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폐지, 무엇이 문제인가?

2025-03-26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
김인만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  |  정부는 최근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전면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부동산 공시가격은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의료보험료 등 67개 행정제도에 활용이 되는 부동산 가격기준으로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공시가격은 시세 대비 약 70%, 단독주택은 약 60%, 토지는 50% 수준에 형성돼 있다.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는 시세보다 지나치게 낮은 공시가격을 2030년까지 시세의 90% 수준까지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공시가격 현실화 폐지 선언은 두 가지 문제가 있다. 공시가격 현실화 폐지 관련 용역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음에도 대통령이 폐지선언을 했으니 사실상 용역결과의 답을 미리 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또 공시가격현실화가 법 개정사항으로 야당의 협조가 없이는 폐지할 수 없다. 그럼에도 공시가격 현실화 폐지선언이 갖는 의미를 찾자면 2023년 공시가격 변동률은 -18.63%, 2024년 1.52%로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식물상태인 공시가격 현실화의 생명줄을 끊겠다고 공식화했다는 것이다. 공시가격 현실화는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 공시가격 현실화 자체는 충분히 의미가 있다. 실거래신고의 데이터베이스가 잘 만들어져 있고, 표준화되고 규격화된 아파트 공동주택은 시세의 90% 수준까지 올리거나 KB시세를 기준으로 삼아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문재인정부 시절 공시가격 현실화의 목표 방향 설정이 공시가격의 문제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 급등하는 집값을 잡기 위해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된 다주택자들의 세부담을 높여 최대한 압박을 주겠다는 의도에서 시작됐다. 이 때문에 높은 집값 상승률에 현실화의 무게가 더해진 당시의 공시가격 변동률은 2021년 19.05%, 2022년 17.20%로 폭발적으로 올라갔다. 공시가격만 올렸으면 다행인데 공정시장 가액비율과 세율도 올렸고, 다주택 중과도 적용한 결과 전년 대비 2배 이상 나온 보유세 고지서에 심각한 조세저항에 부딪혔다. 공시가격이 문제여서 현실화를 하고 싶었다면 공정시장 가액비율이나 세율을 낮춰 조세부담완화를 하거나 집값이 많이 올라 공시가격 변동률이 5% 이상 높아지는 해에는 현실화를 적용하지 않는 등 과세대상자들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했어야 한다. 시작부터 잘못된 공시가격 현실화는 현 정부에서 반작용으로 시세변동보다 더 많이 공시가격을 내림으로써 법을 떠나 이미 실질적으로 폐지됐다. 공시가격 현실화를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부동산을 보유한 소위 가진 자들에게 시세보다 낮은 공시가격으로 과세해 사실상 감세혜택을 주는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현실화를 폐지하자는 입장에서는 어차피 누진세율로 충분히 더 내고 있는데 공시가격을 인위적으로 올려 과도한 세금 부담을 주는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공시가격 현실화 폐지 여부를 떠나 국민 부담은 늘리지 말아야 한다. 부자감세를 개선하고 싶다면 공시가격이 인상이 아닌 최고단계의 누진세율 구간을 신설하면 된다. 사실 의료보험 최고한도가 월 300만원인데 재벌회장 정도 능력이 되는 분들은 3000만원 내도 되지 않을지 생각해본다. 공시가격 현실화를 하고 싶다면 국민들의 표준화된 아파트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KB시세로 현실화하고 조사인원을 단독주택과 토지 공시가격 산정에 더 투입해서 정확도를 더 올리는 방안도 고려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