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웨이 의료계… 협상은 지지부진

지역거점병원 소속 의대교수 사직 잇따라 협상 하겠단 정부, ‘의대 2000명 증원’ 타협 없어 보건의료 종사자, “의대교수 집단사직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 탓

2025-03-26     이용 기자
한덕수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정부가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을 잠정 보류하고, 집단행동을 예고한 의대교수 단체에게 협상을 제안했다. 그러나 전국 의대교수가 사직과 진료축소를 강행하면서, 의료공백은 심화될 전망이다.

26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역사회 보건의료를 책임지는 지역거점병원 및 의대에선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충남대 의대·충남대병원·세종충남대병원 교수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는 전체 373명 교수 중 287명이 설문에 참여했고 223명이 사직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체의 78%에 해당한다. 전남대 의대교수들은 오는 29일까지 사직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283명 중 20여명이 비대위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조선대 의대는 전날(25일) 기준 161명 교수 중 15%가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 경상국립대 의대 교수 260여명 중 25명이 사직서를 냈으며, 29일까지 교수들이 개별적으로 사직서 제출에 합류한다.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전날 오후 5시 이후 교수 433명의 사직서를 대학 측에 제출했다. 순천향대 천안병원서 병원에서 근무 중인 순천향대 의대 교수 233명 중 93명도 교수협의회에 사직서를 냈다. 같은 날 연세대 의대 교수들은 의대학장에게 사직서를 일괄 제출했다. 사직서 제출 규모는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연세대 원주의과대학에선 교수 정원이 10명인 필수의료과목에서 8명이 지난주 사직서를 제출했다. 방재승 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대위원장은 관련 대학에 소속된 1400명 교수 가운데 900여명이 답변한 설문조사에서 절반 이상이 사직서를 제출한다고 답했다. 정부는 의대교수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의료계와 협상에 나선 상태다. 본래 26일부터 진행하기로 했던 사직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은 잠정 보류하기로 하고, 의료계엔 대화를 요청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의료계 및 교육계 전문가와 만남을 가졌다. 한 총리는 이 자리를 통해 정부와 의료계의 대화체가 구성되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이번 회의에 참석한 정부 관계자는 한 총리와 이주호 교육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박구연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 등이 참석했다. 의료계와 교육계에서는 유홍림 서울대총장, 김영태 서울대병원장, 김정은 서울대 의대 학장, 윤을식 대한사립대학병원협회장, 신찬수 한국의과대학의전원협의회 이사장, 김동원 고려대총장, 윤동섭 연세대총장, 유지범 성균관대 총장, 오연천 울산대총장, 원종철 가톨릭대 총장 등이 참석했다. 양측은 의-정 대화체 구성에 뜻을 모았다. 한 총리는 "이해 당사자들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분들끼리 건설적인 협의체를 구성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대를 찾아가길 원한다"며 "정부는 이제껏 의료계 교수들과 소통을 해왔지만 오늘은 여러 대학의 총장들과 의대 교육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동안 정부가 의료계와 대화를 추진하는데 큰 애로사항 중 하나는 공식적인 대화 채널이 없었다는 점을 꼽았다. 앞으로는 의료 교육을 담당하는 대학 총장들과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다. 유홍림 서울대총장은 "국민과 정부 입장에서도 협의체 구성이 앞으로의 의료개혁 추진에 필요한 단계다. 구체적인 의료개혁 특별위원회 구성에 앞서 협의체 구성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동의했다. 다만 전공의 및 의대교수의 의견을 대변하는 '강경파' 단체인 대한의사협회와 전국의과대학 교수협의회와의 협상 논의는 없었다. △의협은 정부의 의대증원 정책 백지화 △전의교협은 증원 규모 축소를 주장한다. 정부가 이를 수용해야 협상에 응하겠단 입장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날도 증원 여부 및 규모 조정엔 타협할 수 없단 태도를 분명히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통해 "의대 증원은 의료 개혁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협상 의지가 있다던 정부가 ‘의대증원 정책’을 끝까지 관철할 의지를 내비친 만큼, 의정 갈등은 지속될 전망이다. 이에 보건의료 종사자들은 정부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이날 호소문을 통해 “전공의 진료거부 사태 장기화와 의대교수들의 집단사직 사태를 불러온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에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의사들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강압 조치를 전면 중단하고, 진료 정상화를 위한 대화에 착수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