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에 밀리면 안돼”…韓 이커머스, 물류 경쟁력 담금질 ‘집중’

中 알리, 연내 물류센터 건립 계획…업계 불안감 ↑ 韓 업체, 물류 권역 확장·첨단 기술 도입 등 차별화

2024-03-25     민경식 기자
쿠팡

매일일보 = 민경식 기자  |  국내 이커머스 업계가 물류 역량을 다각도로 끌어올리고 있다. 물류 경쟁력 중요성은 이미 코로나19 사태 시기부터 대두돼 왔지만, 최근 중국 초저가 플랫폼인 알리익스프레스(이하 알리)가 연내 물류센터 건립 계획을 세우면서 업계 안팎으로 불안감이 커졌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알리의 모기업 알리바바그룹은 한국에서 영향력을 키우고자 향후 3년간 11억달러(한화 약 1조4471억원)를 투자하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사업계획서를 한국 정부에 제출했다.

특히, 2억달러(약 2632억원)를 투자해 연내 국내에 18만㎡(약 5만4450평) 규모 통합물류센터(풀필먼트)를 설치한다는 구상이다. 축구장 25개 크기에 달하는 면적으로 단일 시설로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수준이다.

알리가 한국에서 자체 물류망을 구축하게 되면, 직구사업의 고질적 단점으로 일컬어지는 배송 시간과 배송비를 보완할 수 있다. 그간 중국 현지에서 생산된 물품을 직매입해 한국으로 쏟아내는 방식으로 가격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해왔지만, 앞으로는 배송경쟁력까지 더해져 상호 시너지를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국내 종합몰 앱 사용 순위에서 알리 이용자 수는 818만명으로 11번가(736만명)을 추월하고 쿠팡(3010만명)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이미 한국시장에서 가파른 성장가도를 달리는 만큼, 국내 이커머스 업체를 비롯해 유통업계에 더욱 위협적인 존재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에 국내 이커머스 업체는 배송 서비스 권역을 넓히기 위해 물류망을 지속 확보하는가 하면, 로봇화·자동화 등 첨단 기술을 물류에 적용해 효율성을 개선하고 있다. 물류 차별성을 앞세워 셀러 공략에도 힘을 쏟고 있다.

쿠팡은 2010년 회사 설립 이래 6조2000억을 투입해 전국 30개 지역에 100여개 이르는 물류망을 보유했다. 2022년 준공한 대구 풀필먼트센터는 인공지능(AI)·빅데이터 기반으로 운영되는 최첨단 물류센터다. 축구장 46개(지하 2층~지상 10층) 규모의 대구 FC는 주요 물류 업무동에 무인 운반 로봇, 소팅 봇, 무인 지게차 등 최첨단 물류 기술들을 집약했다.

쿠팡은 물류 미래 인재 발굴에도 나서고 있다. 쿠팡풀필먼트서비스는 오는 31일까지 상반기 오토메이션 직군 공채를 실시한다. 전국에 걸쳐 최첨단 물류 인프라를 늘려감에 따라 오토메이션 관련 우수 역량과 전문성을 겸비한 기술 인재를 찾겠다는 복안이다.

SSG닷컴은 지난 14일 신세계 남산 트리니티홀에서 협력사 초청 간담회 ‘파트너스데이’를 열고, 신성장동력으로 중 하나로 ‘배송 경쟁력 강화’를 강조했다. 그 일환으로 익일배송 ‘쓱1DAY배송’ 상품(SKU) 수는 지난해 출시 시점 대비 4배 이상 확대할 계획이다.

올 4분기에는 경기도 광주에 첨단물류센터도 개장한다는 목표다. 자동화 설비와 콜드체인을 갖춘 시설을 바탕으로 하루 20만 건 이상 주문을 추가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앞서 용인 1곳, 김포 2곳 등 네오센터(NE.O) 3곳에 자동화 물류 설비를 마련해 운영 중이다. 컨베이어 벨트로 배송 박스를 작업자에게 운반해주는 GTP(Good To Person) 시스템을 꾀해 효율을 개선했다.

11번가가 오픈마켓 셀러(판매자)를 대상으로 자체 풀필먼트 서비스를 지원하는 ‘슈팅셀러’를 선보이고 있다. 이를 위해 상온 및 저온 제품 보관에 최적화된 인천 지역 내 11번가 물류센터를 활용한다. 보관, 포장, 배송, 재고관리, 교환·반품 등 온라인 판매에 필요한 물류 전 과정을 대행하는 방식이다.

특히, ‘슈팅셀러’는 11번가 외 타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발생된 주문의 물류 대행이 가능한 ‘멀티채널’형 서비스를 운영한다. 셀러가 진출한 채널들의 주문정보를 11번가가 자체 고안한 창고관리시스템(WMS)와 연동해 셀러의 물류를 전담하는 방식을 통해 편의성을 제고했다.

G마켓은 화성시 소재 동탄메가센터에 이종 로봇을 통합 운영, 관리할 수 있는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하고 현장 검증에 돌입했다. 이번에 도입한 ‘로봇 통합운영 솔루션’은 LG CNS가 고안한 각기 다른 형태의 로봇을 통합 제어·관리·운영할 수 있는 신기술이다. 상품 적재부터 피킹· 운반·정리 등 작업을 로봇이 수행해 업무·공간 효율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컬리는 최근 영남권 샛별배송 권역을 경주시와 포항시까지 포함시켰다. 2015년 수도권을 기반으로 샛별배송 서비스를 전개한 이후 충청, 대구, 부산, 울산, 양산, 김해, 창원 등으로 배송 지역을 지속 넓혀왔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이 초저가 박리다매 전략으로 한국 시장을 잠식해나가는 가운데, 알리의 경우 물류 구축을 통한 배송경쟁력 확보에 나서 직구 단점을 극복하려는 모습”이라며 “국내 업체들도 물류 서비스를 지속 고도화해 차별화에 나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