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인하 압박…식품업계 “가격 인상 계획 없어”

‘물가안정’ 발언 수위 높이며 가격 인상 자제 요구 CJ제일제당 ‘밀가루’‧오뚜기 ‘식용유’ 가격 내린다

2024-03-31     강소슬 기자
식품업계

매일일보 = 강소슬 기자  | 식품·외식업계가 정부의 ‘물가안정’ 동참 압박에 결국 손을 들었다.

31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오뚜기는 소비자 장바구니 부담을 완화하고 정부 물가안정 기조에 협조하고자 식용유 제품 가격을 내달부터 평균 5% 내린다. 오뚜기는 지난해 7월에도 라면 15개 제품 가격을 평균 5% 낮췄다. 앞서 CJ제일제당도 내달 1일부터 소비자 판매용 밀가루 제품 가격을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대상 품목은 중력 밀가루 1㎏, 2.5㎏ 제품과 부침용 밀가루 3㎏ 등 3종이다. 대형마트 정상가격 기준으로 제품별로 3.2∼10%, 평균 6.6% 내린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대표 제품의 출고가를 4~15% 인하했다. 농심도 신라면과 새우깡의 출고가를 4.5%, 6.9% 지난해 낮췄다. 이어 오뚜기, 롯데웰푸드, 해태제과도 이와 유사하게 가격을 인하했다. 김동찬 삼양식품 대표는 28일 열린 주총에서 “밀 가격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지만, 가스와 전기 등 경비는 상승 중”이라며 “최대한 가격 인상을 하지 않도록 노력 중”이라 밝혔다. 22일 신동원 농심 회장도 주총에서 라면 인상 계획이 없다고 말했으며, 이승준 오리온 대표도 올해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는 뜻을 전했다. 식품업계가 가격 인상 계획에 대해 언급을 하는 이유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정부의 가격 인상 자제 압박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물가안정을 이유로 식품업계를 소집하는 간담회를 지속적으로 이어간다. 발언의 강도도 높아졌다. 기획재정부와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6일과 13일 주요 식품 기업의 대표와 임원을 소집해 간담회를 진행했다. 한훈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현재 코스피 상장 식품 기업 37개사 중 23개사의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률이 전년보다 개선됐다”며 “소비자 관점에서는 그간 원재료 가격 상승을 이유로 식품 가격을 인상했다면, 하락기에는 합리적인 수준에서 식품 가격을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고점 대비 하락한 국제 수치를 언급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달 세계곡물가격지수는 113.8으로 집계됐다. 최고점이었던 2022년 6월 173.5 대비 34.4% 하락했다. 2022년 크게 올랐던 국제 곡물 가격이 최근 들어 낮아진 만큼 식품업계도 이를 반영해 완제품 가격을 낮춰야 한다는 의미다. 공정위도 19일 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 본사에 조사원들을 파견해 설탕 판매 관련 현장 조사를 벌였다. 이번 현장 조사는 생필품 물가를 잡기 위한 범정부 대응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앞서 공정위는 올해 업무 추진계획에서도 국민의 경제적 부담으로 직결되는 의·식·주 분야에 대한 담합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서민 경제와 밀접한 주류·제빵 산업을 들여다보겠다고 했다. 독과점 구조를 완화해 가격 경쟁을 촉진하겠다는 것이다. 식품업계는 정부의 가격 인하 요구에 고심하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일부 원재료의 경우 국제 가격이 하락했지만 설탕 원재료인 원당 등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며, 밀가루나 설탕처럼 수입에 의존하는 원재료 매입 단가는 고환율로 체감상 낮지 않다”며 “원재료값 외에도 물류비, 인건비, 포장비 등 총체적인 비용 인상 요인은 여전하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