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화 리스크'에 결과 뒤집혔다···역대 선거 '말말말'

與, 차명진 '세월호 텐트 막말'·정태옥 '이부망천' 발언 野, 정동영·김용민 '노인 폄하' 및 이해찬 '부산 비하'

2024-03-31     염재인 기자
제22대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여야가 4·10 총선을 앞두고 '설화 리스크' 차단에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과거 '막말' 사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야는 역대 선거에서 '세월호 텐트 막말'과 '노인 투표 비하' 등 여러 막말 논란으로 선거 판세가 뒤집힌 경험이 있다. 이번 총선에서 중도층 공략이 승패를 좌우하는 만큼 그들에게 민감한 이슈인 설화 리스크 차단 여부가 전체 선거 승패를 좌우하는 열쇠가 될 전망이다. 

31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선거 '캐스팅보터'인 중도층 등 표심 이탈을 우려해 입단속에 사활을 걸고 있다. 예상치 못한 말실수가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선거 막바지까지 입조심에 나서는 분위기다.  실제 과거 선거에서 각종 설화 리스크가 여야의 발목을 잡은 사례는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우선 21대 총선에서는 차명진 미래통합당 후보(경기 부천병)의 '세월호 텐트' 발언이 대표적 '막말' 사례로 꼽힌다.  차 후보는 총선 9일 전이었던 4월 6일에 치러진 경기 부천병 후보자 TV 토론회에 출연한 자리에서 과거 자신의 막말 관련 질문이 나오자 "세월호 자원봉사자와 세월호 유가족이 텐트 안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문란한 행위를 했다는 기사를 이미 알고 있었다”며 "세월호 텐트를 성역시 해서 국민의 동병상련으로 국민 성금을 다 모아서 만든 그곳에서 있지 못할 일이 있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 5주기를 하루 앞두고 세월호 유가족을 향해 "자식의 죽음에 대한 세간의 동병상련을 회 쳐 먹고, 찜 쪄 먹고, 그것도 모자라 뼈까지 발라 먹고, 진짜 징하게 해처먹는다"며 입에 담기 힘든 막말을 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차 후보의 설화 논란에 서울·수도권 지역에서 강한 역풍이 불자 당 지도부가 '최고위 직권 제명'으로 후보직을 박탈했지만 선거전에서 치명상을 피할 수 없었다.  2018년 6·13 지방선거 당시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이 TV 토론에서 언급한 "멀쩡한 사람이 서울 살다가 이혼하면 부천, 망하면 인천으로 간다"는 '이부망천' 발언도 선거 때마다 회자되는 사건이다. 당 안팎에서 지역 비하 발언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자 정 의원은 자진 탈당했지만, 선거 판세를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각종 '비하 발언'으로 몸살을 앓았다. 이명박 정부 레임덕 속에서 치러진 2012년 총선에서 팟캐스트 '나꼼수' 출신 김용민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서울 노원갑)의 막말로 총선 역풍을 맞았다.  김 후보가 "엘리베이터를 다 없애고 그래가지고 그럼 그게 엄두가 나지 않아서 (노인들이) 시청으로 오지 않지 않겠는가"라는 노인 비하 발언과 "콘돌리자 라이스 당시 미 국무부 장관을 성폭행하자", "피임약을 최음제로 바꿔서 팔자"는 발언이 크게 문제됐다. 민주통합당은 해당 발언 논란으로 인해 수도권에서 상당수 경합지를 잃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4년 총선에서는 정동영 당시 열린우리당 의장이 총선을 20일 앞둔 3월 26일 기자들과 문답하던 와중에 "60대 이상, 70대는 투표 안 해도 괜찮다"며 "그분들은 곧 무대에서 퇴장할 분들이니까 집에서 쉬셔도 된다"고 언급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 속에서 열린우리당이 200석까지도 획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지만, 정 의장 발언으로 분위기는 순식간에 반전됐다. 결국 열우당은 여야의 치열한 각축전 속에서 과반을 조금 넘긴 152석을 획득하는데 그쳤다. 2020년 선거 당시 이해찬 민주당 대표도 막말 논란에 휩싸였다. 그는 부산에서 열린 민주당·더불어시민당 합동 선거대책회의에서 "부산에 올 때마다 느끼는 건데 '왜 이렇게 부산은 교통 체증이 많을까', '도시가 왜 이렇게 초라할까'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해당 발언은 100년 전 만들어진 경부선 철도가 부산을 동서로 갈라놓은 것이 부산을 교통 체증이 많은 도시로 만든 원인이라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나온 발언이었지만, 지역 폄하 논란을 피해 갈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