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케어 이코노미'가 뜬다…K-기업, 돌봄 시장 눈독

초고령 인구·맞벌이 부부 증가세에 시장 활기…기술 도입 눈길 촘촘한 돌봄 체계 요구에 디지털 헬스케어·펫 시장도 낙수효과

2025-03-27     이태민 기자

매일일보 = 이태민 기자  |  세계적으로 초고령 사회가 가속되면서 ‘케어 이코노미(돌봄경제)’가 올해 소비 트렌드로 급부상하고 있다. 주요 기업들은 인공지능(AI), 로봇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한 돌봄 서비스를 개발하며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27일 산업계에 따르면 노령 인구와 맞벌이 부부가 급증함에 따라 ‘케어 이코노미’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케어 이코노미는 보육·간병·장애 보조·노인 간호 등 모든 형태의 돌봄을 지원하는 유·무급 노동과 서비스를 뜻한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는 저서 ‘트렌드코리아 2024’에서 “돌봄의 의미가 단순히 물리적 불편함을 보살펴주는 것을 넘어 성인의 정신 건강 등으로 확장되면서 사회·경제적 파급효과가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시니어 케어 시장 규모는 2018년 8조원에서 지2022년 14조5000억원으로 4년 만에 81.3% 성장했다. 아이 돌봄 시장도 빠르게 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국내 키즈산업 시장이 2002년 8조원에서 2023년 50조원 수준으로 확대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동력은 갈수록 줄어들면서 돌봄 공백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돌봄 서비스에 대한 수요 대비 시장의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면서 인력 부족 규모는 2022년 19만명에서 2032년 38만~71만명, 2042년 61만~155만명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국내 주요 기업들은 각 세대 특성에 맞춘 돌봄 서비스를 속속 내놓고 있다. 노년층을 겨냥한 활동 보조 로봇부터 AI 비서를 활용한 24시간 돌봄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이를 통해 응급 상황 대처로 노년층의 생활을 보조하고, 복지 인력 및 비용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맞벌이 부부의 육아 부담을 덜 수 있는 키즈 콘텐츠도 빼놓을 수 없다. 자녀를 적게 낳으면서 최고로 키우려는 심리와 맞물려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통신 3사의 '키즈폰' 경쟁이 치열한 것도 이 때문이다. 업체들은 아이들의 올바른 생활 습관을 만들어가는 서비스부터 스스로 용돈을 관리하고 소비습관을 기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 등 유용한 기능을 탑재하고, 실구매자인 부모의 니즈까지 만족시키기 위해 안심 케어·제어 기능 등을 추가해 고객 확보에 나서고 있다. 

촘촘한 돌봄 체계 구축의 필요성이 증대되는 현상은 디지털 헬스케어와 펫 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디지털 헬스케어의 경우 AI 알고리즘 등을 활용한 밀착 관리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연내 출시 예정인 ‘갤럭시 링’에 업계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운동, 수면 보조 뿐 아니라 피부 온도 변화 등 미세한 생체신호를 감지해 다양한 건강지표를 측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커넥티드 케어’를 완성해 개인 맞춤 헬스케어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펫팸족(Pet+Family)’의 증가세도 눈여겨 볼만하다. KB경영연구소에서 분석한 2022년 기준 국내 반려동물 양육가구는 552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25.7%를 차지했다. 2020년 말 조사 통계보다 2.8% 증가했다. 이에 국내 기업들은 반려동물 특화 상품과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반려동물의 생활환경을 밀착 관리하는 펫케어 플랫폼, 건강 상태를 진단하는 의료 솔루션, 항공 운송 시스템 등이 그것이다. 자사 기술력을 바탕으로 신시장을 확대하는 동시에 기존 서비스와의 시너지 효과를 통한 ‘락인 효과’를 기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정보기술(IT)업계 한 관계자는 "저출생·고령화로 인해 돌봄 주체가 전 연령대로 확산되면서 스마트 돌봄과 인적 돌봄을 체계적으로 연계하는 작업이 중요해졌다"며 "AI 및 빅데이터 기반 서비스를 지속 고도화해 서비스에 적용하고, 돌봄 공백을 최소화하면서 기업의 ESG 가치도 높여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