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앞으로 전기에너지는 풍부할까?
김 필 수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 교수)
현재 국내 전기차는 약 57만대 수준이다. 국내 자동차 등록대수 약 2600만대 대비 적은 수이나 전기차 판매가 활성화되면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전기차협회장을 맡고 있는 필자가 우려스러운 점은 앞으로 늘어날 전기차에 충전하는 전기에너지 공급능력이다.
현재 국내의 경우 잉여전력이 있어 야간을 이용한 충전은 전기차 배터리 수명에도 좋고 비용도 낮다. 그러나 전기차가 약 200만대 이상 되면 시간대에 따라 공급량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일본 등 다른 선진국의 경우 시간대별로 비용을 10배가 넘게 차별화해 소비자들이 낮은 비용을 찾아간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단순히 시간대별 비용을 부과하는 것이 아닌 매우 복잡한 누진세 형태로 돼있다.
우리나라는 생산되는 에너지 믹스가 가장 복잡하고 어려운 한계점을 지니고 있다. 좁은 국토에서 풍력이나 태양광 발전도 한계지역이 많아 완전한 대체가 불가능하다. 현재 전기에너지의 약 10% 미만이 친환경 대체에너지이고, 도리어 나무를 베고 태양광 전지의 폐기물 등 다양한 부작용만 나타나고 있다. 전체 전기에너지의 대체보단 보완하는 역할을 강조할 수 밖에 없다. 결국 원자력 발전, 특히 소형모듈 원전이 중요한 시사점을 주고 있다. 친환경 에너지믹스가 핵심이라는 뜻이다.
전기에너지는 다른 영역에서도 더욱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광범위한 데이터 처리를 위한 종합적인 데이터 센터가 곳곳에 세워지고 있고, 이곳에서 소모되는 전기에너지는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또한 전기차 등 모든 미래 모빌리티 수단에 소요되는 전기에너지는 우리를 더욱 옥죄고 있다. 앞으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전기에너지를 얼마나 친환경적으로 생산하고 효율적으로 공급하는 지가 중요한 과제다.
V to G를 비롯한 양방향 전기에너지 구축은 아직은 덜 익은 사안이고 기술적인 연구가 더욱 진전되어야 한다. 즉 부족한 곳에 남아있는 전기에너지를 가장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전체적으로 부족한 전기에너지는 원자력 발전 등 더욱 풍부한 에너지원의 보충이 요구된다. 앞으로 지능형 전기에너지 생산을 위한 새로운 시스템 구축과 안정된 전기에너지 공급은 현안으로 미리 고민해야 한다.
수전해 방식을 활용한 그린수소에너지 생산도 중요하고 앞서 언급한 풍력이나 태양광 발전도 적절히 구사해 적극적인 구성원으로 에너지 믹스를 개선해야 한다. 앞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더욱 많은 전기에너지가 필요하고, 충분히 활용할 만한 전기에너지 생산 구조를 구축하는 일은 중요한 과제다.
우리나라 전기요금도 타 선진국 대비 매우 낮다. 많이 올려야 한다는 뜻이고 여력도 충분히 있다. 물론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전기요금을 올리는 결정이 어렵지만 언제까지 천문학적인 적자구조로 갈 수 있는 사안도 아니다. 전기요금도 올려야 하고, 전기에너지 절약운동도 절실하게 진행해야 하고, 충분한 친환경적인 전기에너지 생산도 필요한 사안이다. 앞으로 전기에너지의 수요량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만큼 미래를 대비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정권을 불문하고 정부 차원에서 확실한 대안 마련을 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