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전세난에 매입주택 카드 꺼내든 정부… 실효성 “글쎄”

매입주택 선호도 떨어질 수 있어 실효성 의문 주택 매입 보다 3기 신도시 활용이 차라리 나아

2024-03-25     김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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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김수현 기자  |  최근 전월세 가격이 상승하고 미분양이 늘면서 정부가 매입임대주택 비중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정책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5일 관계 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올 하반기부터 민간주택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전월세 10만호 공급을 추진 중이다. 윤 대통령은 최근 민생토론회에서 "건설경기 침체로 민간 역할이 부진한 만큼 공공 부문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며 특히 "앞으로 2년간 신축 중소형 주택을 공공이 매입해 저렴한 전월세로 공급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지난 20일 빌라·오피스텔·단독주택 등 비아파트 10만호를 매입해 시세보다 싼 전월세로 공급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우선 올해와 오는 2-25년 사이 시세에 비해 90% 저렴한 2만5000호 규모의 '든든전세주택'을 선보인다. LH는 신축매입을 통해 1만5000호, HUG은 전세사기 등으로 경매낙찰 받은 기축 주택 1만호를 공급한다. 이와 함께 7만5000호의 신축매입임대를 공급해 무주택 저소득층·청년·신혼부부 등에게 최대 20년간 시세보다 최고 70% 저렴한 월세로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 일각에서는 오히려 이 정책은 수요층을 외면한 주택 공급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에서 매입하는 주택 중 상당수가 입지와 상품성이 떨어지는 미분양 물량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9월 국정감사에서도 전 정부가 비슷한 정책을 실시했으나, 전국 매입임대주택 중 상당수가 세입자를 찾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공실인 매입임대주택은 4859호로 집계됐다. 같은 해 7월 말 공공임대 입주 대기자가 9만713명이고, 일부 수도권에서는 평균대기 기간이 50개월을 넘는 상황과 대조적이다. 당시 허영 의원은 대규모 공실이 발생한 이유로 △수요 예측 실패 △초과 공급 △불편한 입지 △주변 인프라 부족 △노후화 △작은 크기 등을 꼽았다. 공실물량이 상당하지만 지난해 저조한 사업 실적과 10만호라는 대규모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수요자들이 외면하는 주택을 무작정 사들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해 1월에도 LH가 서울 강북구 ‘칸타빌 수유팰리스’를 시세보다 비싼 가격에 매입한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세금이 아닌 내 돈이었다면 과연 지금 이 가격에 샀을까 이해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LH는 매입 기준을 감정가에서 원가 이하로 낮췄고, 사업 참여 주택 수는 크게 줄어들었다. 지난해 공공임대주택 매입 물량은 4610호를 기록했는데 기존 목표인 2만476호의 1/4에 미치지 못했다. 2019~2022년 평균 매입 물량 1만8779호의 1/3 이하 수준이 된 것이다. 이와 함께 지난해 매입과정에서 비리를 저지른 LH직원이 구속된 만큼 관련 범죄 방지대책 역시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해 7월 인천지검은 LH 인천본부 소속이던 A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와 업무상 배임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했다. A씨는 2019년 11월부터 2021년 5월까지 주택매입 브로커 B씨에게 뇌물을 받고 임대주택 현황과 감정평가 결과 등이 담긴 내부자료를 넘겨주며 편의를 제공했다. A씨는 매입임대주택과 관련해 현장실사·서류심사·심의 등을 총괄하고 있어 매입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던 위치였다. A·B씨로 인해 LH 인천본부가 매입한 주택은 모두 1800여채로 약 3303억원의 예산이 사용됐다. 특히 이때 매입한 주택 중 165호은 미추홀구 전세사기 일당이 가진 미분양 물량이었다. LH 관계자는 “매입임대 공실을 줄이기 위해 소득기준·무주택 여부 등의 입주 자격을 완화하고, 인근 군부대 근무자들의 숙소 등으로 이용할 계획”이라며 “매입 과정 중 발생할 비리 차단을 위해 계약건수 상한제를 적용하고 전용신고센터를 신설하는 등 대책을 시행 중”이라고 했다. 정택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통산팀 부장은 “공공주택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주택을 매입하는 것보다 공공주택을 신축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라며 “현재 추진 중인 3기 신도시에 공공주택을 대거 공급하는 것이 서민층 주택 보급에 있어 실효성이 더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