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갭 투기' 이영선 공천 취소···세종갑 김종민 '어부지리'
후보 등록 마감 지나 뒤늦게 제명·공천 취소 부실 인사검증 시스템 재검토 필요성 제기
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또다시 인사검증 실패 논란에 휩싸였다. 민주당은 이영선 민주당 세종갑 후보가 '갭 투기 의혹'이 불거지자 검증 실패 사실을 인정하며 이 후보에 대한 제명 및 공천 취소 조치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세종갑에서 김종민 새로운미래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졌다.
강민석 민주당 대변인은 24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재명 대표가 최고위원회에서 위임 받은 당헌당규상 비상징계권을 최초로 행사해 이영선 후보에 대한 공천 취소를 결정했다"며 "세종시갑은 민주당이 의석을 점유하던 지역구였지만 이 대표는 생살을 도려내는 아픔에도 불구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천을 하기 위해 긴급하고 신속하게 이 같이 결정했다"고 말했다.
강 대변인은 선관위 후보 등록을 마친 이후 공개된 이 후보의 재산 신고 내역이 당에 사전 신고했던 재산 내역과 크게 상이한 점이 문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이 후보가 당에 재산 내역을 허위 신고한 것을 당헌·당규를 위반한 중대한 해당 행위로 간주하고 공천 취소 외에도 법적 대응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2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후보 재산 내역에 따르면 이 후보는 아파트 4채, 오피스텔 6채, 상가 1채, 임차권 1건 등 총 38억 287만원 상당의 부동산을 소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면서 채무는 은행, 캐피탈 대출 총 6건과 임차보증금과 월세 보증금 10건을 합한 금액은 37억 6893억원이었다. 재산 대부분이 은행 대출을 이용한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구매한 이후 이를 임차 보증금 등으로 메꾸는 방식으로 형성된 것이다. 이는 전형적인 '갭 투기' 방식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온다.
다만 이 후보는 "배우자가 자신 모르게 투자한 일"이라며 "공천을 받고 재산을 신고하는 과정에서 뒤늦게 투자 사실을 알게됐다"며 고의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앞서 이 후보는 현역인 민주당 홍성국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해 당 전략선거구가 된 세종갑에서 4인 경선을 치러 승리해 공천을 받은 바 있다. 중앙선관위 후보 등록 마감 시한이 지났기 때문에 이 후보의 공천 취소 이후 민주당은 세종갑에 대체 후보를 낼 수 없다. 이에 세종갑은 류제화 국민의힘 후보와 김종민 새로운미래 후보의 양자 대결로 치러지게 됐다.
김종민 후보는 제20·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충남 논산·계룡·금산의 민주당 후보로 당선된 바 있다. 지난 12월 이재명 대표의 '사당화'를 비판하며 민주당을 탈당했고,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함께 신당 '새로운미래'를 창당해 이번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세종갑 후보로 나섰다. 진보 지지가 강한 세종갑의 유권자 성향을 생각한다면 민주당의 공천 취소로 인해 김 후보의 3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한편 민주당의 연이은 인사검증 실패로 당 검증 시스템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도 제기된다. 최근 민주당은 '막말 논란'이 일어난 정봉주 전 의원을 서울 강북을에 공천했다가 공천을 취소하고, 다시 경선을 치러 조수진 변호사를 공천했다. 그러나 조수진 변호사 역시 '성범죄자 변호' 이력이 문제가 되며 자진 사퇴했다.
강 대변인은 "후보들이 작심하고 (재산 등을) 거짓 신고 하려면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상황이긴 하다"며 "(인사 검증) 시스템 (보완) 방법이 없는지 깊이 고민해야 할 지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