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돌아온 이종섭···野·시민단체 "채상병 사건 밝혀야" 더 거센 비판
한동훈 "다 해결됐다" 평가에도···與, 핵심 관계자 총선 후보 공천 여전 군인권센터 "대통령·여당 대표, 사법질서 교란···이종섭 구속 수사 해야"
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 핵심 인물인 이종섭 주호주 대사의 귀국과 '기자 회칼테러 협박'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사퇴 등을 놓고 "(문제가) 다 해결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종섭 대사 외의 외압 의혹 핵심 관계자들이 여전히 국민의힘 총선 후보로 활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대사 귀국만으로 의혹을 무마하려는 시도라는 비판이 계속된다.
21일 '도피 출국' 의혹을 받은 전 국방부 장관 출신의 이종섭 대사가 공관장 회의 참석을 명분으로 일시 귀국했다. 귀국이 결정된 전날 한동훈 위원장은 이에 대해 경기도 안양 거리 인사에서 "최근 황상무 수석 문제나 이종섭 대사 문제가 결국 다 해결됐다"며 "선거를 앞두고 국민 여러분의 민심에 더 귀 기울이고 더 겸손한 자세를 보이는 것만이 우리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발언했다.
그러나 한 위원장의 발언과 달리 이종섭 대사의 귀국은 외압 의혹 해소와 별다른 상관이 없는 상황이다. 우선 애초부터 이 대사가 출국이 금지된 것은 고위공직범죄수사처(공수처)가 원활한 조사를 진행하기 위함으로, 수사 일정상 정확한 소환 일시가 정해지지 않았다. 소환조사에 협력해야 하는 피의자가 외교 업무를 담당하며 해당국에 주재하는 대사직을 수행하는 것 자체가 문제인 상황이다.
또 이 대사가 귀국 명분으로 내세운 공관장 회의 참석 역시 문제가 되고 있다. 외교부에 따르면 해당 회의에서는 3월 25일부터 호주 등 6개국 주재 대사가 만나 현지 정세와 방산 시장 현황을 논의한다. 그러나 외교부의 통상적인 공지와 달리 회의가 개최되는 정확한 기간과 장소 등 정보들이 모두 제공되지 않았다.
특히 지난해 두 차례 열린 방산수출 관련 회의가 모두 대면이 아닌 화상으로 진행됐고 세계 각국 대사가 모두 모이는 정례 공관장 회의가 다음달 22일부터 닷새 동안 열린다. 굳이 한 달이나 앞당겨 호주 포함 6개국 대사를 따로 불러 회의를 연다는 점에서 이 대사 관련 논란을 무마하기 위해 정부가 예정에도 없는 회의를 개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한 위원장의 "다 해결됐다"는 발언과 달리 정치권 및 시민사회의 비판은 지속되고 있다.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종섭 귀국쇼는 정부·여당의 적반하장 사법 방해"라며 "해병대 수사 외압 사건에는 대통령부터 군, 경찰 실무진에 이르기까지 다수가 연루됐기 떄문에 관련자 수사가 충분히 진행된 뒤 소환해야 한다. 이런 절차를 모두 무시하고 제멋대로 국경을 넘나들며 수사기관을 조롱하는 이 대사의 기만적 태도는 국민이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사무국장은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이종섭 대사와 나란히 출국 금지된 신범철 전 국방부차관, 수사 외압의 주요 관계자인 임종득 전 국가안보실 2차장에게 각각 충남 천안갑, 경북 영주·영양·봉화에 공천장을 수여했다"며 "피의자를 호주대사로 임명해 도주시키는 것이나 금배지를 주고 불체포특권을 쥐어주는 것이나 똑같은 사법 방해"라고 지적했다. 아직 여당의 '수사 방해'가 끝나지 않았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검사 출신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국민을 우습게 보고 사법질서를 교란하고 있다"며 "공수처는 혹시라도 피의자 이종섭이 귀국하면 다시 호주로 도망갈 수 없도록 즉시 공항에서 체포하고 구속 수사로 전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