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1990년대를 젊은 시절로 살아온 세대들은 기억할 것이다. 락음악과 사랑과 연대를 중요시했었던 문화예술의 정점을. 이후 2000년대 그 어디쯤부터 한국은 자본주의의 그 어딘가를 달려가듯 정서와 낭만에 대해 더 이상 논하지 않게 됐다.
노래가사는 남녀간의 사랑이외의 다른 주제가 등장했다. 명품과 화려함, 고급스러움을 추구하는듯 보였다. 아날로그는 어느덧 낡고 구시대적임을 대표했고, 디지털과 스마트폰으로 대체되는 소통은 우리에게 빠르고, 감정에 빠지는 것은 소모적이라는 시그널을 주기도 했다.
현재 주소비층은 'mz'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다. 스펙과 다른 사람의 시선을 중시하고 같은 문화를 향유했던 x세대와 달리 mz세대는 타인과 다른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한다. 자기자신을 알아가는 것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내가 좋으면 그것이 트랜드요. 집단의 이익보다는 개인의 행복을, 스펙보다는 효율을, 복잡한 관계보다는 원칙이나 신념을 고수한다.
이전 세대가 미래를 위해 현재를 포기하고 인내했다면, mz세대는 현재를 중시하고, 가격보다는 본인의 취향을 존중한다. 단순히 물건을 구매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사회적 가치나 특별한 메시지가 있는 물건을 소비함으로써 자신의 신념과 가치관을 표현한다.
1박에 100만원의 숙박비용을 지불할 정도로 특별한 뷰나 시설이 있는 곳이 인기가 많다고 한다. 오션뷰·숲속뷰·독채팬션·한옥·풀빌라·해외정원·시골조망 등의 독특한 느낌이 있는 장소는 몇 개월 전부터 예약이 치열하다고 한다.
예전에 호텔에 묵으면서 호텔의 부대시설을 즐기던 ‘호캉스’의 시대가 저물고, ‘감성숙소’나 ‘감성장소’의 시대가 온 것이다. 이러한 장소들의 특징은 삭막했던 도시인들에게 아기자기한 인테리어와 사람들의 추억과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뮤즈의 역할을 해주는 셈이다.
공장화·대량화·획일화의 맛과 멋에 지쳤던 도시인들에게 소량화·수제·좋은 재료·정성 등은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자랑거리를 만들어 준다. 기성세대가 소유와 구매성향인 것에 반해 mz세대는 공유나 렌털을 선호한다.
그런 의미에서 ‘장소’도 적용된다.
국내 단기렌탈과 캠핑숙소 시장 규모는 2021년 4810억원에서 2022년 5927억원으로 23% 증가, 2023년 8306억원으로 2년 만에 72% 성장했다. 낡고 오래된 것을 진부한 과거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 귀하고 희소한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 그 대상의 가치는 변화한다.
자신이 거주하는 전세와 월셋집의 인테리어를 위해서 돈을 쓰고, 리빙제품에 관심이 많고, 주거공간을 주기적으로 꾸미고 관리하는 비율도 과거에 비해 높다. sns에 집자랑을 하고 룸투어를 한다.
소셜미디어에 나오는 스타일은 누가 따라하라고 한 것 아니지만 왠지 어떤 정답이 있는 연출같다. 독특한 것을 추구하는 mz세대지만 ‘집들이’에 나오는 집안 사진은 약속이나 한 듯 비슷한 것은 아이러니하다.
좋은 것을 알고 경험하지만 결국 남에게 보여지는 것은 꽤 중요해보인다. 불안한 시대, 똑똑한 세대가 출현했지만 세상은 훨씬 복잡하고 고단해졌다. 고물가와 고용감소, 불안한 미래를 맞은 시대에서 ‘낭만적 장소’를 소비의 장으로 선택하는 그들은 어쩌면 당연한건지 모르겠다. 잊혀졌던 감성의 컴백으로 코로나로 차가워진 이 도시가 좀 따뜻해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