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여론에 등 떠밀렸나···이종섭 '총선 코앞' 귀국

‘공관장 회의’ 참석 앞세워 후보등록일 첫날 입국 멈춤 없는 총선 시계···與, 논란 조기 수습 관건

2024-03-21     이태훈 기자
해병대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외압 의혹 핵심 인물인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21일 귀국했다. 입국 명분으로 공관장 회의 참석을 내세웠지만, 정치권에선 이 대사 논란으로 국민의힘 총선 지지율이 급격히 떨어지자 고육지책으로 귀국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사는 이날 오전 9시 40분경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귀국한 후 취재진과 만나 "제가 임시 귀국한 것은 방산협력과 관련한 주요국 공관장 회의에 참석하기 위한 것"이라면서도 "체류 기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일정이 잘 조율돼 조사받을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대사는 '공수처 조사 일자'와 관련된 질문엔 "저와 관련해 제기됐던 여러 가지 의혹들에 대해선 이미 수차례에 걸쳐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하게 말씀드렸기 때문에 오늘은 중복해서 말씀드리지 않겠다"고 했다. 사의 표명 계획, 체류 기간, 대통령실과의 연락 여부 등의 질문엔 답변하지 않았다. 이 대사의 조기 귀국은 "대통령실이 공수처 수사로부터 이 대사를 도주시켰다"는 야당 공세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이 대사는 국방부 장관 시절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그는 이 사건의 핵심 피의자로 공수처 수사 대상에 오른 상황에서 주호주 대사로 임명, 법무부가 출국금지를 해제한 직후 지난 10일 출국해 논란이 됐다. 이 대사는 이달 25일부터 외교부와 국방부, 산업통상자원부 공동 주관으로 열리는 '방산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전날 외교부는 주요 방산협력 대상국인 호주를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인도네시아, 카타르, 폴란드 등 6개국 주재 대사들이 이번 회의에 참석한다고 발표했다. 다만 정치권에선 이를 '표면적 입국 명분'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이 대사의 '도주 출국' 의혹이 언론에 집중 보도된 후 총선을 앞둔 여당 지지율은 서울 지역이 전주 대비 15%p나 하락했다(15일 한국갤럽 여론조사,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이에 여야를 막론하고 쏟아지는 귀국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여당으로선 이 대사 귀국에 일단 한숨 돌린 모습이다. 하지만 이 대사 귀국이 만시지탄이란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돌아선 총선 여론을 단기간 내 되돌릴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공수처 수사 경과에 따라 다른 문제가 불거질 수 있고, 이 대사가 총선 전 출국한다면 다시 여론이 출렁일 수 있다. 한편 이날은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 등록 첫날이기도 하다. 22일까지 진행되는 후보자 등록이 끝나면 오는 28일부터는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된다. 이 기간 총선 여론의 향배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