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속도 조절 나선 당정에···"선거용 무리수" 비판 고조

한동훈 '중재'에도 의대 교수들, 집단 사직 예정대로 강행 野 "의료 공백 장기화로 지지율 떨어지니 이제야 수습" 비판

2024-03-25     이설아 기자
국민의힘

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의대정원 증원으로 인한 정부와 의료계 갈등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중재를 자처했다. 이에 의정갈등이 완화될 것이라는 시선도 존재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부와 여당이 총선을 위해 의대 증원 이슈를 이용했다고 지적하는 비판의 목소리 역시 만만찮다.

25일 한동훈 위원장은 서울 현장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정부가 해온 (의대 증원) 방향성에 대해선 국민들께서 동의하고 있을 것"이라면서 "저는 이 부분에 대해서 건설적인 대화의 중재자로서 그리고 그 문제를 조정할 수 있는 사람으로서 정치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한 위원장은 전날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를 만난 이후 대통령실에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의료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 정지 행정 처분을 유연하게 처리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당과 협의해 유연한 처리 방안을 모색해 달라"며 "의료인과 건설적 협의체를 구성해 대화를 추진하라"고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지시했다. 당정이 의정갈등의 여파로 발생하는 의료 공백 장기화를 막기 위해 그동안의 강경 일변도에서 의료계와 협상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그러나 한 위원장의 중재에도 의정갈등이 완화될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다. 우선 의료계는 의대 증원 계획 자체가 철회돼야 한다며 교수들의 무더기 사직서 제출을 이날 예정대로 진행했다. 전의교협과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국의대교수 비대위) 등 교수 단체들은 이날 대학 측에 사직서를 일괄 제출하면서 "입학 정원의 일방적 결정과 정원 배분으로 촉발된 교수들의 자발적 사직, 누적된 피로에 의해 어쩔 수 없는 주 52시간 근무, 중환자 및 응급환자 진료를 위한 외래진료 축소는 금일부터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이들 단체는 "정부에 의한 입학 정원과 정원 배정의 철회가 없는 한 이번 위기는 해결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전의교협 측은 전날 한동훈 위원장과의 간담회에서 "입학 정원과 배정은 협의나 논의의 대상도 아니며, (한 위원장과) 대화하지도 않았다"고 강조했다. 교수들이 사직서가 수리될 때까지는 진료하겠다고 밝혔고, 병원들은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우려되는 의료 공백 대혼란이 당장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와 의료계가 둘 다 입장을 철회할 가능성이 극히 드물어 양측 간 골이 단순 협상장 마련으로 좁혀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한동훈 위원장도 의대 증원 규모가 조정이 가능하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지금까지 그 부분이 부족했던 것이고 그 부분을 중재하겠다는 게 제 의무"라며 "여기서 제가 어떤 방향을 제시하는 건 오히려 혼란을 가져올 거라 생각한다"며 말을 아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무리한 의대 증원을 추진한 정부가 이제 와서 협상 시늉을 벌이는 것이 '선거용'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제기한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 저널'에 출연해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위원장이) 정치적 목적으로 이 (의대 증원) 문제를 활용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홍 원내대표는 "의사 때리기를 통해 정부가 일한다는 이미지를 만든 이후 나중에는 대폭 의사 단체에 양보해 문제를 봉합하는 방식으로 당이 수습하려는 것이 애초 시나리오"라면서 "지난달 윤 정부의 지지율이 높았던 첫 번째 이유가 의대 증원 문제다. 이제는 의료 공백이 장기화하니까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총선에 불리할 것 같으니 발 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