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박근혜 '전직 대통령'들도 선거전 등판···'지지층 결집' 총력

朴, 지난 26일 한동훈 만나 선거 등 현안 조언 文, 이재영·변광용 후보 선거사무소 방문·산행

2024-03-28     염재인 기자
여야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4·10 총선을 앞두고 전직 대통령들이 선거전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사저를 찾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 총선 등 현안에 대해 조언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경우 경남 양산갑과 거제에 출마한 지역구 후보자들의 선거사무소를 방문하는 등 힘을 보탰다. 전직 대통령들까지 직·간접적으로 선거 지원 사격에 나서면서 막판 지지층 결집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4.10 총선 공식 선거운동을 하루 앞둔 전날 오전 경남 거제를 찾아 변광용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비롯해 당원들과 계룡산을 등반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거제는 대통령을 2명 배출했는데 계룡산은 그 거제 기운의 뿌리"라며 "변 후보가 좋은 기운을 듬뿍 받아 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응원하고 격려하는 마음을 표현하려고 파란 옷을 입고 왔다"고 말했다. 거제는 문 전 대통령과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 태어난 곳이다. 앞서 문 전 대통령은 경남 양산갑에 출마한 이재영 민주당 후보와 일정을 함께 한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24일 오전 10시 15분께 남양산성당에서 이 후보와 만나 10여분간 환담을 나눈 뒤 함께 미사에 참석했다. 김정숙 여사와 이 후보의 배우자인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전 청와대 방역기획관)도 동행했다. 미사가 끝난 후 인사말을 전하는 자리에서 문 전 대통령은 이 후보 부부의 그간 공로를 일일이 거론하면서 "이번 선거에서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후 문 전 대통령은 물금읍에 위치한 이 후보의 선거사무소를 찾아 격려 메시지를 전했다. 문 전 대통령이 찾은 양산갑과 거제는 여야 최대 승부처 중 한 곳인 '낙동강 벨트' 지역이다. 실제 최근 여론조사에서 양산갑은 이 후보와 윤영석 국민의힘 후보가, 경남 거제는 변 후보와 국민의힘 소속 서일준 후보가 박빙 승부를 펼치고 있다.  낙동강 벨트가 여당 우세 지역인 부산·경남(PK) 지역 중 접전지로 올라설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민주당 출신인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 전 대통령 영향이 크다. 실제 경남 김해 봉하마을과 양산 평산마을에는 각각 노·문 전 대통령의 사저가 자리해 있다. 때문에 문 전 대통령이 전면에 등장한다면 선거 분위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에 민주당에서도 '친문(친문재인)' 핵심인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28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한 데 이어, 나흘간 낙동강 벨트를 중심으로 집중 유세를 펼친다는 계획이다.  박 전 대통령도 최근 여당 지도부와 만나는 등 선거 간접 지원에 나섰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6일 오전 자신의 사저를 찾은 한 위원장, 윤재옥 원내대표 등과 함께 30분가량 대화를 나눴다. 박 전 대통령 측에서는 유영하 변호사가 배석했다. 한 위원장이 박 전 대통령을 예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박 전 대통령은 한 위원장이 대구 방문 때 만남이 예정돼 있었으나, 일정이 맞지 않으면서 연기된 바 있다.  이날 박 전 대통령은 국정 전반과 현안 등에 대해 조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이 한 위원장에게) 경제도 어렵고 나라가 많이 어려운데, 이런 때일수록 뜻을 모아 단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취지의 말씀을 하셨다"고 밝혔다. 유 변호사는 또 "가장 핫한 이슈가 의대 정원 문제고, 그 부분에 대해 두 분이 심도 있는 이야기가 있었고 박 전 대통령이 여러 가지 말씀을 주셨다"며 "또 (한 위원장이) 전국 유세를 다니니까 건강을 잘 챙기고, 선거에서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씀이 계셨다"고 덧붙였다.  국정농단 사건 당시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30년을 구형했던 한 위원장이 선거를 앞두고 전직 대통령을 예방한 배경에는 보수 표심을 끌어모으기 위한 행보로 분석된다. 앞서 박 전 대통령 탄핵 사건 변호를 맡았던 도태우 후보가 '5·18 민주화운동 폄훼' 논란으로 공천이 취소되자 이에 반발하는 강성 지지층을 끌어안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여야 전직 대통령들이 선거 막바지에 직접 등판하면서 각 당 지지층 결집에 효과가 있을 거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여당 입장에서는 격전지는 물론, 텃밭 지역까지 위협받는 상황에서 전직 대통령이 힘을 실어준다면 당 지지율 반등 등 분위기 전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야당 역시 전체 판세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접전지 탈환이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전직 대통령의 지원이 큰 힘이 될 수 있다.  다만 박빙의 선거 국면에서 승리에 다가서기 위해서는 여야가 지지층을 비롯해 중도층 표심 공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통 지지층은 선거가 임박할수록 결집하는 경향이 있는 만큼 중도층 공략을 통해 전체 판세를 뒤집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 '국정농단' 사건의 책임자인 박 전 대통령의 여당 지원 사격의 경우 중도층 표심을 돌아서게 만들 수 있어 전체 선거 판세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