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소공인과 디지털 전환

2025-03-22     황미애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상임이사
황미애

매일일보 |  소공인이란 10인 미만 제조업자를 뜻한다. 우리나라 전체 제조업 기업체의 88.7%나 차지하는, 국가경제의 근간이자 지역산업의 기반이며 고용의 한 축을 담당하는 중요한 존재이다.

그간 소공인은 노동집약적 숙련기술 즉, 손으로 직접 물건을 생산·제조해왔다. 오랜 시간 경험하고 체험하며 익힌 ‘기능’과 ‘지식’을 바탕으로 제품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전문 숙련인이 은퇴하거나 더 이상 물건을 제조하지 못하는 상황이 오면 기술도 함께 사라지게 된다. 또한 사람이 직접 하는 일이다 보니 실수가 발생할 때도 있다. 이 ‘휴먼 에러’가 제대로 수습되지 못하면 기업이 평생에 거쳐 쌓아온 명성과 신뢰가 무너지기도 한다. 수작업과 경험에 의존해 온 우리나라 소공인은 한때는 특유의 근면성실함으로 경제성장을 이끄는 주역이었지만 시대가 변하며 한계에 노출되어 있는 상황이다. 특히 디지털 대전환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소공인 업체들이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제조업은 물론이고 산업과 생활 전반이 디지털로 속속 전환되고 있지만 영세 소공인은 이 과정에서 소외되며 생존마저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이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는 소공인의 디지털 전환(DX, Digital Transformation)을 위해 ‘소공인 스마트제조 지원강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수작업 위주의 소공인 작업공정에 디지털을 접목하기 위해 자동화 기기 도입, 데이터 수집·연계, 공용 솔루션 등 전반적인 스마트화를 지원한다. 소공인 스마트제조 지원강화사업은 소공인들이 가진 노동집약적 특성을 고려하여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수되는 노하우와 기술의 기록·형식화, 데이터의 표준화 및 가시화, 휴먼에러 방지 등 현장 데이터의 정합성을 확보하기 위한 ICT 신기술 접목을 체계적으로 뒷받침한다. 또한 “수작업→자동화→정보화→지능화”로 이어지는 스마트화 추진 단계에 따라 맞춤형 지원이 이루어진다. 수작업에서 자동화 단계로 가는 소공인에게는 자동화 수준설비를 중점 지원하고, 자동화를 도입·활용하고 있는 일정 수준에 도달한 소공인에게는 각종 데이터 분석과 활용을 위한 소프트웨어나 시스템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업종별 참고 모델도 제시하여 소공인이 자기 업종에 맞는 스마트화 방향과 적용기술을 고려하도록 했다. 생산성 제고, 품질향상, 원가절감, 납기감축 뿐 아니라 최근 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도입되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대응하고자 안전지표를 추가하여 근로환경과 근로자의 안전, ESG 관련 역량강화 지원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맞춤형 웨딩슈즈를 제작하는 ‘이로스타일’은 소진공 지원으로 생산성은 높이고 오류는 낮춘 좋은 성공 사례다. 최근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웨딩슈즈” 수요가 높아지며 주문량이 늘어나기 시작했는데 수제화 특성상 긴 제작기간이 발목을 잡기 시작했다. 고민하던 임미나 대표는 평소 자주 방문하던 소진공 홈페이지에서 스마트제조 지원강화사업 공고문을 보고 3D스캐너 프로그램을 지원받기로 했다. 지원 전에는 고객의 발 치수를 수기로 측정해야 했기 때문에 시간도 오래 걸리고 오차도 발생했었다. 그런데 3D스캐너를 활용, 발 치수를 이용한 패턴 그레이딩 기술을 적용하자 불량률이 대폭 감소했다. 오차범위가 줄어 균일한 품질 제품 생산도 가능해졌다. 덕분에 납기일과 생산시간, 비용이 감소하고 고객 만족도가 올라갔다. 이로스타일은 국내 성과를 바탕으로 대만, 홍콩, 일본 등 해외 수출도 시작했다. 스마트제조 지원강화사업을 적극 활용하여 국내 뿐 아니라 해외 진출에도 성공한 것이다. 지난해 기준 대한민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8%에 달했다. 그리고 우리나라 제조업의 근간에는 소공인이 있다. 이들의 뛰어난 기술이 오래도록, 손실 없이 이어질 수 있도록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제조업 현장의 맞춤형 지원을 위해 최선을 다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