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건설업계 인력이탈… 총선 후 구조조정 폭풍 오나
2월 건설채용 작년보다 5% 감소… 비자발적 이직은 2.9% 증가 현장‧사무직 인력 유출‧수급 난항… "돈이 문제가 아니야" 지방 건설사 위주 공포 확산… 대형사도 구조조정 불가피
2025-04-01 권영현 기자
매일일보 = 권영현 기자 | 현장과 사무직을 가리지 않고 건설업 인력 이탈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업의 경우 대표적인 3D 업종으로 꼽혀왔음에도 고임금으로 인력수급이 꾸준히 이뤄졌다. 그러나 이제는 고금리 등으로 인한 경기침체 장기화로 임금 인상이 어려운 만큼 업종 매력도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 구조조정 위험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1일 고용노동부의 사업체노동력조사에 따르면 올해 2월 건설 채용은 전년 동월 대비 1만1000명(5.0%)이 줄어든 20만6000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비자발적 이직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6000명(2.9%) 늘었다. 특히 현장에서는 이같은 분위기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관급 공사를 진행하는 한 전문건설사 현장 관계자는 “최근에는 건설현장에서 전기 같은 전문 공종을 제외하면 한국인을 찾아보기가 사실상 어렵다”며 “젊은층 사이에서는 임금을 올리더라도 위험하고 힘들고 더럽다는 인식이 있는 공사현장에 발을 놓으려고 하지도 않고 한창 코로나 시기에 배달 등으로 유출된 인력도 돌아오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건설인정책연구원이 발간한 건설기술인 동향 브리핑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건설기술인 평균 연령은 50.8세로 20년 전인 2004년 평균 연령(37.5세)과 비교해 20년 만에 13세 넘게 올랐다. 특히 20대는 전체의 3.8%에 그쳐 70대 이상 기술자(5.1%)보다도 적게 나타났다. 수도권 아파트 공사 현장 관계자는 “내국인 인부들은 거의 50‧60대에 집중돼 있고 중국이나 중앙아시아, 동남아 작업자들이 늘고 있다 보니 현장에서는 외국인 관리자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며 “돈이 문제가 아니라 관심 자체가 죽어서 돈을 올리더라도 젊은층 유입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 인력난, 인력유출은 현장에서만 국한되지 않고 있다. 최근 일부 건설사들에서는 사무직을 중심으로 불황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타 업종으로 이직에 나서는 인력이 늘어나고 있다는 반응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업계 상황이 사실상 최악이다 보니 회사에서 전반적으로 본사에서 들어가는 예산을 삭감하고 있고 더 큰 불황이 오기 전에 업계 자체를 탈출하자는 직원도 있다”며 “다른 업계처럼 아직 공식적인 희망퇴직을 받은 경우는 없지만 인력 감축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은 꾸준히 들리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오는 15일 법인체 외부감사보고서 제출 마감일이 지나면 부실 사업장 등이 일괄적으로 노출되면서 구조조정 압박이 더욱 심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토부 건설산업지식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비수도권 지역 건설사 폐업 건수는 944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곳이 늘었다. 2021년 같은 기간 지방 건설사 폐업은 681건을 기록했지만 이듬해인 2022년에는 782건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898건으로 매년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문도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오는 15일 외부 감사보고서 제출 마감일에는 기업들의 재정상황이 전체적으로 노출되면서 PF 현장들의 상태가 나올 것”이라며 “상태가 나쁜 사업장에 대해서는 바로 집행에 들어갈 수 있어 부채 부분에서 문제가 되는 업체들은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국내시공능력평가 6위 건설사인 DL이앤씨가 임원진 상당수가 교체되는 등 인적쇄신에 나서기도 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마창민 DL이앤씨 대표이사는 지난달 21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재선임됐지만 같은달 29일 사임했다. DL이앤씨는 이와 함께 임원급 10여명에게 지난달 말일자로 계약 해지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건설업계에서는 총선 이후 정부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일부 사업장과 중견‧중소 건설사를 위주로 도산 위기에 빠질 것이란 우려가 번지고 있다.