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간다 ‘동성애보안법’, 예비음모·방조·찬양고무도 처벌

최대 7년형…동성애 초범 최대 14년, 상습자로 인정되면 종신형 가능
대통령의 법안 서명 이튿날 신문에 ‘유력 동성애자 200명’ 명단 폭로

2015-02-26     김경탁 기자
[매일일보] 아프리카 동부 내륙에 위치한 국가 우간다에서 동성애자와 그 방조자 및 동조자를 엄하게 처벌하는 법안이 만들어져 국제사회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요웨리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이 지난 24일(현지시간) 서명한 동성애자 처벌법은 동성애로 적발된 초범에게 최고 14년의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고, 상습적인 동성애나 청소년이나 장애인을 상대로 한 동성애 등에 대해서는 종신형까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이 법은 또한 최대 7년형에 처할 수 있는 ‘동성애 예비 음모’, ‘동성애 방조’, ‘동성애 찬양 고무’라는 죄목도 신설했다. ‘북한’에 대한 근거 없는 공포와 혐오로 얼룩져서 국제사회로부터 개정·폐지를 꾸준히 요구받고 있는 우리나라의 국가보안법을 연상시키는 부분이다.법안 추진 과정에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의 반대와 우려를 무시하고 법안에 서명한 무세베니 대통령은 “입은 음식을 먹거나 키스를 하라고 만들어진 것”이라며, “구강성교는 기생충 감염의 원인이 될 수 있고 모든 동성애자는 매춘부나 다름없다”고 법안 제정 이유를 설명했다.이튿날(25일) 한 일간신문이 동성애자인 ‘유력 인물들’이라며 200명의 이름이 담긴 명단을 발표해 동성애처벌법 파문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타블로이드지 ‘레드 페퍼’는 이날 1면에 ‘들켰다!’(EXPOSED!)는 제목으로 스스로 동성애자라고 커밍아웃한 사람은 물론 동성애에 대해 우호적이거나 동성애자로 의심되는 유력인사 200명의 명단과 함께 일부 인사의 사진을 함께 게재했다.여기에는 페페 율리안 온지에마 등 우간다의 유력 동성애자 인권 운동가들의 이름을 비롯해 인기 힙합 스타와 가톨릭 신부, 은퇴한 모 성공회 성직자 등 ‘동성애 동조자’로 분류된 인물들도 포함됐다.명단에 이름이 올라간 사람들 중에는 ‘커밍아웃’(본인이 스스로 동성애자라고 밝히는 행위)을 하지 않은 사람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었는데, 레드페퍼 측은 이 명단을 어떤 근거와 방식으로 만들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밝히지 않았다. 레드 페퍼의 동성애자 명단 발표와 관련해 인권 단체들은 문제의 명단에 실린 이들 중 많은 수가 폭력이 가해질까 두려워하고 있으며 일부는 우간다를 떠나기를 원한다고 전했다.우간다의 반 동성애법과 관련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동성애자에 대한 편견과 탄압을 조장할 수 있는 만큼 즉각 철회돼야 한다”며 우간다 정부를 향해 “폭력과 차별로부터 모든 사람을 보호해야 한다. 건설적인 대화를 통해 사태를 해결하라”고 촉구했다.존 케리 미국 국무부 장관도 무세베니 대통령의 동성애 처벌법 서명에 대해 “우간다와 인권이라는 대의를 소중히 여기는 모든 사람들에게 비극적인 날”이라고 평가하고 미국 정부가 우간다에 대한 원조를 끊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앞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지난 16일 성명을 통해 “반 동성애 법안은 우간다 동성애 공동체에 엄청난 위협이 되고, 우간다 국민의 인권을 후퇴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밝힌 바 있다.한편 빼어난 자연경관 덕분에 ‘아프리카의 진주’라는 별명으로도 불리는 우간다는 로마 카톨릭교와 개신교가 각각 인구의 3분의 1씩을 차지하고 있고 성공회까지 포함한 기독교 인구가 84%에 달하며 이슬람교 인구는 12%에 불과하다.

우간다는 영국식민지배 경험이 있는 영연방 정회원국으로, 공식 공용어는 영어이고 아프리카공용어인 스와힐리어는 제2의 공식어로 규정되어있으며 비동맹 중립노선을 표방하면서 남북한과 동시에 수교한 나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