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마디에 선거판 흔들린다"…여야, 입단속에도 '막말' 계속
한동훈 "정치 개 같이 하는·쓰레기 같은" 발언 파장 이재명, '의붓 아버지'·'계모'·'세셰' 등 연일 설화 선거 코앞···양당 일제히 '품격' 강조하며 '경계령'
2025-03-31 조현정 기자
매일일보 = 조현정 기자 | 4‧10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일제히 '막말' 경계령을 내리며 리스크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후보와 구도가 이미 굳어진 상황에서 말 실수 한 번으로 선거판 전체가 출렁일 수 있는 만큼 연일 입단속에 나선 모습이다. 다만 정작 양당 대표들이 설화에 휩싸이며 선거가 혼탁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31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공식 선거운동 시작 전후로 유세 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막말' 경계령을 내리며 신중 모드를 강조하고 나섰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7일 인천 현장 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총선이 15일 밖에 안 남은 상황에 우리가 몸이 뜨거워지고 가슴이 뜨거워지면 말 실수 하기 쉽다"며 "더 절제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언행을 해야 한다"고 입조심을 거듭 당부했다. 하지만 한 위원장은 자신의 '입조심' 당부 반나절 만에 경기 수원정에 출마한 이수정 후보 지원 유세 현장에서 "이수정은 여기서 이러지 않아도 얼마든지 잘 먹고 잘 사는 사람이다. 이수정이 여러분을 위해서 나왔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해당 발언이 자칫 정치인이 되려는 엘리트층의 시혜적인 시각을 무의식적으로 드러냈다는 비판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한 위원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공식 선거운동 첫 날인 28일 서울 서대문구 유세 현장에서 "정치 자체는 죄가 없다. 정치를 개 같이 하는 사람이 문제"라며 거친 발언을 이어갔다. 이에 당 내에서 한 위원장의 거친 언사가 안 그래도 불리한 여론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유승민 전 의원은 29일 경기 화성정 유경준 후보 출정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보수는 아무리 급해도 품격"이라며 "선거 막판에 당 지도부부터 조심하고, 후보들도 조심해 국민들 마음을 더 이상 상하게 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후 한 위원장은 30일에도 부동산 의혹과 막말 논란이 불거진 더불어민주당 후보들과 이에 대한 이재명 대표의 대응을 문제 삼으며 이들이 "쓰레기 같은 말"을 한다고 원색 비난했다. 경기 부천 지원 유세에서 편법 대출 논란이 제기된 양문석 후보(안산갑),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과 군 위안부 비하 발언 논란이 불거진 김준혁 후보(수원정)를 향해 파상 공세를 퍼부었다. 한 위원장은 "이 대표와 양문석, 김준혁 등이 말한 쓰레기 같은 말들을 정말 불편하지만 들어봐 달라. '삐 소리'가 나오는 말을 하는 사람은 정치에 나오면 안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치를 '뭐 같이' 하는 사람을 경멸한다. 그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다"고 말했다. 민주당도 연일 이 대표의 발언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 대표는 26일 서울 강동구 유세 현장에서 "국가나 정부라고 하는 것이 든든한 아버지, 포근한 어머니 같아야 하는데 지금은 의붓 아버지 같다"며 "매만 때리고 사랑은 없다. 계모 같다. 팥쥐 엄마 같다"고 발언해 재혼 가정 비하 논란에 휩싸였다. 앞서 이 대표는 "경기도를 남·북부로 분도하면 '강원 서도'로 전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가 "본의가 아닌 것을 알아주실 것으로 믿고 유감의 뜻을 표한다"며 사과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중국에 셰셰(고맙습니다), 대만에도 셰셰 이러면 된다"고 언급해 여권으로부터 '굴종 외교' 비판을 받았다. 당 선거대책위원회는 계속되는 이 대표의 아슬아슬한 발언을 의식한 듯 '겸손'과 '품위'를 강조하며 '막말' 경계령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이해찬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은 29일 선대위 회의에서 당과 후보들에게 "선거 운동이 시작되니 흑색 선전과 막말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겸손하고 진중하게 품위 있는 유세, 선거운동을 통해 국민의 드높은 심판 의지를 받아오는 데 전념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