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K-게임, 중동·인도 진출 속도…영토 확장 나서

국내 시장 위축되고 중국 시장 불확실성 ↑…신흥 시장 공략 본격화 크래프톤·데브, 현지화 전략…넥슨·위메이드, 블록체인 기술 앞세워

2025-03-26     이태민 기자

매일일보 = 이태민 기자  |  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중동·인도 등 신흥 시장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국내 게임 시장이 역성장을 기록한 데다가 중국발 리스크와 각종 규제 강화로 중국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수익 개선을 위해 영토 확장에 나섰다.

26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3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게임산업 매출은 19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22조2149억원) 10.9%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게임산업 전체 규모가 역성장한 것은 2013년 이후 10년 만이다. 여기에 국내 전체 게임 이용률 또한 전년 대비 11.5% 줄어든 62.9%로 집계됐다.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가 줄면서 게임 이용률이 줄고 있는 추세에 경기침체로 소비심리도 하락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크래프톤, 위메이드, 컴투스 등 국내 주요 게임사들은 인도와 중동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들은 PC·모바일 게임과 이스포츠, 가상자산 등 자사 주요 기술을 내세워 사업 확장에 힘을 쏟고 있다. 두 지역은 젊은 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는 데다가 인터넷·스마트폰 보급률도 증가하고 있어 성장 잠재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중동 시장의 경우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주도로 게임산업 지원이 활성화되면서 존재감이 부각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니코파트너스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의 플랫폼 통합 게임 이용자 수는 4억4400만명, 매출 규모는 8억6800만달러(약 1조1600억원)로 추정된다. 중동 게임 시장 규모는 2022년 18억달러(2조4000억원)에서 2026년 28억달러(3조7300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크래프톤은 중동에 이어 인도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인기 타이틀인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지난해 트래픽과 매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인도 문화를 반영한 신작 ‘가루다 사가’와 ‘로드 투 발러’를 출시하는 등 현지화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에는 배틀그라운드 성공 경험을 살려 데브시스터즈와 '쿠키런'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했다. '쿠키런'은 저사양 기기에서도 안정적으로 구동할 수 있어 인도 시장에서의 높은 성공 가능성이 점쳐진다. 법인 구축과 투자도 공격적으로 진행 중이다. 크래프톤은 2021년부터 인도 최대 e스포츠 기업 ‘노드윈게이밍’을 비롯해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 ‘로코’ 등 디지털 콘텐츠 기업 11곳에 1900억원을 투자했다. 현지 법인과 조직을 구축하고 투자를 진행 중이다. 최근 인도 구자라트주 정부와 e스포츠 및 게임 생태계 강화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데 이어 인도 게임 개발자 육성을 위한 프로그램 참여 기업을 선정했다. 컴투스도 중동 지사 설립과 함께 '서머너즈 워' e스포츠 대회의 현지 개최 여부를 검토 중이다. 다만 진출 시점 등 구체적인 내용은 정해지지 않았다. 위메이드는 가상자산 '위믹스'를 앞세워 중동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지난해 1월 아랍에미리트에 '위믹스 메나' 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한국 게임사 최초로 두바이 상공회의소와 블록체인 사업 협업 관계를 구축, 두바이 국제금융센터 이노베이션 허브에 위믹스 플레이 센터 설립을 추진 중이다. 다양한 블록체인 게임들을 위믹스 생태계에 편입시키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넥슨 역시 중동 지역 블록체인 게임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UAE는 국가 차원에서 블록체인 산업 육성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전망이 밝은 지역으로 꼽힌다. 넥슨은 지난해 말 UAE에 ‘넥슨 유니버스 글로벌’과 ‘넥스페이스’ 법인을 설립했다. 넥스페이스는 넥슨의 인기 지식재산권(IP)인 메이플스토리에 대체불가능토큰(NFT)과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한 ‘메이플스토리N’을 선보이기 위한 프로젝트다. 넥슨은 올해 안에 메이플스토리N을 일부 국가에서 출시할 예정이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인도·중동의 경우 최근 디지털 인프라 구축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이용 연령대가 확장되고 있는 데다가 높은 구매력을 갖고 있어 성장이 기대되는 지역"이라며 “현재는 모바일 게임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데, 향후 국민들이 게임을 더 많이 즐기게 된다면 보다 다양한 장르를 발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