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현장] '찐윤'에 갈라진 용인갑 민심···"반드시 심판"vs"오히려 좋아"

전국 유일 '검경 대결' 성립한 용인갑, 각당 총력전 '경찰' 이상식 vs '찐윤' 이원모 vs '반도체' 양향자

2024-03-31     이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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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전국 유일의 '검찰-경찰 대결' 구도가 만들어진 경기 용인시 처인구(용인갑)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오는 4·10 총선에 나서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양당 후보 각각의 '유명세'는 다소 덜 하지만, 그 상징성 때문이다.

각당 지도부는 지원 유세 등을 나서며 전폭적으로 이 지역 선거를 지원 중이다. <매일일보>가 현장을 취재한 결과 용인갑 시민들은 '찐윤(진짜 윤석열계)'이라고 불리는 이원모 국민의힘 후보에 대한 호불호에 따라 지지하는 후보를 정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31일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용인갑에 등록된 총선 후보는 총 4명이다. 국민의힘에서는 특수통 검사 출신 이원모 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 민주당에서는 부산경찰청장을 역임한 이상식 전 청와대 국무총리실 민정실장, 개혁신당은 양향자 원내대표를 각각 공천했다. 과거 17·18대 민주당 국회의원을 지냈던 우제창 전 의원은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이원모 국민의힘 후보가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이라고 알려진 만큼 시민들은 이 후보에 대한 평가를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 여부와 연관시키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전날 경기도에서 가장 큰 재래시장인 용인중앙시장의 5일장이 열리며 후보들이 일제히 유세에 나서자, 특히 이런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후보가 시장 내 소광장에서 연설을 진행하자 한 60대 여성은 "'대통령 딸랑이'가 처인에 왔다고 뭘 할 수 있겠냐"며 혀를 차고 지나갔다. 반면 한 70대 남성은 이 후보의 연설에 연신 '그렇지, 잘한다'를 연발하며 "저렇게 똑똑하니까 윤 대통령이 중용한 거 아니겠냐"고 기자에게 동의를 구했다. 현재 정권에 대한 지지율이 높지 못한 만큼 이원모 후보는 상당히 고전하는 모양새다. 용인갑은 지난 2012년 제19대 국회의원 선거부터 21대까지 12년간 국민의힘 계열 정당이 승리한 '보수 텃밭'이었지만, 이우현·정찬민 등 당선 의원들이 연달아 비위 행위 등으로 실형을 선고 받고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악화된 만큼 시민들의 민심은 상당히 뒤집힌 상태다.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6~28일 3일간 500명을 대상으로 100% 무선전화면접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용인시갑의 후보 지지율은 이상식 후보가 45%, 이원모 후보는 36%로 오차범위 밖인 9%p 차이로 나타났다. 그 외 양향자 후보 3%, 우제창 후보 2%였다(응답률 15.7%, 표준오차 95% 신뢰수준에 ±4.4%p. 그 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에 따라 이상식 후보는 '정권심판'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우세를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30일 이상식 후보는 시장 인근에서 마이크를 들고 "윤석열 정권 출범 2년 차인 지금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민생은 위협받고 약자는 억압 받는다"며 "이번 4·10 선거는 저 오만한 권력와 고고한 민심의 대결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상식 후보에 힘을 실어주고자 같은 날 찬조 연설에 나선 김부겸 민주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도 "이번 정부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말만 하는데 왜 지금까지 진전이 안 됐냐"면서 지역 발전에 대한 현 정권의 책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경찰대를 수석 입학하고, 행정고시에 합격하고, 부산경찰청장을 하면서 국무총리 민정실장까지 정말 올곧게 걸어온 이상식이 용인 처인을 확실히 책임질 것"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상식 후보와 김부겸 위원장의 연설을 구경하러 나온 시민들은 이에 동조의 뜻을 드러냈다. 한 40대 여성은 <매일일보>에 "국민의힘은 12년 동안 뭘 해놓고 염치 없이 다시 표를 요구하냐"며 이번 선거에서 이상식 후보를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50대 남성 역시 "대통령 측근(이원모 후보)을 당선시키는 것이 목적이면 용인이 아니라 강남에 공천했어야 한다"며 "처인구에는 '낙하산'이 아닌 일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상식 후보는 <매일일보>에 "이원모 후보는 대통령비서실 인사비서관 출신으로 이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핵심 인물이다. 후보 스스로가 심판 대상인 셈"이라며 "시민분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윤석열 정권의 무능과 실정에 대해 굉장히 분노하고 계신다는 점을 느낀다. 시민들에 공감하고 같이 호흡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원모
이원모 후보는 이 같은 '대통령 측근'에 대한 부정 여론을 오히려 강점이라고 맞서고 있다. 이원모 후보는 자신이 검사 시절 '가습기 사건·조국 사건·탈원전 사건' 등을 수사했다는 내용이 적힌 명함을 시민들에 건네며 '정권심판' 프레임에 맞서 '야당심판'의 필요성을 언급한다.  그는 같은 날 연설에서 "처인구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중심의 반도체 경제 수도가 되기 위해 '예산 폭탄'을 내려줄 국회의원이 필요하다"며 "대통령께 반도체 예산 팍팍 내려달라 전화 한 통 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냐"고 강조했다. 정부·여당과 소통이 원활한 사람이 국회의원에 당선돼야 지역에 훨씬 유리하다는 취지다. 정부·여당도 적극적으로 이원모 후보를 지원사격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월 4일과 3월 25일 두차례나 용인갑 지역에서 민생토론회를 개최하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속 추진 등의 공약을 내놨고, 한동훈 위원장은 31일 이원모 후보 지원 유세를 나와 "우리의 약속은 우리가 집권 여당이기 때문에 실천 보장된 약속"이라면서 "이원모 후보는 늘 합리적이고 바른말을 하며 그걸 고집하고 관철해 낼 수 있는 용기와 집념이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원모 후보는 <매일일보>에 "(저를) 대통령 측근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마 정부 내에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러한 이미지를 제가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어떻게 하면 이러한 요소를 처인 발전에 활용할 수 있을지만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이원모 후보에 대한 호의적 반응 역시 늘어가는 추세다. 한 50대 남성은 "이원모 후보를 직접 만나보니 젊고 패기 있고 정직해보인다"며 그동안의 평가를 수정해야겠다는 반응을 남겼다. 또 한 60대 여성은 "부부가 열심히 동네를 돌아다니는 것이 보기는 좋다"며 "새벽부터 돌아다니면서 인사하던데 건강을 챙겼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양향자
한편 이러한 '검경 대결'로 흐르는 양상에 피로감을 나타내는 시민들도 있다. 이날 양당 유세 현장에는 "장사를 방해하지 말라"며 주변 상인들의 항의가 이어지기도 했다. 양향자 후보의 경우 양당 후보 모두에 염증을 느끼는 시민들을 공략하고 나섰다. 양향자 후보는 "재선의원으로서 뽑으면 곧바로 일할 수 있다. 당이 아깝다고 말하지 말고 뽑아주시면 양향자가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당 중에 더 안 나쁜 놈을 뽑겠다는게 무슨 투표냐. (용인갑에서 당선된) 거대 정당 후보들 모두가 감옥에 갔다"며 "일할 사람이 필요하다. 반도체 전문가인 양향자가 필요하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천하람·이주영 당 총괄선대위원장과 함께 시장을 누비며 시민들과 인사하는 양향자 후보를 보고 한 60대 여성은 "검경이 뭔 일을 하겠냐. 인물만 보면 처진 처인구를 발전시킬 사람은 양향자가 유일하다"고 양 후보에 대한 지지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한 30대 남성은 "양당이 좋다 싫다 하는 것도 정치 공세 아니냐. 다 똑같으면서 뭘 다른 척 하는지 모르겠다"고 양 후보를 비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