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신기루가 된 정부 미분양 대책

2025-03-25     나광국 기자
나광국

매일일보 = 나광국 기자  |  지난 1월 지방 미분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대책을 내놨지만 서울과 지방의 분양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부동산 한파 속에서도 수도권 입지에서는 청약 수요가 몰리고 있는 반면 지방은 아무리 입지가 좋고, 1군 건설사가 시공을 맡아도 미달이 속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통계를 보면 올해 1월 전국 미분양 물량은 전월(6만2489가구)보다 1266가구 늘어난 6만3755가구로 두 달 연속 6만가구를 돌파했다. 이 중 지방이 차지하는 비중은 85%에 육박한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상황은 더 심각하다. 올해 1월 9115가구로 전달보다 4.9% 늘어났다. 지난해 동안 증가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1년 만에 4000가구 늘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방 아파트 물량을 주로 맡던 중소건설사도 분양 실패에 따른 자금부족으로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올해 폐업한 건설사는 종합건설사 79곳, 전문건설사 606곳 등 685곳으로 확인됐다. 올해 들어 부도난 전문건설사도 5곳에 이른다. 대부분 광주와 울산, 경북, 경남, 제주 등 지방 건설사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지난 1월 지방 미분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놓은 대책이 방향을 잘못 짚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시 정부는 전용면적 85㎡ 이하, 취득가격 6억원 이하의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하면 세제 산정 시 주택 수에 포함하지 않기로 했다. 이는 지방 아파트 수요를 진작하가 위함이었지만 두 달이 지난 지금도 지방 미분양 상승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사실 이런 대책이 실제 시장에 적용된 사례가 전무한 상황이다. 지방 준공후 미분양 주택의 원시취득세 감면을 위해선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한다. 현재 의원 발의는 이뤄졌지만 총선이 지나야 입법이 가능한 상황이다. 또한 지난달 개정안이 발의될 것으로 발표했던 지방 준공후 미분양 구입시 1세대1주택 특례 적용의 경우 아예 검토조차 되지 않고 있다. 지방 준공 후 미분양을 구입하면 주택 수에서 제외해주는 대책도 기재부와 행안부의 시행령 개정사항으로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실행이 불가능했던 미분양 대책이 총선용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분양가 상승에 고금리가 이어지면서 실수요자들의 자금 마련이 녹록치 않은 상황인데 미분양 주택 구입 시 주택 수 제외와 같은 대책은 상황에 맞지 않단 이유에서다, 물론 총선 이후 대책이 입법되고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다만 지방 미분양 문제가 지방 건설사와 업계에 영향을 주는 만큼, 수요가 억눌러진 현재 부동산 시장에서 수분양자들이 분양받을 수 있도록 수요 진작책과 같은 보완책을 준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