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인물論]⑯정신아 카카오 대표

카카오 대내외 악재 속 구원투수 역할…첫 40대 여성 리더십 눈길 글로벌 기업·창업 생태계 두루 경험…스타트업 투자 성공 신화 다수 '사람 중시' 경영철학으로 기업문화 혁신 도모…사내 정치 등 악습 타파

2025-03-28     이태민 기자

매일일보 = 이태민 기자  |  40대, 여성, 벤처 전문가. 정신아 카카오 신임 대표에게 붙은 수식어다.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평가가 나왔을 만큼 대내외 악재에 시달리던 카카오가 구원 투수로 정 대표를 내세웠다. 새로운 카카오 시대를 이끌 그의 리더십에 업계 이목이 쏠린다.

정신아 대표는 28일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정식 선임되면서 내정자 딱지를 떼고 공식 임기를 시작했다. 첫 여성 최고경영자(CEO)이자 첫 계열사 출신 그룹 대표라는 점에서 카카오 안팎에선 ‘파격 인사’라는 평가가 줄을 이었다. 카카오는 정 대표 선임 이유에 대해 정보기술(IT) 분야 전문 지식과 경험을 보유하고, 기업 성장 단계에 따른 갈등과 어려움을 잘 이해하는 인물이라는 점을 들었다. 젊은 리더십과 탄탄한 이력을 갖춘 새로운 인물을 통해 빠르고 효율적인 내부 쇄신을 이끌어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정 대표는 글로벌 기업과 창업 생태계를 두루 경험한 ‘혁신 전문가’로 꼽힌다. 보스턴컨설팅그룹, 이베이 아시아태평양지역본부, 네이버를 거쳐 2014년 카카오벤처스에 합류했다. 이어 2018년부터 카카오벤처스 대표를 맡아 모바일 플랫폼, 게임, 디지털 헬스케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성장 잠재력이 높은 IT 스타트업을 발굴해 왔다. 그 결과 카카오벤처스 대표 재임 기간 동안 140여개 스타트업에 투자해 한국 벤처 생태계 발전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중엔 두나무, 당근마켓, 왓챠 등 현재 유니콘 기업들로 알려진 곳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 업계에서는 정 대표가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카카오를 유연하게 이끌어 갈 것으로 보고 있다. 플랫폼업계 관계자는 정 대표에 대해 “커머스·광고 등 카카오의 다양한 사업에 대한 깊은 인사이트를 보유하고 있다”며 “시장이 원하는 것을 빠르게 파악해 신사업으로 연결하는 추진력과 안목도 갖춘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정 대표의 ‘성공 신화’ 배경에는 사람과 소통을 중시하는 경영철학이 있다. 평소 소탈한 성품에 격의 없는 소통으로 내부 구성원은 물론 벤처캐피털(VC)업계 및 스타트업 관계자들과의 신뢰가 두텁게 형성돼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스타트업 초기 투자 과정에서 사람을 많이 본다는 건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그는 카카오벤처스 대표 취임 후 약 1년 동안 수직적 조직문화, 사내 정치 등 악습을 타파하는 데 집중했다. 과거 한 스타트업 유튜브에 출연해 “주니어 때부터 기업을 키워 오며 갑과 을이 존재하는 문화를 후배들에게 넘겨주고 싶지 않았다”고도 언급한 바 있다. 정 대표의 기업문화 혁신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그가 카카오의 차기 대표로 내정된 후 가장 먼저 추진한 일이 임직원들과의 소통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그는 지난 1월부터 ‘기업문화’를 시작으로 △AI 시대 카카오 △기술 이니셔티브 △사업 및 서비스 방향성 △거버넌스 △인사 제도 △일하는 방식 등 7개의 주제로 ‘크루톡’을 진행했다. 정 대표는 지난 2월까지 임직원 약 1000여명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경청해 왔다. 크루톡에서 나온 의견들은 조직 쇄신 방향을 설계하는 포석이 될 전망이다. IT업계 관계자는 “정 대표가 김범수 창업자와 같은 직장에서 함께 근무한 이력이 없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김 창업자 역시 사람을 중시하는 경영철학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게 실질적인 쇄신을 이끌 적임자로 지목된 요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카카오의 신성장동력인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정 대표의 역할도 주목되고 있다. 지난해 네이버 등 빅테크 기업이 생성형 AI 서비스를 위한 초거대언어모델(LLM)을 잇따라 공개하는 동안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히며 대응이 늦어진 만큼 빠른 전략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 1월 첫 대외 행보였던 과기정통부의 AI 최고위 전략대화에서 멀티모달 AI 모델 ‘허니비’를 처음 선보인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카카오의 사업 방향을 바로잡고 AI 등 기술 기업의 정체성을 재정립함으로써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이 자리에서 “2022년 오픈 AI 열풍을 통해 국내에서 자체언어모델을 소유하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꼈다"며 “카카오는 ‘사용자의 일상생활에 AI가 스며들게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에 대한 질문을 계속 던지고 내부에서 해답을 찾아가려고 노력하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사내외 기대와 주주 눈높이에 맞는 혁신을 이루기 위해 쇄신 작업에 속도를 더하겠다"며 “카카오만이 할 수 있는 AI 기반 서비스 개발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 또한 확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기업으로의 도약’이라는 막중한 의제가 그에게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