖에 없다. 연간 합계출산율은 가까스로 0.72명을 지켰으나 이런 추세대로라면 올해 출산율은 0.68명까지 주저앉을 전망이다. 그야말로 수축사회를 넘어 전쟁도 재난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자연적 인구감소로 국가소멸 1호 나라가 될 것이란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불과 50년 전인 197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라는 구호를 외치며 살았으나 세상은 완전히 뒤바뀌어 1950년 5.05명(출생아 수 63만 3,976명)에 달하던 합계출산율이 1960년 베이비붐(Baby boom)에 편승하여 6.16명(108만 535명)으로 정점을 찍더니 이후 점차 줄어 1970년 4.53명(100만 6,645명), 1980년 2.82명(86만 2,835명), 1990년 1.57명(64만 9,738명), 2000년 1.48명(64만 89명)으로 2010년 1.226명(47만 171명), 2020년 0.837명(27만 2,337명), 2021년 0.808명(26만 562명), 2022년 0.778명(24만 9,186명)으로 줄어들었다. 통계청이 지난 2월 28일 발표한 ‘2023년 인구동향조사 출생·사망통계(잠정)’에 따르면 2023년 출생아 수는 23만 명으로 전년도 24만 9,186명보다 1만 9,186명(-7.7%)이 감소했다. 인구수는 나라 경제를 좌우하는 절대적 기준이 된지 오래다. 출생아 수 감소와 인구 고령화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이민 확대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의 비영리 민간 연구조직인 전미경제연구소(NBER │ 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 보고서는 ‘출산율이 높은 선진국엔 4가지 특징’이 있다고 분석한다. ▷남성의 적극적인 가사·육아 노동 참여, ▷워킹맘에 우호적인 사회적 분위기, ▷정부의 적극적인 가족 정책, ▷육아를 마친 남녀의 취업 문턱이 낮은 유연한 노동시장 등이다. 우리나라도 청년 세대의 취업이 어려운 고용불안, 내 집 마련이 어려운 주거비 부담, 아이 낳아도 여성에게 집중된 돌봄 부담, 보육과 일 병행이 힘든 데서 오는 경력 단절, 치열한 경쟁에 기인한 자녀 사교육 부담 등 복합적인 원인에 허덕이다 보니 청년들 사이에 결혼도 하지 않거나, 결혼해도 아이를 낳지 않는 풍조가 생겨난 것이다. 정부는 2006년부터 2021년까지 16년 동안 온갖 정책을 발표하고 무려 280조 원이나 쏟아부었는데도 범위를 확대하면 380조 원을 썼다지만 아이를 낳고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는 실패했다. ‘인구 대재앙(大災殃)’은 곧바로 세금 수입을 줄이고 노인 복지, 의료비 등 지출은 급격히 늘려 재정 파탄을 촉발하고, 궁극적으론 국가를 소멸 위기로 내몰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모든 수단을 강구해 ‘인구 대재앙(大災殃)’을 막아야만 하는 이유다. 밀리언셀러 작가 김진명의 신작 장편소설 ‘풍수전쟁’에 나오는 ‘나이파 이한필베’란 저주가 있다. 괴상한 주문 같은 생경한 문구다. 2050년 세계 국가 경쟁력의 순위다. 소설 속에서 현대경제연구소가 발표한 2050년 세계 국가 경제력 순위 즉 나이지리아, 이집트, 파키스탄, 이란, 한국, 필리핀, 베트남 순으로 국가 경쟁력을 나열해 그 첫음절을 딴 것이다. 이것이 저주의 예언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인구 대재앙(大災殃)’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3월 18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일·생활 균형 정책 세미나’를 열고 ‘일·육아지원’ 우수 기업 사례를 소개했는데, 롯데그룹은 2012년 대기업 최초로 ‘자동 육아휴직제’를 도입하고 2017년부터는 ‘남성 육아 휴직 의무화’를 시행했다. 배우자가 출산하면 남성 직원은 의무적으로 1개월 이상 육아 휴직을 쓰게한 것이다. 그 결과 2016년 180명에 그쳤던 남성 육아휴직 사용자가 제도 도입 첫해 1,100명으로 증가했다. 임직원 평균 출산율은 2022년 기준 2.05명으로 높게 나타났다고 한다. 웹툰 제작사 ‘재담미디어’도 불필요한 야근을 없애기 위해 연장근무 사전 승인제, 초과 근로를 하는 경우 별도 휴무일 지정을 시행 중이다. 출근은 오전 8~11시 사이에 자유롭게 하고, 7시간 30분을 근무한 뒤 자유롭게 퇴근을 하면 된다. 소프트웨어 회사 ‘정도 UIT’도 출근 시간을 자율적으로 정한다. 매주 수·금요일은 ‘야근 없는 날’로 정하고, 초과 근로를 하려면 사전에 부서장 결재를 받게 하고 있다. 모두가 경력 단절 없이 출산 전후 삶이 크게 바뀌지 않게끔 하는 정책이 마련돼야 하고, 그러려면 장시간 근로 문화 개선, 유연근무 활성화가 같이 가야 한다는 당위 앞에 숙연해질 수밖에 없다.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2023년 유연근무제 수요는 47.0%에 달했지만, 실제 활용 비율은 15.6%에 그쳤다. 정부는 인구감소 지역과 노동력이 부족한 업종을 중심으로 외국 인력 유입을 확대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점차 커지는 돌봄 인력 부족을 외국인으로 채우고자 하는 움직임도 있다. 서울특별시는 필리핀 가사 도우미 100명을 서울 각 가정에 배치될 예정이지만 최저임금이 적용되는 비전문취업(E-9) 비자를 받고 한국에 들어와 올해 최저임금(9,860원)을 적용받기 때문에 월 209시간을 일한다고 가정하면 이들의 월급은 206만 원가량이어서‘중산층’ 이상만 이용할 수 있는 가격 구조로 인해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돌봄 인력을 활용한다는 외국인 가사 도우미 제도 본래 취지가 외려 퇴색됐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3월 5일 발표한 ‘돌봄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 부담 완화 방안’이란 제목의 이슈노트는 “간병 ·육아 관련 돌봄서비스의 인력난은 일반가구의 높은 비용 부담과 그에 따른 각종 사회문제로 이어지고 있다”라며 “돌봄서비스 부문의 인력난을 완화하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를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되, 비용 부담을 낮추는 방안도 함께 마련할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중요한 것은 최저임금을 적용할 의무가 없는 ‘사적 계약’ 방식으로 ‘개별 가구가 외국인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고, 고용허가제 대상 업종에 돌봄서비스업을 포함하면서 최저임금을 낮게 설정하는 방안이 담겼다. 한편 동남아의 강소국 싱가포르는 인재 유입을 통해 인구 위기를 극복한 몇 안되는 나라 중 하나다. 출산율을 끌어올리는 데 집착하지 않고 외국 인재를 유치해 인구를 늘리는 방식으로 저출산 위기를 해결했다. 인구 소멸 위기와 함께 전문직 부족 위기를 겪고 있는 우리나라로서 반드시 눈여겨 볼 사례 중의 하나다. 매일경제(싱가포르 권한울 기자)에 의하면 싱가포르는 2023년 합계출산율이 사상 최저인 0.97명(잠정)으로 떨어져 처음 1명대가 깨졌다. 하지만 우리나라와는 달리 저출산 공포가 없는 이유는 여전히 인구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1990년 305만 명이던 싱가포르 인구는 2020년 569만 명으로, 30년간 무려 85%나 늘었다. 정부의 출산장려정책과 함께 개방적인 이민정책이 효과를 거두면서 저출산으로 줄어든 인구를 외국인으로 채워 전체 인구 592만 명의 39%인 231만 명(영주권자 54만 명 + 체류자 177만 명)을 차지할 정도로 외국인 유입이 증가한 결과다. 직접적인 계기는 파격적인 세제 개혁이다. 외국인 자산가와 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해 2008년 과감하게 상속·증여세를 폐지했는데, 그로부터 5년 만에 인구가 10% 늘었다. 미·중 패권 경쟁이 격화된 이후엔 중국 본토와 홍콩을 떠난 자산가들이 싱가포르로 대거 몰려들었다. 싱가포르는 일찌감치 ‘컨트롤타워’를 만들고 고급 인재의 정주(定住)를 유도하고 있는데 지난해는 해외 네트워크 전문지식 비자인 ‘ONE 패스(Overseas Networks & Expertise Pass)’를 신규 도입해 비자 발급 편의성을 높이고 장기 거주를 유도하고 있다. 유럽의 이민 대국 독일도 인재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 독일은 전체 인구 중 외국인 거주민 비율이 15%인데, 이주민 출신으로 독일 국적을 취득하는 외국인까지 포함하면 외국인 비율이 28.7%까지 많이 증가한다. 매일경제(베를린 류영욱 기자)에 의하면 독일은 어느 나라보다도 일찍이 이민 문호를 개방해 인구를 늘려나가고 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강력한 이민정책으로 독일 인구를 9,000만 명까지 늘릴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독일은 포용적이면서도 선별적인 이민정책을 펼치고 있다. 문화적 동질성이 높고 신원이 확실한 국가 출신일수록 이민 장벽이 낮아진다. 인구 고령화가 가속화하고 출산율이 떨어지며 노동인구가 부족해지자 싱가포르뿐 아니라 독일 등 많은 나라들이 고급인재 유치에 나섰다. 그 결과 유네스코에서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최근 20년간 국제 이민자 수가 1.6배 증가하는 동안 고등교육을 받은 전세계 인재 이동 규모는 3배 늘었다. 베를린 인구개발연구소 아드리안 하이어만 연구위원은 “인류 역사로 볼 때 국경이 생긴 것은 극히 최근으로 인류의 역사는 곧 이주의 역사”라며, “인구문제 해법 측면에서 이민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하고, “육아수당을 비롯한 출산 장려 정책이 출산율에 영향을 주긴 하지만, 그밖에 인구통계학적 요인이 주는 출산율에 주는 영향이 훨씬 크다”라며, “결론적으로 이민을 제외하고 인구 위기를 극복할 수는 없다”라고 진단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여 년 가까이 저출산 극복에 수백조 원을 쏟아부었지만 2023년 합계출산율이 0.72명까지 곤두박질쳤다.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단계를 지났다”라는 비관론마저 비등한다. 출산율에만 의존해 ‘천수답 인구정책’에 매달릴 게 아니라 외국 인재를 적극적으로 유치해 당장 급한 발등의 인구문제 불부터 꺼야 한다. 싱가포르처럼 국가 개조 수준의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보다 훨씬 높아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는 상속세율(주식 포함 최고 60% │ OECD 평균 14.5%)부터 서둘러 대폭 낮춰야만 한다. 초국적 자본이나 자산가들이 국가를 이동할 때 가장 먼저 따지는 기준은 세금이다. 세제 개혁으로 문턱을 확 낮춘다면 전 세계 기업들이 돈 보따리를 들고 찾아오는 일은 당연한 일이며, 자연스럽게 인재도 유입될 것이다. 유네스코(UNESCO)에 따르면 최근 20년간 이민자가 1.6배 증가하는 동안 고등교육을 받은 인재 이동은 무려 3배나 늘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돈과 인재의 이동 물결에서 서로 비켜나 있다. 일본 법무성에 따르면 2022년 일본의 외국인 취업자 중 전문인력(경영자·기술자·교수 등 13종 직군) 비중은 26.3%로 한국 6.0%의 4배가 넘는다. 일본은 외국에서 직접 인재를 유치하는 데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일본은 세계 대학 순위에서 100위권 이내 대학 졸업생이 일본에서 취업하기 위해 입국하는 때 단기 체류 기간을 기존 90일에서 2년까지 늘리겠다고 밝히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한국과 일본의 외국인 취업자 중 전문인력 비중을 분석한 결과를 봐도 한국의 외국 전문인력 활용도는 일본의 4분의 1에 그치고 있다. 노동시장의 대외개방성과 외국 전문인력 활용도가 그만큼 낮다. 인재 유치 각축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한국은 아직 갈 길이 멀고 요원(遼遠)하다는 방증(傍證)이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가 지난 2월 15일 낸‘저출산·고령화의 성장 제약 완화를 위한 생산성 향상 방안’이란 보고서를 통해 국내 이민자 중 전문인력이 부족한 것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보고서는 국내로 유입되는 해외 전문인력 이민자 수를 분석한 결과 “통계가 제공되기 시작한 2012년 4만 1,000명에서 2023년 4만 6,000명으로 지난 10년간 큰 변화가 없었고, 외국인 경제활동인구 중 전문인력 비중은 동기간 5.7%에서 4.7%로 줄어들었다”라고 분석했다. 현재 이민정책은 여러 부처 소관으로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각각 다르게 운영돼 기업이 예측할 수 없으며 일관성을 기대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올 인원(All-in-One) 패스’를 도입해 고소득 외국인과 동반 가족의 장기 거주를 지원하고 동반 가족의 구직활동을 허용하고 지원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가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다문화 인재를 활용하기 위한 글로벌인재청(가칭)’을 만들어 해외 전문인력을 적극 유치하고 활용해야 한다.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