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파리 올림픽 앞두고 고민에 빠진 한국 마라톤
2025-03-22 김원식 마라톤 해설가·전남 함평중 교사
매일일보 | 세계 남자 마라톤이 인류의 꿈 ‘서브2’(마라톤 풀코스를 2시간 이내로 완주하는 것)를 향해 한발 더 다가선 가운데 한국 마라톤은 2024 파리 올림픽 마라톤 경기가 열리는 오는 8월 10일(남자 마라톤), 8월 11일(여자 마라톤)에 출전할 국가대표 선수 선발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올림픽 마라톤 기준기록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단축되어 남자는 2시간 8분 10초, 여자는 2시간 26분 50초 이내에 들어야 출전 자격이 주어진다. 또 남녀 출전 자격은 다음 세 가지 조건 중 하나를 충족해야 한다. 하나, 기준 시간을 통과할 것. 둘, 세계육상연맹(WA) 플래티넘 라벨 대회에서 5위 안에 들 것. 셋, 세계육상연맹(WA) 랭킹 시스템에서 80위 안에 들고, 국가별 할당 3명 중 1명으로 선정될 것.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현재 파리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는 선수가 없다. 다시 말해 남녀 선수 중 위 3가지 조건 중 하나라도 만족하는 선수가 한 명도 없다는 것이다. 올림픽 출전 자격 획득을 위해 앞으로 국제대회 플래티넘 라벨 대회인 4월 보스턴마라톤 등이 남아있지만, 순위권에 들만한 좋은 기록을 가진 선수가 없어 더욱 안타까운 상황이다. 마지막 희망은 국내에서 열리는 4월 7일 대구마라톤대회(골드 라벨)와 4월 14일 군산새만금국제마라톤 대회(엘리트 라벨)에서 좋은 기록과 성적을 거두는 것이다. 지난 17일 세계가 인정한 국내 유일의 ‘플래티넘 라벨’ 대회인 2024 서울마라톤 겸 제94회 동아마라톤 대회가 열렸다. 이번 대회는 2024 파리 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을 겸한 대회로 광화문 광장을 출발해 잠실올림픽 주 경기장 동문으로 골인하는 42.195km 풀코스와 10km 단축 코스에서 3만 8천여 명의 엘리트와 마스터즈 선수들이 참가해 3월의 봄기운을 만끽하며 서울의 도심을 달렸다. 역시 강한 에티오피아, 케냐 선수들 10여 명이 남자 선두그룹을 유지하며 레이스를 펼쳤다. 우리나라 마라톤 선수들의 근황을 알아보자. 국내부 엘리트 남자 경기에서 김홍록(22·건국대) 선수가 2시간 14분 20초로 자신의 최고기록을 세우며 우승해 한국 마라톤의 새로운 기대주로 떠올랐다. 경험이 많은 노련함으로 기대를 모았던 심종섭(33·한국전력공사) 선수는 2시간 15분 47초로 준우승을 차지했다. 또 국내부 여자 경기에서는 올림픽 기준기록에 근접한 임예진(29·충주시청) 선수가 2시간 28분 59초로 개인 최고기록을 세우며 우승해 여자 마라톤의 강자로 떠오르며 국내 메이저 대회에서 3번째 입상 화제를 모았다. 임 선수는 육상 중·장거리 선수였는데 마라톤으로 전향한 지 2년 만에 이룬 쾌거다. 한국 여자 마라톤의 간판이자 투혼의 선수 최경선(32·제천시청)은 2023년 4월 대구마라톤에서 2시간 28분 49초의 기록을 세웠으나 이번 대회에서는 2시간 36분 24초로 준우승에 머물렀다. 기대해볼 만한 선수는 또 있다. 한국 마라톤의 새로운 희망 박민호(26·코오롱) 선수는 지난해 3월 서울마라톤에서 자신의 기록을 1분 30초나 단축하며 2시간 10분 13초로 본인 최고 기록을 세우며 우승했다. 또, 지난해 서울마라톤에서 국내 여자부 정다은(28·k-water)이 2시간 28분 32초로 자신의 기록을 4분 가까이 단축하며 1위로 골인해 한국 여자 마라톤의 새로운 유망주로 떠오르며 놀라운 기록 단축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어 2018년 서울마라톤에서 세운 2시간 25분 41초의 여자 마라톤 한국 신기록 보유자인 김도연(31·삼성전자) 등 세 선수 또한 남은 대회에서 어떤 기량으로 파리 올림픽 출전권을 따낼지 좋은 기대가 예상되는 선수다. 오늘도 1초를 앞당기기 위해 쉬지 않고 달리는 선수들을 응원하며 앞으로 한국 마라톤이 올림픽에 무리 없이 출전하고, 다시 세계적인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날을 기대하며 소망해 본다. 김원식 마라톤 해설가·전남 함평중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